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선의 미래생활사전 4
<남윤선의 미래생활사전>은 KBS 라디오 '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의 고정 코너입니다. 매주 화요일 오전 8시 45분 생중계 됩니다. KBS의 간판 경제기자인 김원장 기자와 함께 한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세상의 변화를 짚은 코너입니다.
라디오 원고를 이곳에 기록해 둡니다. 전문가 분들께는 가벼운 얘기겠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 새롭게 쏟아지는 용어가 생소하신 분들께는 세상 돌아가는 걸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도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단어에 대해 설명하시나요?
=오늘의 단어는 로봇입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로봇이 일상에서 쓰이는 건 먼 일이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최근에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과 막 개막한 평창 패럴림픽에서 로봇들이 큰 몫을 담당하면서 대중의 인식도 확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국내외의 로봇 개발 붐에 대해서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평창 보도에서 로봇들이 여럿 눈에 띄긴 한 것 같아요. 어떤 로봇들이 있었죠?
=원래 올림픽 기간에는 외국어를 잘하는 대학생들이 외국 선수들 안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에는 이 역할의 상당부분을 로봇이 대신했습니다. 통역하는 안내로봇 퓨로인데요. 이 로봇의 특징은 얼굴이 있습니다. 29개 언어로 질문을 받을 수 있고 즐거운 질문엔 웃으면서 답을 해주고 질문을 이해 못할 때는 죄송한 표정을 짓습니다. 말 그대로 ‘휴머노이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무엇보다 이 제품이 대기업이나 외국의 제품이 아닌 한국의 스타트업이 만든 제품이라는데서 저는 의미를 찾고 싶습니다. 퓨처로봇이라는 벤처기업이 10년동안 연구개발해서 만든 제품인데요. 저도 이 회사 대표님을 뵌 적이 있는데, 사실 하드웨어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라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작고 돈도 없는 회사가 로봇에 들어가는 수 많은 부품을 사고 관리하고 연구해서 이를 대중이 받아들일만한 가격의 제품으로 내놓는다는 건 진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거든요. 그런데 10년동안 살아남아서 결국 세계인에게 한국의 기술력을 자랑했다는 게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퓨처로봇 뿐 아닙니다. 미디어촌, 식당, 라운지에서 자율주행으로 생수를 배달하는 로봇도 한국 중소기업 제품이었고요. 자율주행으로 청소를 하다가 길을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안내해주는 로봇도 있었습니다. 이들을 비롯해 평창올림픽에서는 11종, 85대의 로봇이 활용됐는데요. 사실 개막식의 정말 아름다웠던 드론쇼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 인텔의 기술력으로 이뤄진 것이었거든요. 그 점이 조금 아쉬웠는데 많은 한국의 로봇 기업들이 이런 아쉬움을 달래줘서 다행이었습니다.
-로봇에 쓰이는 게 어떤 기술이에요? 왜 최근들어 상용화가 빨라진 것이죠?
=사실 듣고 보면 아주 새로운 기술은 없습니다. 움직이는 건 아까 말씀드린데로 자율주행인데요. 어렵게 들리지만 GPS나 미리 입력된 지도를 통해 지리를 파악하고 이동하면서, 앞에 사물이 나오면 센서가 인식해서 멈추거나 피하면 됩니다. 외국인과의 소통은 AI 자동 번역 기술을 이용한 것이고요. 이미 구글 등이 스마트폰에서 상용화 하고 있는 기술입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을 한데 모으고, 앞서 말씀드린데로 ‘표정’을 짓게 한다는 등의 식으로 사람들의 거부감을 없애는 게 중요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라기 보다는 아이디어와 융복합이라고 설명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로봇 얘기가 나올 때 마다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으면 어떻하냐, 이런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거든요.
=최근의 분위기는 오히려 반대입니다. 인간을 대체할 로봇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건데요. 바로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 때문입니다. 최근 일본 아마존에서는 ‘미래 연표’라는 책이 큰 히트를 치기도 했는데요. 저출산 국가인 일본에 앞으로 100년간 일어날 일을 짚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장에 따르면 2020년에는 일본에서 여성 2명중 1명은 50세 이상이 되고, 2022년에는 혼자사는 가구가 전체의 3분의 1이 됩니다. 이렇게 가다가 2065년쯤 되면 전체 주거지의 20%에 아무도 안살게 되면서 국가 재정이 무너진다. 이런 무서운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인구 자체도 줄고, 일할 사람들은 더더욱 줄어든다는 결론입니다. 이미 이런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수단으로 로봇이 언급되고 있는 건데요.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도쿄에는 새로운 컨셉의 호텔이 오픈했습니다. 이름이 ‘헨나 호텔’인데 우리말로는 ‘이상한 호텔’이라는 뜻입니다. 이 호텔에 들어가면 공룡 로봇이 체크인을 도와주고 포터 로봇이 짐을 방까지 옮겨 줍니다. 문은 안면 인식으로 열리고 방 안에도 서빙 로봇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비쌀 것 같지만 로봇을 쓰는 만큼 인건비가 줄어들거든요. 꾸준히 인건비가 나가야 하는 인간과 달리 로봇은 감가상각이 되니까, 사실 오래 쓸수록 이익률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일반 호텔과 가격이 비슷하다 하네요.
편의점에도 로봇이 많이 쓰인다 합니다. 고령의 아르바이트생이 밤샘 근무를 하다 사망하는 사건이 여러 번 일어나면서 편의점 로봇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더 로봇이 삶 속에 깊게 들어와 있네요.
=고령화라는 현상이 수요를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고요. 워낙 일본 대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하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의 큰손이자 벤처캐피탈인 소프트뱅크가 최전선에 있습니다. 한국계인 손정의 회장은 말 그대로 로봇에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한국의 퓨로와 비슷한 컨셉의 페퍼가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로봇입니다. 소프트뱅크는 단순히 로봇을 개발만 할 뿐 아니라 매년 로봇관련 대형 세미나를 열면서 전 세계의 로봇 기술을 끌어모으고 있고요.
지난해엔 소프트뱅크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라는 로봇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이 회사는 가끔 자신들의 로봇 기술을 유투브에 공개하곤 하는데요. 최근에는 사족보행 로봇이 걸어가다가 앞에 문고리를 발견하고 너무 자연스럽게 문고리를 아래로 내린 뒤 열고 들어가는 동영상을 풀었습니다. 마치 사람이 문고리를 내리는 것 처럼 자연스러워 소름이 끼칠 정도였거든요.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로봇사업 한다, 이런 얘긴 잘 못들어본 것 같긴 한데요.
=한국에서도 LG전자가 로봇 사업을 시작했고 최근 인천공항 등에서 안내를 하는 등 활동이 있긴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일본에 비해 거대자본의 참여가 적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건 한국의 출산율이 일본보다도 낮다는 점이지요. 지난해 기준 한국은 이본은 물론 북한보다도 출산율이 낮아서, 어쩌면 일본보다도 더 많은 로봇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