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선의 미래생활사전 6
<남윤선의 미래생활사전>은 KBS 라디오 '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의 고정 코너입니다. 매주 화요일 오전 8시 45분 생중계 됩니다. KBS의 간판 경제기자인 김원장 기자와 함께 한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세상의 변화를 짚은 코너입니다.
라디오 원고를 이곳에 기록해 둡니다. 전문가 분들께는 가벼운 얘기겠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 새롭게 쏟아지는 용어가 생소하신 분들께는 세상 돌아가는 걸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도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은 어떤 단어를 소개하나요?
= 이 코너에서 계속 무겁고 어려운 주제만 다뤄와서요. 오늘은 좀 더 생활밀착형 주제를 다뤄보려 합니다. 사실 남자인 제 입장에서는 말하기가 만만치 않은 단어인데요. 바로 ‘생리의 혁신’입니다. 여성들이 매달 겪는 생리의 불편함을 줄일 뿐 아니라, 그를 통해 건강관리라든지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찾아내려는 스타트업들이 있어서요.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 생리를 어떻게 혁신하죠?
= 저도 해본적이 없어서 잘은 모릅니다만, 듣고 나니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는데요. 생리라는 게 결국 ‘피’가 나오는거지 않습니까. 우리가 건강검진 할 때 피 뽑는거랑 똑 같은 거에요. 그런데 바늘을 피부에 꽂지 않아도 피를 받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자 그러면 한달에 한번씩 자동 기초 건강검진이 가능한 셈이죠. 문제는 일단 배출이 되고 나면 공기와 접촉되고 또 생리대에 스며들고 하면서 제대로 측정이 안되는 겁니다. 룬랩이라는 스타트업이 이를 활용할 방법을 고안했는데요. 생리컵을 쓰는 겁니다.
- 생리컵이라는 게 좀 생소한데요. 한국에선 잘 안쓰지 않나요?
= 예 한국 여성분들은 일회용 생리대를 많이 쓰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게 재활용이 절대 안되는 쓰레기가 되거든요. 매달 모든 여성이 10장 이상 써야 하고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게 페미니즘 문제하고도 연결이 된다고 합니다. “왜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환경을 오염시켜야 하느냐”는 거죠. 그래서 재활용이 가능한 생리컵을 쓰는 여성이 적지 않다 합니다. 이게 종 모양 컵인데요. 생리혈이 꽉 차면 비우고 다시 쓰는 형식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 그런데 아까 한국 스타트업이 이걸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했는데, 어떻게 활용한다는 거에요?
= 생리컵에 IoT, 즉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건데요. 정교하게 설계한 각종 센서를 생리컵 안에 부착한 겁니다. 이를 통해 혈량을 잴 수 있고요. 혈색도 확인이 가능하고, 몸 안의 체온도 잴 수 있습니다. 생리 주기도 확인이 가능하고요. 넘치는 지 안넘치는 지도 확인이 됩니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측정한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달에 일주일, 매일 이런 데이터가 쌓이면 그 자체가 빅데이터가 되겠죠. 이를 통해 각종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거죠. 예를 들어 자궁경부암 같은 질병은 현재 생리대에 검사 키트 역할을 하는 필름을 붙인다든지 하는 식으로 검사를 하는데요. 생리컵을 사용하면 이론적으로는 더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 정기적으로 아까 말씀드린 혈색이나 혈량, 생리주기, 체내 온도 등을 측정하면 컨디션이나 각종 질병의 예후를 알 수도 있는거죠. 그러면 불편하기만 했던 생리가 자신의 건강을 정기적으로 측정해주는 고마운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 그러면 아까 말한 룬랩이라는 업체는 생리컵을 팔아서 돈을 버는 건가요?
= 그것도 돈이 되겠지만, 더 정확히는 데이터에 기반한 추가 사업을 노립니다. 이는 룬랩 뿐 아니라 대부분의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마찬가지인데요. 다시 예를 들어 누군가 질병의 예후가 생기면요. 그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의약품이나 건강보조식품을 추천해주는 거죠. 아니면 아예 헬스클럽 회원권 같은 걸 추천해 줄 수도 있고요. 데이터를 모으는게 어렵지, 데이터만 모이면 할 수 있는 사업은 무궁무진합니다. 건강에 관련된 모든 것을 맞춤형으로 제공해주면 저라도 안사기 힘들겠죠. 그래서 그간 시계, 벨트 등 사람의 신체 지수, 심박수라든지 배둘레라든지 이런걸 측정하는 걸 만드는 스타트업이 줄줄이 생겨났죠. 그래도 생리혈을 체크하는 업체는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 스타트업이라는 게 이런 생활의 불편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혁신하는거죠
= 네. 놀랍게도 이 생리컵 창업자는 남자입니다. 원래 이 방면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하네요. 다만 이 생리라는 게 여자들은 숨기고 남자들은 좀 거북해하고 이런 주제지 않습니까. 그 점을 파고들었다고 합니다. 다들 거북해하는 주제지만 소비자가 불편을 느끼는 부분. 그 지점이 스타트업이 활동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존의 편견에 관계 없이 과감히 뚫고 가거든요. 이 업체 외에도 여성의 숨겨진 불편을 해소해주려고 나선 스타트업들이 몇몇 있습니다. 여성 속옷의 경우 가슴의 형태가 각기 제각각인데 이제껏 우리는 서양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사이즈대로만 입었다고 하네요. 이걸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몸에 딱 맞는 속옷을 만들어주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이 업체는 생리 쪽 제품도 만드는데요. 물에 담궈놨다가 빨기만 하면 생리혈이 깨끗이 해결되는 생리팬티도 판매한다고 하네요. 여튼 일상에서 불편함이 당연시 되던 부분들을 찾아서 과감히 개선하는 게 스타트업이 이 사회에서 필요한 이유죠.
- 그러면 이 제품은 언제 나오나요? 한국에서도 쓸 수 있겠네요?
= 제품은 조만간 나오는데요. 매번 이런 스타트업 소개할때마다 같은 말씀을 드리는데 한국에서는 안됩니다. 역시 규제 문제인데요. 이 생리컵이라는게 수입은 되는데 의약외품 즉,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제품으로 등록되서 수입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센서가 붙어 있잖아요? 그럼 이건 의료기기가 되는 거죠. 그래서 식약처에 차세대 의료기기로 승인 받으러 갔더니 이건 의약외품이라 안된다고 했데요. 그래서 의약외품으로 승인 받으려고 했더니 이젠 또 센서 달려서 안된다고 하는거죠. 이게 이 방송에서도 여러 번 말씀드린 파지티브형 규제. 되는 것 빼고 다 안되는 우리나라 규제 시스템 때문에 생긴거죠. 선진국 같은 경우는 아까 말씀드린 환경오염 이슈도 있고 해서 오히려 일회용 생리대 보다는 생리컵 등 다른 대체 제품의 사용을 권장하는 분위기라고 하는데요.
- 요즘 우리 정부도 규제완화를 많이 하지 않나요? 규제 샌드박스 같은것도 도입하고.
= 네 언론에서도 많이 지적하고, 대통령이나 리더들은 “스타트업이 미래다”라고 하는데 정작 스타트업은 그런 것 필요없으니 규제나 풀어달라 이런 말을 많이 하니까 행정부도 움직이고 있죠. 근데 근본적인 변화는 안일어납니다. 예를 들면 최근 규제 샌드박스 즉 일정 기간이나 범위 안에서는 법과 규제와 상관 없이 자유롭게 제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법안이 나왔는데요. 여기에 “만약 소비자가 피해를 입으면 고의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공급자 책임” 이런 걸 넣었거든요. 매번 그런식으로 책임 최소화에만 집중하는 거죠. 물론 소비자 보호는 중요하지만, 외국에서는 충분히 경고조항을 넣어 소비자도 일정 부분 책임을 지게 하거든요. 업계에서는 잘못한 사례에 대해서만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혁신을 독려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