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노는 게 이렇게 재밌는 거였다니

더운 여름날 대학생의 혼자 데이트, 외출하기까지의 여정

by 인크짬


어젯밤에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했다. 시간 많은 대학교 2학년의 방학. 한창 인생 고민을 많이 할 때이다.

나는 집에 있는 시간도 좋은데, 이왕이면 내 방이 예쁜 가게나 카페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인테리어에 관심이 갔다.



내 방을 내가 무척 사랑하는 공간으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



내 취향 담은 예쁜 방에서 책을 읽으며 방학을 보내면, 그것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런 야심차고 설레는 생각을 한 아름 안고 잠들었다. 아침에는 어제의 야심 찬 계획과는 다르게 몸이 무거웠다. 그래도 게으름을 타일러서 눈을 비비며 수영을 갔다. 그 뒤에 집에 와서 수영 용품들을 널고 밥을 먹었다.


오전 10시 무렵이 되었고, 당장 나가기는 싫었다. 아침 시간은 집중이 잘 돼서 소중하게 여기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학술 연구 모임의 만남이 금방이라, 관련 책을 좀 읽었다. 전공 공부도 깨작깨작하고… ㅎㅎ



그러다 슬슬 잠이 오는 거다. 이런. 잠을 깨려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원래의 목적과 다르게 또 인스타그램 자체에 빠져들었다. 인스타 하다가, 유튜브 하다가. 혼을 쏙 빼놓는 두 명의 아이를 바쁘게 보는 부모처럼, 두 앱에 꼼짝 못 하고 왔다 갔다 했다. 시간이 좀 지났을까? 잠은 깼는데 계속 핸드폰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급하게 껐다.



어어? 내가 지금 이러면 안 되지..!



그러다가 꼭 지금이 아니라, 저녁에 집에 와서 책을 읽을 수 있지만, 나가는 건 지금 나가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았다. 껌껌할 때까지 돌아다닐 계획은 아니었으므로. 그렇게 나갈 채비를 한다.



일단 옷을 먼저 골랐다. 시크하고 멋있는 느낌? 아니면 하늘하늘 약간 귀여운데 또 핫한 느낌?..

두 번째로 간다.


며칠 전에 구제 가게에서 산 긴치마를 입기로 했다. 세탁기 안에서 치마가 돌아가는 내내 빨리 입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마르자마자 입을 심산이었다.


이제 상의를 고를 시간이었다.



이걸 입으면 너무 덥고, 아 이게 더 낫다.



지금은 여름. 날씨 고려를 잘해야 했다.

난 귀여워 보이려고 너무 공들이고 작정한 듯한 여리여리한 스타일은 원치 않았다. 방바닥에 옷가지가 널브러질 때까지 이런저런 옷을 입어보았다. 하의는 여리하고 하늘하늘한 느낌이었다.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내려면 하늘하늘한 치마와 밸런스가 맞는, 시크하고 시원해 보이는 나시가 딱 제격이었다. 안에 검은 스포츠 브라를 입으니, 검은색이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분위기에 거슬렸다. 끈이 일반 브라끈 정도로, 그리 두껍지는 않지만, 검은색 끈이 너무 잘 보였다. 그런데 마땅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게 내가 가진 것들 중 최선의 선택을 했다.


그런데 어딘가 아쉬웠다.

그렇게 집어 든 것은 화장품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썼다. 나갈 때 매번 화장을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을 때만 화장을 하는 나는 화장에 10분을 써도 오랜 시간을 쓴 것이긴 하다만.. 나는 15분 정도 걸려서 최대한 자연스러우려 애쓴 메이크업을 끝냈다. 날씨가 더워져서 더 그런지, 요샌 진한 화장보다 자연스러운 화장이 더 좋다.


나시와 함께 쓸 액세서리도 고르고 널브러진 옷들을 급하게 옷장 속에 욱여넣었다.



머리도 좀 하고 싶은데…



아침에 위쪽 머리 소량 두 덩이를 잡고, 양쪽으로 땋고서 한 데 묶어 놓았다. 한 데 묶어놓은 머리를 풀어 보았다. 어딘가 아쉽고 더워서, 작게 땋았던 머리를 그대로 두고 전체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았다. 최근에 머리를 어깨를 겨우 넘길 정도로 자른 터라, 머리가 한 데 모여 잘 땋아지지 않았다. 3분의 1 정도는 삐져나왔다. 그래서 그 상태에서 끝부분을 위로 가게 묶어서 물방울 모양처럼 만들었다. 좀 더 깔끔하고 귀여워졌다.



자 이제 나가볼까?



우산을 가져갈지 말지 고민하다, 일기 예보를 확인해 보았다. 비가 잠깐 오는데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 안 챙겼다. 그야말로 ‘바리바리 보부상’인 나에게 엄청난 도전이었다. 우산이라는 짐을 하나 줄여서, 편하게 돌아다니는 이점을 생각했다. 돌아다니다가 비 그까짓 거 오면 좀 맞아야지 생각했다. 그러나 또 마음속 한편에서는..



아 카메라 젖으려나, 후회하려나



우산 없이 집 밖으로 나서려는 나를 망설이게 했다. 나는 그냥 그 걱정을 삼켜버렸다. 놀러 갔을 땐 그 걱정이 모두 소화되어 불안함이 내 외출을 방해하지 않길 바랐다.



그렇게 신나게 집을 나서서 길을 가던 중,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우르르 나왔다. 뛰어다니고, 모여 다니는 학생들과 부딪히지 않으려 좁은 길에서 요리조리 피하며 걸었다. 조잘조잘 얘기하기도 하고 가방을 빙빙 돌리기도 했다. 멀리 있는 친구를 크게 불러 인사하는 아이를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릴 땐 어른들이 왜 자꾸 날 보고 웃나 궁금했다. 별다른 걸 하지 않았을 때에도 말이다. 아니 궁금한 것보다 사실 좀 기분이 나빴다.



비웃는 건가? 왜 이유도 안 알려주고, 그냥 웃는 거라고 그러지? 진짜 내가 귀여워서 그러는 건가? 아님.. 핑계 대는 건가?



그때 나의 생각은 이랬다. 아니면 웃는 이유는 모르지만 날 보고 웃으니 괜히 뿌듯하던가. 당시 나의 생각은 둘 중 하나. 그렇게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걸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유독 동그랗게 한 곳에 모여있는 거다.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투닥거리기도 하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닥다닥 둥글게 붙어있는 아이들 가운데, 모습을 나타낸 건 정말 작은 새였다. 아기 새 같았다. 그런데 울고 있었다. 그 새가 서럽고 힘든 게 인간인 나에게도 느껴질 정도로. 나도 걱정스러워서 그곳의 초등학생들처럼 기웃거리며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똑 부러져 보이는 어떤 아이는 이건 전화해야 한다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는지, 아이는 상황을 설명했다. 아이가 수화기에 말하는 것을 들어 보니, 고양이가 이 새를 물었다는 것이다. 그 아이는 새와 우리가 있는 위치도 소개했다. 바로 앞에 있는 분식집 이름을 댔다.



참 침착하고 똑 부러지네..



이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힘이 바짝 들어간 눈에는 묘한 열정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친오빠에게서 느껴지던 든든함이 겹쳐졌다. 올해 여행을 갔을 때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해결해 내던 오빠의 옆모습이 생각난 거다. 그렇게 정신없는 상황에, 빠르게 지나가던 생각을 살짝 붙잡고 있던 중, 어떤 남자아이가 쪼그려 앉아, 새를 만지려 했다.



야! 얘 스트레스 받아아아~!!



앙칼진 목소리가 근방에 울려 퍼졌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작은 생명의 입장도 생각하는 그 아이의 뒤에 옅은 후광이 보였다. 작은 아이의 모습을 한 어른 같았달까? 그러다가, 어떤 아이는 영문 없이 갑자기 소리를 '빽-'하고 질렀다. 어떤 아이는 소리를 지른 아이에게, 귀에다 소리를 지르면 어떡하냐며 시무룩하게 말했다. 딱히 싸우고 싶은 것은 아니라 약간 풀이 죽은 작은 목소리였다. 그래도 그 말을 한 것은, 피해를 입은 억울한 본인의 귀는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것 같았다.


나는 상황이 걱정됐지만 뙤약볕 아래 계속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똑 부러지는 그 아이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으니, 내가 떠나도 될 것 같았다. 어딘가 찜찜한 마음이 들었지만,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며,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더운 날씨에 괴로운 얼굴을 한 사람들을 지나치며 걸었다. 도심 속에서 간간이 심어진 나무 밑으로 지나가며 내가 쓰러지지 않길 바랐다. 그렇게 몸 전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무렵, 역 근처까지 도착했다.


역에 막 도착해서 계단을 내려가던 찰나. 아차 싶었다.



아, 나.. 지갑 안 챙겼나??



학교에서 시험을 볼 때와 달리, 나는 나의 기억이 잘못되었길 바랐다. 기억 저장 오류이길 바랐다. 짐을 힘겹게 가득 머금고 있는 나의 작은 가방을 다급하게 뒤졌다. 설마설마하는 그 생각이 떠오른 계단 중간에 그대로 서서. 뒤에 사람들이 조금씩 내려오는 것도 모른 채.



아씨..



미칠 것 같았다 역시나 지갑은 없었다. 나는 삼성페이가 되지 않는 아이폰에, 지갑에 모든 걸 넣고 다니기에 현금도 없었다. 정말 한 푼도 없는 상태. 집은 10분 정도면 가지만, 정말 죽어도 다시 가기 싫었다. 더워서 이미 얼굴은 축축해졌고, 빨리 목표한 곳을 가고 싶었다. 현실을 부정하며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



현금 없이 교통칻.



다급하고 절실한 마음에 오타가 생겼다. 그래도 철자를 고치지 않고 그대로 검색했다.


외국 여행의 교통카드 사용과 관련된 블로그 게시물 몇 개.. 그러다가 나를 위한 글 하나.



출근길 현금, 카드 없을 때 교통카드 찍는 법


이 게시물이었다


https://blog.naver.com/saeeeeego/222972898534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본 기분이라는 게 이런 걸까? 읽어보니, 조금 복잡했다. 그리고 결국엔 교통카드를 하나 새로 사야 했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감사했다. 블로그에 명시된 대로 따라 했다. 안 그래도 더운데 또 땀이 삐질삐질 나왔다.




인생에 잃기만 하는 것은 없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작년에, 힘든 일이 있을 때 그 속에서도 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교훈 아닌 교훈을 얻었다. 그 교훈이 오늘도 어김없이 적용되었다. 무엇보다 현금 없이도 선불 교통 카드를 충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로 얻는 게 있었다는 말씀!


그렇게 나 자신을 타이르며, 개찰구에 교통카드를 찍었다.



띡~



아 이렇게 반가울 수가! 이 무미건조던 소리가 이렇게 경쾌하게 들릴 수가.


무사히 지하철을 탔다. 기쁨을 만끽하며 핸드폰을 하다가 환승하는 곳을 지나쳐버렸다.



아씨…



데자뷰다. 급하게 열차에서 내렸다. 그래도 바로 맞은편에 반대쪽으로 가는 열차를 탈 수 있었다.



뭐 이쯤이야!



환승도 하고 자리에 앉아서 갔다. 그렇게 결국 서울숲역에 잘 도착했다. 이제 소품샵으로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그다음 나의 혼자 데이트는 어떻게 진행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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