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공유

남윤선의 미래생활사전 1

by HEROINES

<남윤선의 미래생활사전>은 KBS 2 라디오 '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의 고정 코너입니다. 매주 수요일 오전 8시 45분 생중계 됩니다. KBS의 간판 경제기자인 김원장 기자와 함께 한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세상의 변화를 짚은 코너입니다.

라디오 원고를 이곳에 기록해 둡니다. 전문가 분들께는 가벼운 얘기겠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 새롭게 쏟아지는 용어가 생소하신 분들께는 세상 돌아가는 걸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도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속칭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공유경제 블록체인 등의 기술이 세상을 바꿔놓을 거라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 생소한 단어들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워 합니다. 트렌드를 상징하는 한 단어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설명합니다.


-오늘의 단어는 무엇인가요?

=오늘의 단어는 ‘차량 공유’입니다.


-왜 이번주에 ‘차량 공유’를 선택했나요?

=지난주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차량 공유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했기 때문입니다. 인수가는 252억원입니다. 럭시는 출퇴근길에 ‘카풀’을 연결해주는 스타트업입니다. 이 회사는 2016년에 창업했는데 2년이 채 안돼 ‘억만장자’가 됐습니다. 한편 럭시와 비슷한 서비스를 하던 스타트업 풀러스도 지난해 10월 네이버와 SK 등으로 부터 2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국내 양대 차량 공유 스타트업이 모두 대기업 품에 안긴 셈입니다.

-차량 공유라고 하면 ‘우버’ 같은 거 말하는거죠? 국내에선 불법이어서 우버도 퇴출된 것 아닌가요? 왜 대기업들이 이들 스타트업 인수에 열을 올리나요?

=한국에서 차량 공유는 합법도 아니고 불법도 아닙니다. 한국의 법체계는 ‘포지티브 규제’, 즉 되는 것만 딱 되고 나머지는 안되는 시스템입니다. 차량 공유에 대해서는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행위”만 가능하다고 돼 있습니다. 근데 출퇴근 시간이라는 게 다 제각각이잖아요. 그래서 애매합니다. 서울시는 처음엔 이들 스타트업이 불법 행위를 한다며 고발도 했지만 나중엔 발을 뺐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들은 시장 수요가 있는데도 제대로 성장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왜 시장 수요가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택시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밤에 강남역, 홍대에서 택시 못잡는 현상이 벌써 몇년째인가요. 특정시간, 특정 장소에만 운행이 집중됩니다. 카카오택시 등 모바일 콜택시 서비스가 생긴 뒤에는 더 심해졌습니다.

외국은 아시다시피 차량공유가 이미 보편화 됐고 무섭게 커지고 있습니다. 우버, 리프트 등은 이미 수조원대 매출을 내면서 스타트업 단계를 예전에 넘어섰습니다. 중국의 디디추싱, 인도의 올라 등 국가별 초대형 차량공유 업체도 늘고 있습니다. 이들도 모두 대기업에서 수십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한국만 없죠. 대기업들은 언젠가 한국에서도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로 투자를 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국에서 계속 법이 개편이 안되는 건 택시 반대 때문인가요?

=그렇습니다. 택시회사 측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로 지속적으로 반대합니다. 지난해는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려고 시도했으나, 택시 업계 관계자들이 물리력을 동원해 관계자들의 입장조차 막으며 무산됐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차량 공유가 수입이 적은 택시 기사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사납금 부담도 덜 수 있고 원하는 시간에 하고 싶은 만큼 일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건설적인 토론 정도는 해 볼 수 있을 텐데 아예 몸으로 막아버리니 아쉽습니다. 정부도 눈치만 보면서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콜버스 등 여러 차량 공유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접었습니다.

-평창에서도 이 문제가 이슈가 됐다던데요.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서 이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외국 선수들이 저녁때 택시를 잡지 못해 혹한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전달됐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놀란 건 “한국엔 우버가 없냐”는 것이었습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대형 공연이나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면 경기장 앞에 우버 포인트, 리프트 포인트를 마련해 놓습니다. 한편 이럴 때 만약 일반 시민들도 우버 기사로 등록해서 ‘아르바이트’라도 뛰면 국격에도 도움이 되고 좋지 않았겠습니까. 아쉬운 부분입니다.

-조금 다른 주제로 넘어가서,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IT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입도선매하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스타트업이 매각을 하면 좋은 거긴 하지만 스타트업 자체가 스스로 커서 대기업이 됐다는 소식을 유독 듣기 힘듭니다. 네이버, 다음이 나온지도 이미 20여년 되지 않았나요.

=그렇다.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로도 구글, 페이스북 같은 스타트업 출신 거대기업을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빅데이터 시대’라는 배경을 통해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말씀드린 차량 공유를 예로 들어보죠. 내가 태우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는지 알려면 전화를 해도 좋지만 지도에 자동으로 나오면 제일 좋죠. “무슨 아파트 길 건너편 어디로 오세요” 이렇게 말하면 헷갈리니까요. 자 지도와 네비게이션을 갖고 있는 건 누구인가요. 네이버나 카카오, SK같은 플랫폼 들입니다. 또 차량 공유하고 돈 내려면 현금 주고받는 것도 좋지만 제일 편한건 모바일 간편 결제겠죠? 이런 결제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도 플랫폼입니다.

또 어떤 고객이 우수 고객이고 또 어떤 고객은 사고칠 위험이 높은지 이런 것도 알아야 겠죠? 이런 고객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것도 플랫폼입니다. 이같은 엄청난 데이터는 플랫폼 기업이 아니면 갖고 있기 힘듭니다. 스타트업이 어떻게 이런 데이터를 갖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단순히 차량공유 뿐 아니라 많은 다른 서비스가 마찬가지입니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에서도 비슷합니다. 구글, 페이스북 등 플랫폼 지위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스타트업들을 싹쓸이 하는 분위기입니다. 혹자는 “스타트업의 시대는 끝났다”고 까지 말합니다. 예전에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수년만에 시총 수십조대 기업이 되는 사례도 있었는데, 이제 창업 2~3년째에 대기업에 매각하는 게 트렌드입니다. 대기업도 매입 의사를 타진하고 스타트업이 거절하면 엄청난 자본력과 데이터를 동원해 경쟁서비스를 만들어버립니다. 연결의 시대, 빅데이터의 시대에는 플랫폼이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플랫폼만 계속 부자되겠네요?

=플랫폼 자체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또 모릅니다. 구글은 ‘인터넷’ 시대의 기업이고, 페이스북은 ‘모바일’ 시대의 기업이지 않습니까. 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뿌리 자체가 흔들리면? 혹자는 현재의 인터넷이 모두 블록체인 즉 분산원장 개념으로 다 바뀔 것이라고도 합니다. 아예 다른 시대가 오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판이 한번 바뀐다고 합니다. 어떤 시대가 올 지는 또 두고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