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지 않아도 좋다

by hardy

하루에도 몇 번이나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이 있다.


그때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 문득 떠오르는 말들. 나는 그런 생각들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잠시라도 붙잡아 두고 기억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사람의 한계로 그리 오래지 않아 잊어버리는 일이 많다. 그래서 적는다. 기록은 언젠가 지워질 생각의 단편을 오래 머물게 한다.


처음부터는 쓰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 짧은 순간의 생각을 메모해두고, 그것들을 정리하다보면 어느 순간 글이 되어 있었다. 나의 생각, 내가 듣고 본 이야기들 그리고 한때는 내 입으로 말했지만 흩어져 사라져버린 조각들을 글로 붙들고 싶었다. 누군가는 나의 이런 흔적잡기를 집착과 욕망이라 말할지도 모른자. 부정하지는 않겠다. 다만 같은 시간을 공유했던 사람들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그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고, 어쩌면 내가 남긴 기록이 누군가에게 닿아 그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뛰어난 업적이나 이름을 남길 재능도 대단한 경력도 없다. 그러나 나 또한 내 나름의 방식으로 남기고 싶다.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니라 일상에서 지나가버릴 말, 생각, 감정을 잠시라도 머물게 하는 것. 읽히면 좋겠지만 읽히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기록할 뿐이다.


나에게 글쓰기는 생각을 정돈하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과정이다. 단어와 문장, 생각의 모서리를 다듬고 스스로를 가장 잘 드러내는 방식의 표현을 고민한다. 하지만 완벽을 목표로 삼지는 않는다. 완성도 있는 글 그러나 사람 냄새 나는 글, 읽는 이에게 쉽게 닿기를 바라면서도 억지로 다가가려 하지 않는 글.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때때로 나는 메모지에 내가 쓴 문장들이 누구를 향해 있는지 자문한다. 그러나 답은 항상 같다. 나의 글은 나를 향해 쓰는 것이다. 살아가며 생기는 의문과 내 나름대로의 생각, 그리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을 기록하기 위한 글이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닿는다면 좋겠지만, 닿지 않더라도 괜찮다.


어떤 출발 지점에 설 때면 나는 종종『대학』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많은 사람이 이 문장을 정치적 개념으로 해석하겠지만, 나에게 이 문장은 큰 일을 도모하기 전에 작은 일부터 행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수신(修身), 자신을 닦는 것. 모든 변화는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닦음의 첫출발은 호흡을 가다듬는 일이다. 기존의 살아가던 방식을 내려놓고, 산만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흩어진 생각을 모으고, 깊은숨을 내쉬는 것. 스스로를 다스리는 것. 이 글은 그 첫 번째 호흡이다. 말을 하기 전, 문장을 쓰기 전, 자신을 내려놓고 숨을 크게 들이쉬는 것.


나는 이제 작은 기록들을 남기려 한다. 읽히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한 줄로 남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