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울산바위가 잘 보인다는 숙소를 잡았다.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울산바위를 그저 보고 싶었다. 체크인한 후 테라스에 나아가 울산바위를 보았는데 구름과 안개가 그 모습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산 옆에 있는 숙소이어서 그런지 금세 해가 져 저녁을 했다. 간단히 야채를 씻은 후 마트에서 사 온 갈빗살을 구워 먹는다. 서울에서 벗어나 강원도 맑은 산 공기와 함께이어서인지 밥과 고기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갔다.
산봉우리 사이에서 비춘 강한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눈을 비비고 테라스로 나가보니 울산바위가 강한 아침 햇살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가을이라 울긋불긋해진 나무들의 모습도 한몫했다. 강렬하게 떠오르는 햇살이 밤사이의 안개를 모두 태워버린다.
“장관이구나. 명산이다. 명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앞으로 펼쳐진 풍경을 넋을 잃고 바라본다. 회색의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늘어서서 장관을 연출한다. 슬슬 믹스커피에 대보름 빵을 준비한다. 그리고 울산바위 앞에서 경건한 아침 식사를 한다. 하염없이 바라본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이 너무나 아름답다. 감탄과 찬미가 끊이지 않았다. 아예 테라스에 의자를 놓고 그저 바라만 본다. 사진을 찍고, 확대하여 사진으로 남기고 또, 영상으로 남기기를 반복한다. 사람이 무엇인가에 몰두하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데, 울산바위 앞에 마주 선 나 자신의 시간이 그러했다. 속초는 바다도 유명하지만 이날만큼은 울산바위에만 집중하게 되었고 결국 이번 여행에서 속초 바닷가는 보지 않았다.
한동안 풍경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이 되어 하늘이 보랏빛으로 변하고 울산바위는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아침, 점심, 저녁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하고 황홀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밤은 깊어갔다.
다음 날 점심 숙소 체크아웃을 한 후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우리나라 동해는 깊고 푸르고 시원한 것이 특징이다. 유럽의 바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바다도 보았지만 거품이 몰려오고 수온이 조금은 따스해서 그런지 깨끗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대륙의 서쪽 바다가 그런 듯하다. 반면 우리나라 동해는 넓은 태평양의 동쪽이어서인지 속이 뻥 뚫릴 정도로 푸르고 후련하게 느껴진다.
동해안의 유명 여행지인 속초, 강릉, 삼척의 바다도 같은 동해안에 있지만 서로 다른 모습이다. 속초는 바닷가를 따라 즐길 거리가 많아 사람들이 북적이고 활기 있는 모습이며 강릉은 해안가를 따라 끊임없이 펼쳐진 소나무 숲과 바닷가를 한적하게 볼 수 있다. 반면 삼척은 군데군데 자연 태초의 모습과 해안선을 따라 기암들을 볼 수 있다.
다음 날
강렬하게 호텔방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내 방을 강하게 비추고 있어 마치 누군가가 나를 위해 준비해 준 듯했다.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역시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붉게 보였던 햇살이 하늘을 오르며 점점 노랗게 변한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이미 바닷가를 걷고 있다. 맑고 푸르다고 생각했던 바다가 은빛 실크로 변하고 있었다. 방을 비추는 태양과 은빛 바다,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고 사진과 영상으로 담는다. 우리나라의 산천을 이르는 말로 ‘삼천리금수강산(三千里錦繡江山)’이 있는데, 강원도의 산과 동해안의 바다는 ‘수를 놓은 비단’이란 뜻인 ‘금수(錦繡)’라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
아름다운 자연 앞에선 시간도 빨리 흐르고 어느덧 나는 서울로 향하고 있다. 분명 처음 올 때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 산과 바다로부터의 자연 치유는 강원도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인 것 같다. 나는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 보았지만 반면 국내 여행은 잘 다니지 않았는데, 국내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들이 있다는 것에 너무 놀랍고 감사했다. 눈앞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은데 그것을 찾아 밖으로만 돌았던 것이 우리 인생 같았다. 이제 제자리로 돌아와 주위의 모든 것들에 감사하고 소중히 여기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더 돌아보아야겠다.
* 숙소정보
- 속초 : 소노펠리체 델피노
- 삼척 : 쏠비치 삼척 [호텔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