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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희 Jun 15. 2024

저출산시대의 유초등 영어교육

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근데 알잖아요. 우리 지금 업계에서 어디 다른 회사가도 

중간관리자 이상급 아닌 이상 지금 연봉 맞추기 어렵다는 거."  


사이가 좋거나 친한 사람도 아니고 그저 데면데면한 동료인데 이렇게나 솔직한 심정이 바로 튀어나왔다. 늘 그래도 나 자신을 평가절하하면 안 된다며 쏘아대던 그녀인데 이번에는 꽤나 덤덤하게 그러게 맞는 말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우리는 교육업계,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유초등 영어사교육 업체에서 교사교육 및 수업관리를 담당하는 일을 를하고 있다. 나뿐 아니라 우리 팀원들 대부분은 유초등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본 경험이 있고 영어권 유학 생활의 경험이 있어서 영어를 꽤 할 줄 알거나 교포급의 영어실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 모두 영어강사 경험을 갖고는 있으나 공통적으로 나는 아이들 가르치는 게 꽤나 힘들었거나 적성에 맞지 않았다는 말을 한다. 우리 남편 또한 교포 출신으로 교육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교사의 꿈을 가진 것도 아니었으나 생존을 위해 금방 찾게 되었던 일자리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아마 영어를 꽤 잘하는 사람들이 이 나라에서 가장 빨리 구할 수 있으면서도 안정적인 일은 영어강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9년을 이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최고연차 직원이고 코로나 시즌 이전까지 우리 팀의 평균 근속연수는 3년이 채 안 되었다. 그만큼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떨어져 나가는 직원이 많았다는 이야기인데 이건 팀 혹은 회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 말고도 우리 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재취업이 수월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퇴사한 직원들은 또다시 영어강사일을 시작했고 특히 교수부장, 운영원장 등 학원의 관리자 역할로 이동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고객 기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많이 오기는 한다. 근무 여건과 조건이 별로라 수락이 안된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우리는 직접 영어를 가르치지 않고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들을 교육하고 그들의 수업이 효과를 최대치로 낼 수 있도록 관리하며 돕는다.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상대하지 않고 그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사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관리하지만 아이들에게 꽤 큰 영향을 받는다. 어느 업계나 결국 성패는 엔드유저, 즉 최종소비자에게 달려있으니까. 실제로 아이들을 교육하는 학원만큼은 아니겠지만 내가 이 일을 시작했던 2016년과는 판 자체가 매우 달라졌다는 것이 하루가 다르게 느껴진다. 그때도 저출산에 대한 여러 말이 많았지만 2020년 이전은 영어사교육의 정점이자 내리막길을 걷기 바로 직전의 단계라, 저출산은 우리에게 먼 일 같았다. 저출산이라는 사회 현상이 가장 먼저 들이닥칠 업계가 바로 유아교육업계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왜 그때는 전혀 와닿지 않았을까. 마치 그때의 매출 신화가 몇 년이고 지속될 것처럼 흥에만 젖어 있었다.


어찌 됐건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많은 교육 여건들이 변해왔다. 저출산에 대비한 모양새인 것을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그런 거구나 싶다. 유아 교육은 점점 더 고급화되고 원래도 비쌌던 프리미엄 사교육의 범위가 늘어나고 비용도 이전보다 훨씬 더 비싸졌다. 영어유치원이나 놀이학교를 졸업하더라도 대부분 공립 초등학교로 진학했던 이전과는 달리 개별화된 초등 교육시설도 매우 많이 늘어났고 다양화되었다. 갈수록 부모들이 원하는 퀄리티를 제공하는 교육기관이 생겨나고 더욱 양극화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대한민국에서 절대 망하지 않는 사업아이템 두 가지가 바로 영어교육과 다이어트라고 한다. 전 국민이 미쳐있기 때문에 수요가 항상 있다는 영어, 그리고 다이어트. 갈수록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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