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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Aug 26. 2020

코로나 때문에 결국, 유치원 퇴소

보통 이하 엄마의 육아 생존기

2호야.
우리 올해는 유치원 가지 말고
엄마랑 집에 있다가
 7살 때 다시 유치원 가는 거 어때?


응. 좋아.
나도 사실은 유치원 가기 싫었어



오랜 시간 동안 유치원 퇴소를 고민했고, 아이와의 상의 끝에 결국 '유치원 퇴소'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평소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이랑 놀고 싶다던 2호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는지 얼른 자신도 사실은 유치원에 가고 싶지 않았다는 말로 엄마를 위로했다. 



2호는 6살인 올해 유치원에 나간 적이 없다. 대구 경북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때부터 가정 보육을 하고 있다. 그래서 5살 반에서도 선생님과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하지 못했고, 6살 반 선생님과도 수업을 해 본 적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오버한다'라고 했지만 도저히 안심이 되지 않아 유치원에 보낼 수가 없었다. 


'2학기가 되면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까'란 막연한 기대로 기본 학비를 내면서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지금 상황은 더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특히나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한 커피숍에서 시작된 감염이 n차 확진자로 이어지면서 아주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그래서 유치원 퇴소를 결정했다. 그리고 현재는 출근해야 하는 남편을 제외한 나와 아이들은 하루 종일 집에만 머무르고 있다. 다행히 제가 하는 일이 집에서도 가능한 일이라 아이들과 집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집에서 일을 한다는 게 말은 쉽지 일도, 육아도, 살림도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지만).



가정 보육, 잘 할 수 있을까? 


유치원 퇴소를 결정하기 전에도 아이를 가정 보육했지만 정식으로 퇴소를 정하고 나니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  


유치원에 가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지식도 습득할 텐데 가정 보육을 하면 아이가 우물 안 개구리로 자라지는 않을까.

내가 가진 편협한 지식을 아이에게 주입시키고 내가 세워둔 기준에 아이가 따라오지 못한다고 다그치지 않을까

아이가 다시 유치원에 나갔을 때 이미 형성돼 있는 친구 사이에 잘 끼어들어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루 종일 미디어에 아이를 맡긴 채 방치하게 되면 어쩌나.  


그 외에도 다양한 걱정과 고민들이 아직도 내 선택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노력은 해볼 생각이다. 


그래서 내가 가정 보육을 하면서 아이와 하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우리집 유치원> 시청하기

월~목요일 EBS에서 <우리집 유치원>을 방송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 유치원의 정상적인 개학이 이뤄지지 않을 때 많은 도움이 됐던 방송이다. 실제로 가정 보육을 하면서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우리집 유치원>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정통신문을 미리 확인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방송을 볼 수 있다. '방과후 놀이' 게시판이나 '힘쌤에게 전화해'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2호는 매일 <우리집 유치원>에 나오게 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홈스쿨링 교재 활용하기


내가 줄 수 없는 여러 지식들은 홈스쿨링 교재를 활용할 수밖에 없겠더라. 2호는 원래 한글과 수학 학습지 공부를 했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학습지 선생님이 오셨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선생님과의 수업을 중단하고 종이 교재가 아닌 패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놀이 수준의 공부지만 해당 콘텐츠에 노출을 많이 시키면 언젠가는 빛을 볼 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내가 책 읽어주기 힘들 때 쥐여주기에도 좋더라. 이게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외에도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홈스쿨링 교재들이나 관련 웹사이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해서 집에서도 나름 알찬 학습의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이미 가정보육을 오래 해 온 분들이 SNS를 통해 가정 보육에 활용하면 좋을 교재들도 추천해 주신다. 


가능하면 한글 떼기에 도전하고 싶은데, 아이도 나도 스트레스 받지 않는 수준으로만 하려고 한다. 



책 많이 읽어주기

아이에게 그림책을 많이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실천하기 어려운 걸까. 어차피 내년 2월까지는 무조건 가정 보육을 해야 하는데 이참에 책을 많이 읽어줄 생각이다. 


여러 전문가들이 창작동화를 추천한다. 그래서 나도 창작동화 위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여주려고 한다(일단 마음은 그렇게 먹었다).  



그림 그리기 대회 참가하기

2호는 1월 생인데다 둘째여서인지 발달이 빠른 편이다. 특히 미술 쪽으로는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또래들에 비해 잘하는 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고. 그래서 학원에 보내고 싶은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요즘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어린이 그림대회들이 있더라. 아이가 참여할 만한 그림대회를 찾아서 응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상을 받든 못 받든 아이가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좋아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다. 굉장한 동기부여도 되고.  


지금 계획은 이렇게 네 가지인데 욕심부리지 말고 한두 가지라도 제대로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겠지? 물론 텔레비전도 많이 보여줄 것 같다(^^;). 



언제쯤이면 상황이 좋아질까? 


아이들에게 이런 환경을 물려주게 돼 미안한 마음은 부모라면, 어른이라면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치원에 가지 못해 친구를 만날 수 없는 아이에게 미안하다. 어른으로서 맘껏 숨 쉴 수 있는 환경이 아닌, 마스크를 쓰고 수시로 손소독을 해야 하는 환경을 물려주게 돼 부끄러울 뿐이다.  


비록 힘든 시기이지만 방역당국이 밤낮 가리지 않고 애쓰고 있고, 수많은 의료진들이 무더위 속에서도 확진자들의 치료를 위해 애써주고 계시며, 여러 의학 전문가들이 백신과 치료약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우리 모두 방역지침을 잘 따르면서 이 사태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길 바란다. 




ps. 그런데 참 이상하다. 아이와 뭣 좀 해보려고 하면 왜 졸린거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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