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어린 이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오만.

나이를 앞세워 조언하는 것의 위험성.

by 인크짬

최근 마라탕 집에 갔다. 평일이었고 점심시간이었다.

아담한 마라탕 집이었고 가게 안은 만석이었다.

재료를 담고 조금 기다리니, 자리가 나왔다.

같이 간 나와 아빠는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듬성듬성 학생들도 보였다.


그러다가 우리의 음식이 나오고, 먹기 시작한 순간,

초등학생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야야 너 뭐 넣을 거야ㅏㅏ아ㅏ??




oo아~ 너 누구랑 앉을 거야아??!!




우렁차게 질문하는 아이부터, 뭐가 그리 웃긴지 킥킥대며 웃는 아이들까지..

조잘조잘 떠드는 아이들을 보니 자꾸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곤 내가 더 이상 저 공동체에 속하지 않음을 확 실감하게 됐다.

내가 언제 학생이 아니라.. 어른이 됐지?

그 웃음이 뭔가 더 어린 이들을 귀여워할 때 나온 웃음이었기 때문에. 그 생각이 한 번에 와닿았다.

이제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우리'가 아니라 '저들'이구나.



나는 우리 집의 막내이기에 늘 집에서는 가장 어린 사람이다.

그래서 더더욱 내가 누군가와 비교했을 때 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자각하기 쉽지 않다.


물론 어른이 되었다는 것. 대학생이라는 것들이 아 나 꽤 컸구나 하는 생각은 들게 하지만,

주위에는 내 또래의 사람들이 많으니, 내가 누군가와 비교했을 때, 더 많은 날들을 산 존재라는 것을 잊게 된다.


게다가 대학에서도 교수님, 아니면 선배님들이 많으니까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초등학생들을 보니 아, 내가 이제 어른이구나라는 실감이 확 났다.


나는 이제껏 그래도 '교복을 입는 학생'의 범주에 꽤 오래 있었는데..

6년이나 있었네.. 초등학생 시절 플러스 6년까지.. 초중고는 12년..


새삼 내가 더 이상 초중고등학생이 아님이 느껴진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들리는 아이들의 수다 소리에 자꾸 집중하게 됐다.


그러던 중 한 무리가 자리를 우르르 옮기더니, 어떤 친구 한 명만 사 인석에 혼자 남겨졌다.

그 아이는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어쩌다가 나랑 눈이 마주쳤다.


용기 내서 무슨 말이라도 해줘야 하나 생각했다.

그 생각은 상상으로 금방 바뀌었다.


너네! 친구 한 명 빼고 그냥 가면 돼~ 안돼?!!


능청맞게 말하는 상상.

그래서 그 친구도 같이 놀 수 있는 상상.

그 누구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상상.


아니면

쟤네들이 저렇게 한 명을 은근히 소외시키는 게 사실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닌데. 멋있는 게 아니고, 너는 그냥 너 존재만으로도 멋있는 거라고..


말해주는 상상.




그런데... 멈칫했다.

내가 싫어하던 경험이 떠올랐다.


그 경험은 대략 이랬다.



내가 어릴 때(중학생 때) 내 친구가 나를 두고 간 적이 있다.

아마 무슨 일이 있었을 터인데, 말도 안 하고 사라진 친구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그 친구를 찾던 중, 일이 있어서 교무실에 들어갔다.


선생님께 무언갈 전해드리면서도 두리번거리는 나를 보시며,

선생님들은 나의 상황을 알아채신 듯했다.

그렇게 그 교무실에서 계신 선생님들 중 나를 아시는 담임선생님께서 말을 꺼내셨다.


oo아! 인생은 원래 혼자야!!


나의 눈은 마주치지 않으시고 컴퓨터로 바쁘게 업무를 하시면서 말씀하셨다.

한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자, 맞는다며 나를 모르시는 다른 선생님들도 다들 맞장구를 치셨다.


맞아 맞아~ 인생은 원래 혼자야~


일제히 비슷한 내용의 한 문장을 덧붙이셨다. 나를 생각해서 말씀해 주신 거겠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말이 참 싫었다.


내가 지금 속상하다는데, 사람은 원래 혼자라고? 그냥 내 상황을 받아들이라는 것 같았다. 그냥 '원래' 혼자니까 여기서 속상한 티 내지 말라고..

그리고 눈을 컴퓨터 모니터에 고정한 채 세상을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말씀하신 게 싫었다.

마치 정자에서 술을 마시는 나이 5-60세의 아저씨와 할아버지사이의 어떠한 사람이, 지나가는 20대 청년을 보며 어린 사람에 대한 일반적인 조언을 몇 개 툭툭 던지는 것처럼. 처음 본 사이임에도.


그거 다~ 부질없다~

세상을 더 오래 산 것이, 그 나이를 이미 경험한 것이, 마치 어떠한 특권인 것처럼.

그 나이대를 지나면 그 나잇대의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은 경험으로 더 단단해진 어른들의 말일 거란 생각을 한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과거를 되돌아봤을 때, 아 사실은 이게 중요한 거구나. 이런 교훈들을 바탕으로 한.


결국 혼자서 책임지며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 하신 말씀이리라.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런 배경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

난 그 나잇대가 '현재'이지, 이미 지나간 '과거'가 아니었으니까.


어찌 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그 당사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다.

인생은 원래 혼자라는 말을 듣고, 속상하던 마음이 가시면서


아 맞아! 인생은 원래 혼자니까, 씩씩하게 이겨내야지?


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혼자 걸어가는 열몇 살의 아이가 몇이나 될까?


그런 빠른 생각의 전환을 하기엔, 보통 학창 시절은 친구가 전부다.

그리고 나도 그랬다.

친구들의 무리에 있고, 친구들이랑 놀고 수다 떠는 게 너무 좋았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 말들은 그 사람이 이미 그 시기를 지나왔고, 더 나이가 많은 사람 입장이기에 가능한 말이다. 본인의 같은 어린 시절, 그런 말을 들었어도, 속상한 마음이 가시진 않았을 것이다.

본인이 그 시기를 지나왔다고, 다 아는 듯 '본인의 입장'에서 조언하는 것은 오만이다.


분명히 나도 그 나이 대에는 친구와 공유하는 시간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

그리고 나도 어김없이 그랬으면서.


학창 시절 미워한 선생님들의 말과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하는 상상을 한 것이다.


철저히 '지금은 그때보다 나이가 더 많은, 그때를 이미 경험한 나'가 특별한 의식과 주의 없이 하는 말은 위험하다.


지금 혼자 사 인석에 앉아있는 아이에게, 나의 금방 떠오른 조언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거다.


그 친구가 느끼는 머쓱함과 속상함을 나의 말이 잠재워주지 못할 것이다.


세상 다 통달한 듯


괜찮아~ 저렇게 행동하는 거 별거 아니야. 별로 안 중요해.


라는 말은, 나 자신에게 어떠한 우월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대개 조언은 내가 이 사람이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한다.


아~ 내가 이걸 깨달을 만큼 어른이 되었구나...

뭔가 경험하고 다 알고 있는 듯 말하면서

나도 모르게 자신에게 도취하게 되기도 한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위로해 준다는 말로 포장한 자기 성장에 대한 만족일 수도.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위한 말인 거다.


정작 이 말을 듣는 이는 괴로움만 느낄 것이다.



나는 지금 상처받았는데, 왜 그게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할까? ...



본인이 이미 경험한 나이 대라고, 이미 다 경험한 자가 생각난 대로 툭 던져선 안된다.


'내가 커보니까 든 생각인데, 그거 별로 안 중요해.'


보다는, 일단 그 친구에게는 그 나잇대가 처음이고 '현재'임을 이해해야 한다.

동일한 말을 들어도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경험이 다를 것이므로.

그렇게들 세대차이가 갈등을 낳는다고 하는데에 이유가 있다.


당사자의 상황과 감정을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우선이다. 내가 이처럼 당시 그 나이가 처음일 때 어땠는지 생각하는 것이다. 더 깊은 정서적 유대가 있다면, 그리고 그 마음을 이해하고 어루만지는 것이 이어질 수 있겠다.

그 후에,

또 고민 끝에

또 조금 후에,


살짝의 조언은 도움이 될 수 있겠지.



조금 더 이해하고, 존중하자.


내가 이미 겪은 시기라고, 삶의 시간이 더 긴 본인의 관점으로 그냥 뱉어내면 안 된다.



그 아이에겐 그때가 처음이다.

마치 지금의 나도 지금 이 나이가 처음인 것처럼.





다행히 조금 뒤에 다른 친구들이 들어와서 옆에 앉았다.

아이는 안심이 된 얼굴이었다.

다행히 그 아이의 상황은 나아졌지만, 내가 느낀 이 생각은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더 경험이 많은 사람의 조언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이다.


하지만 나이가 더 많다는 이유로 본인의 생각을 바로 던지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된다. 그리고 강요는 더 위험하다.

나이가 들며 얻는 지혜가 있지만, 아직 그 나이 대를 지나지 않은 이에게

지혜에 대한 단순 조언은 무책임하다.


오만한 인생 선배가 되지 말자. 하고 생각한 날이다.

더 나이가 많다면, 더 성숙하게 행동하자. 더 이해하려 노력하자.

더 나이가 많은 나라면, 더욱더 그때의 나의 입장을 생각하자.



나보다 어린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위해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위해서.

나와 같은 나이 대의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위해서.


공존을 위해서,

'조심스레 존중하는 마음'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