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cada - Hiking in the Mist
저는 음악을 통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좋아합니다. 여기서 음악을 통한 체험이란 청각적인 체험은 물론이고, 음반의 모양새나 쥐는 감촉을 느끼는 시각적, 촉각적 경험 등을 포함해 여러가지 감각과 정서 등이 융합되어 느낄 수 있는 모든 경험을 총칭합니다. 이렇듯 음악은 본디 우리가 무언가를 겪고 느끼는 행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예술장르이지만 유독 그러한 점을 크게 느끼는 작품이 있는데, Cicada의 음악이야말로 체험이라는 양상을 잘 드러내는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Cicada는 인디 음악 레이블 FLAU에 소속된 대만 출신의 아티스트 그룹입니다. Cicada라는 그룹명은 ‘매미’ 라는 뜻으로, 사람들이 매미를 겉모습이 아니라 그 소리를 통해 존재를 알게 되기 때문에 붙인 명의라고 합니다. 어쿠스틱한 악기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듣고 있다면 부드럽고 담백한 자연의 소리가 화합을 이루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들이 감성적인 멜로디만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식이였더라면 저는 이 앨범을 즐겼을지언정 굳이 리뷰로 작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Hiking in the Mist」 (대만어 원제: 走入有霧的森林)의 주목할 한 점은 이 앨범이 공식적으로 '음악으로 쓰인 일지'이기 때문입니다. 일지라는 것은 직접 경험한 사실을 토대로 작성하는 기록으로 풀어낼 수 있는데, 실제로 이 앨범은 Cicada가 안개낀 산을 오르며 직접 경험한 여정이 음악으로 차곡차곡 담겨 있습니다.
Cicada는 안개낀 산, 흐르는 개울, 작은 오두막, 햇빛이 비추는 들판 등을 걷고 보는 일련의 과정을 음악으로 섬세하게 빚어냈습니다. 이 앨범이 단순히 자연물을 테마로서만 삼은 음악보다 더 감명깊게 다가온 건, 추상적인 접근이 덜 매력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자연을 묘사하기 위해 진실한 체험했다는 사실에서 신선한 감명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미가 울어대는 후덥지근한 여름날,이 앨범을 들으며 걸어가는 도중 제가 마치 산으로 향해 걸어가는 Cicada 멤버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는 험준한 첩첩산중을 오를만한 용기도 없고 이것 역시 그저 상상으로 만족하는 영역입니다. 하지만 저도 진실함을 담아내 만든 음악을 온몸을 다해 즐기고, 그런 음악을 구해 듣기위해 직접 발품을 팔고, 무엇보다 매미 소리가 들리는 길에서 매미(Cicada)를 명의로 삼은 그룹의 음악을 들으며 이런 리뷰글을 꼭 써야겠다고 다짐하는 등, 음악이 경험 내지 체험에 맞닿아 있는 순간을 생생하게 실감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Cicada를 알게된 계기는 연희동의 독립서점 유어마인드에서 FLAU 특집을 열었기 때문인데, 서점 현장에서 이 앨범을 구매한 덕분에 즐거운 경험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이 다양한 경험의 연속이고 그 안에서 음악이라는 문화가 군데군데 자리잡아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풍성해질 준비가 되어있는 셈입니다.
Official Website: https://cicadatw.com/
Bandcamp: https://flau.bandcamp.com/album/hiking-in-the-mist
https://cicada.bandcamp.com/album/hiking-in-the-mist
Spotify: https://open.spotify.com/album/3POFHE3boZiEeiCCbc08vf?si=VVOEshGTR1OuW23gru3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