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지구라는 열차를 탔다.
승차권은 3호차, 대전-1978번 좌석이다.
4호차 일본은 진동이 많아서 자주 흔들린다고 한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기차는 어김없이 출발한다.
우리는 예정대로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는다.
쉴 수 있는 중간역은 알 수 있지만 정차역은 모른다.
모든 건 어쩌다 어른이 된 내가 정해야 한다.
'어디로 가야 할까?'
가족, 친구, 동료와 함께 하는 여행은 재미있다.
때론 혼자 있고 싶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일이 더 많다.
오늘 1939번 좌석에 앉아 계시던 어르신께서 열차에서 내리셨다.
어르신은 그동안 함께한 여행이 즐거웠다며 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다시 만날 수 없겠지.
행복한 여행이라니 다행이다.
나는 오늘 지구라는 열차를 탔다.
열차에서 내리기 전에 여행을 즐겨야겠다.
내리기 전에 더 사랑해야지.
내리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