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와 디지털.

AI시대. 유토피아 인가 디스토피아 인가...

by INK

■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사전적 의미가 명확한 용어이지만, 이 글에서는 사라지는 것과 생겨나는 것을 빗대어 사용하겠다 ■




필자가 중학교 때는 '삐삐'라는 게 있었다.

저- 두루마리 휴지를 휘날리는 '뽀삐'

아니다-

삐삐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PCS라는 것이 나왔고, 대학교를 다닐 땐 휴대폰이 일반화되었다.


삐삐(Pager, Beeper)는 일종의 호출기다.

휴대용 기기의 하나로 상대에게 ‘연락해 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장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직접 통화는 되지 않았고, 숫자나 짧은 음성 메시지를 받아본 뒤 공중전화로 다시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야만 했다.

때문에 발신자는 자신의 존재를 미리 알리기 위해, 또는 수신자로 하여금 공중전화를 찾는 수고를 덜게 해 주기 위한 방법으로 486.8282.1004.2848.7942.1010235 같은 암호 같은 숫자 코드를 쓰기도 했다.


486 - 사랑해 (글자 획수를 숫자로)

8282 - 빨리빨리 확인해

1004 - 너의 천사로부터 (주로 연인사이)

2848 - 이판사판!

7942 - 친구로부터

1010235 - 열열이사모해!


등등...


PCS(Personal Communication Service)는 오늘날의 휴대폰과 비슷했지만, 아직은 완전하지 못했다.

공중전화 부스를 기지국 삼아 통신하던 시절의 이동전화였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휴대폰을 썼다. 휴대폰은 스마트폰이 아니다.

단순히 전화를 걸고 받는 용도.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8bit 나 16bit 등 컴퓨터의 개념이 휴대폰에 추가되기 시작했고, 간단한 게임이 가능해졌으며 벨소리는 단음에서 개성이 강한 소리들로 바뀌기 시작했다.

조금 더- 조금, 더 - 편해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휴대폰을 스마트 폰으로 성장시켰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건강을 측정하고, 일정을 기억하고, 길을 안내하고, 심지어 말벗이 되어 주기도 한다.

■ 그 무렵 이동통신 시장에는 통신회사가 다섯 곳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그리고 PCS 사업자였던 KTF, LG텔레콤, 한솔 PCS까지.

지금은 SK.KT.LG 만 남아, 다른 두 회사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신세기 통신은 SK가, 한솔은 KT(KTF)가 흡수하여 경쟁은 끝났고, 이름만 정리되었을 뿐이다 ■

90년대 후반. 광통신이 깔리기 시작했고, 인터넷 붐이 일었다.

곳곳에 PC방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100대의 PC가 돌아가면 그중 80대는 스타크래프트가 차지했다.

기술은 급 물살을 탔다. 가정용 인터넷으로 빠르다던 전송 속도는 2MB급이었는데(실제로는 1.4 정도), 10M, 20M, 50M를 순식간에 넘어서더니 어느새 100MB급 인터넷이 등장했다.


안 그래도 ‘빨리빨리’로 유명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가 되어 있었다.

지금은 100M의 100배가 빠른 GIGA급이다.


전화선을 점유하며, 인터넷을 쓰는 동안은 통화 중이 되었던 우리 집 전화. 전화 요금이 나오면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을 맞던 느린 접속에서, ADSL을 거치고 FTTx, 광통신을 거쳐 이제는 기다림을 필요로 하지 않는 말 그대로 정보의 바다가 되었다.


이 모든 변화는 불과 몇 해 사이에 몰아서 일어났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삐삐를 사용하지 않고,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거리의 공중전화는 빠르게 사라져 갔고 지금은 고대 유물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나 많았던 PC방 역시 하나둘 사라져 갔고, 이제는 주목적이 바뀌어 만남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요즘에는 맛집으로도 유명하단다.

뭔가 더 좋은 것, 더 편리한 것이 자리를 차지하면, 구닥다리는 그렇게 조용히 사라지거나 본질을 잃는다.

우리는 이미 많은 판단을 기계에 맡기고 있다.

무엇을 먹을지, 언제 잠들지, 어디로 가야 할지까지도...

... 그리고 이제, 무엇을 쓸지에 대해서도 기계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요즘 글을 쓰며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에서 올라오는 글들을 읽다 보면,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많다.

AI가 쓴 티가 분명한 글을 올려두고

“제 작품에 대해 평을 좀 해 주세요”라고 버젓이 적어 놓는다.

기가 찬다.

'제 작품...? 쳇 GPT나 제미니 같은 AI가 출력한 결과물이 아니라, 정말 당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몇 문장 읽다가 덮어버린 그 글은, 나의 소중한 시간을...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이 되고 싶었던 내 순수함도 빼앗아 버렸다.


한동안 카페에서는 창작 활동에 영역의 AI 사용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감자였다.

돌고 돌아 나온 결론은 이랬다.

AI를 '자료 조사나 오탈자 검사' 정도로 사용하는 것은 찬성, 하지만 그 이상은 위험하다는 것.

심지어 자료 조사조차도 AI가 과연 신뢰할 만한가에 대해서는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필자 역시 AI를 사용해 보았다.


장점과 단점을 직접 파악해야 이것을 어떻게 다룰지 정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조건 '창작자를 기만하는 놈들'이라며 소리치기에는, 세상이 이미 너무 많이 와 버린 느낌도 있었다. 그 기능을 완벽하게 이해해 보기 위해 무려 결제 시스템을 이용했다.


AI가 쓰는 글에는 분명한 특징이 있었다. 자주 반복되는 어휘와 문장 구조가 있고, 의미는 맞지만 체험의 온도가 없었으며, 글이 길어질수록 주제가 흔들리고, 문장 사이사이에 어색한 틈이 생겼다. 위험한 표현은 피해 가고, 언제나 안전한 문장으로 마무리했다.


별거 없네...


하지만 그들이 글을 쓰는 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말 그대로 '뚝딱'이다.

요즘은 짧은 스토리의 강한 후킹이 있는 글들을 선호하는데, 초단편 소설 쪽은 AI가 곧 점령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AI보다 잘 쓸 자신이 있는 나는 [결제를 취소할 수 있고, 규정에 따른 환불이 가능하다]는 것을 안 순간! 깊은 안도의...

어쨌든, 언젠가 그들보다 내 글이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펜대를 내려놔야 할지도 모르겠으며, 그날을 위해 나는 또 다른 준비를 해야만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처음에 말했듯, 인터넷이나 통신 시장은 채 1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다.

어떤 한 분야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사람을 대신하는 기계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제 그 범위에는 한계가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만약 그들의 능력이 인간보다 더 나아지는 날이 온다면, 인간은 뭘 해야 하고 뭘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유토피아의 시작인지

아니면 디스토피아의 시작인지...



...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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