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erse System - AD:PIANO Ⅲ
입문작이라는 개념은 기준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애니 입문작이 무엇인가요?" 하는 질문의 경우, '만화영화' 라면 투니버스에서 방영했던 「꼬마마법사 레미」 일 수도 있고, '인터넷에서 덕질했던 애니' 라면 플래시 애니 「나이트메어 시티」일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보통 '일본 애니' 라고 칭하는 '12화 단위의 TV 방영 애니 시리즈' 라면 「데스노트」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이처럼 입문작의 개념은 유동적이기 때문에, 저에게 "동인음악 입문작이 무엇인가요?" 하고 질문하면 다소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중학생 때 무료 음악게임 「Dancing Onigiri」를 플레이하기 시작한 때부터 Cranky님이나 OSTER PROJECT님의 음악을 알게 되었고, Rayark사의 음악게임 「Deemo」와 「Cytus」에 푹 빠졌을 때는 xi님이나 sakuzyo님의 개인 앨범을 구매해서 듣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이것을 '동인음악'이라기 보다는 '좋아하는 리듬게임 음악'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저에게 Diverse System의 「AD:PIANO Ⅲ」는, 동인음악이라는 장르의 음악을 기획하는 동인 레이블이라는 집단이 있고, 이 레이블의 기획하에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앨범을 내고, 이들의 앨범이 작품의 개념으로 선보일 수 있다는 개념에 대해 처음 알려준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아마도 '저의 동인음악 입문작' 이라고 한다면 「AD:PIANO Ⅲ」 가 가장 가까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AD:PIANO Ⅲ」는 피아노 음을 기조로 하는 컴필레이션 앨범 AD:PIANO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피아노 음을 사용했다는 기준은 하우스나 트랜스 같은 특정한 음악 장르가 아니라서, 음악에 대한 이론적 지식이 부족한 제가 봐도 솔직히 정통파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에 전자 피아노음을 곁들인 일렉트로니카 앨범에 가까워 보입니다. 실제로 수록 트랙도 피아노 + 트랜스 (Dedication) , 피아노 + 하우스 (LOVEWAVE) , 피아노 + 오케스트리얼 ( 秋桜の終わりの季節によせる抒情詩~ピアノとオーケストラのために~ ), 피아노 + 재즈 (White Pallete) 등, 제가 각 트랙이 지닌 다양한 매력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꽤나 들쭉날쭉한 편입니다.
이런 점을 보면 근본적인 뒷심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 동인음악에 대한 취향이 확고해질 무렵쯤에는 이전보다 덜 듣게 되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겨울 코믹마켓에 신보 「AD:PIANO VIVACE 2」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관심을 갖고, 크로스페이드를 듣자마자 바로 구매하기로 결심한 걸 보면 (* 놀랍게도 선물로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전히 저는 이러한 음악을 좋아하고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새삼 알 수 있었습니다.
동인음악이라는 개념에 좀 더 뚜렷한 생각을 갖게 될수록, 더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다채로운 음악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동인 레이블마다 저마다의 음악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사실도 알게되고, 그 중에서 제가 관심을 갖고 빠져들 만한 보석같은 음악을 발견하는 일은 지금의 저에게 있어 가장 즐거운 취미가 되었습니다. 최근 「AD:PIANO Ⅲ」를 다시 들으면서, 저를 구성하는 가장 소중한 취미에 대해 여러번 생각을 다지고 굳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세계에 발을 디디게 해준 입문작에게 감사합니다.
Bandcamp: https://diversesystem.bandcamp.com/album/ad-piano3
Spotify: https://open.spotify.com/album/3F8QBCWiPryNp7goVvbPEM?si=dDJDvrIMROOhs6v0AjxS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