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의 사사로운 일상
그이가 오랜만에 손을 내밉니다.
"가마 재임하는 것 좀 거들어 줄래?"
"언제 할 거야?"
"언제든.."
"다음 주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 오전이 비어 있어. 도와줄께."
월요일이 되었습니다.
빨래도 돌려서 널어야 하고 어제 담그려 했던 열무김치도 담가야 하고 온갖 집안일이며 마무리 지어야 할 것들이 머리에 가득합니다. 게다가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매주 화요일 가벼운 등산 약속을 했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습니다.
"자기야~ 오늘 재임하나? 뭐 도와 줄까?"
"딱히 필요한 건 없는데....
계속 나와서 곁에 있어야 그때그때 시키는데.. 게다가 무거운 거 들고 나르지도 못할 기고. 오늘도 바쁘나?"
"도와 준다고는 했는데 할 일이 태산이네."
"그냥 막실해라. 급한 것도 아닌데 내가 천천히 하지 뭐."
뭔가를 옆에서 거들어 주는 사람은 특별한 일 없이 항시 대기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우두커니 서 있어야 할 때도 있고 맹하게 앉아 있기도 합니다. 다른 일은 엄두를 낼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그이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일과 필요한 것을 거들어 달라고 할 때 바로 응답해 주는 일이 다입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식사 준비를 합니다.
그이의 공방 청소는 물론이고 조금씩이나마 거들던 시유나 재임 돕는 일을 관둔지 몇 년이 지났습니다. 나만의 일이 늘어나 하루가 벅차서 그이의 도움에도 서로 간의 시간 조율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생활의 틀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혼자 밥 차려 먹으라고 이르고 밖으로 나가는 일이 잦습니다.
먹거리를 잘 챙겨야 하는 몸을 가진 그이는 그럴 때마다 라면이나 인스턴트식품을 먹는 날이 늘어납니다. 서로 미안하고 서운하기도 합니다. 해가 갈수록 가장 가까이 비비며 사는 가족 간의 대화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배려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웁니다.
*시유: 낮은온도에서 구운 도자기에 유약을 입히는 과정
*재임 : 가마에 불을 지피기 위해 유약옷을 입은 기물을 가마안에 차곡차곡 넣는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