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이 작품은 2020년 장맛비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출판된 소설이다.
당시 나는 수행승의 신분이었고, 그래서 이 작품을 내어놓기가 무척 망설여졌었다.
그럼에도 못난 자식 떼쳐버리는 심정으로 출간을 결행한 것이었다.
애초에 '동백꽃 피고지고'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이 작품은 출간되기 4년 전쯤 <혼불문학상>에 투고했고 최종심에 올랐지만 아깝게도 고배를 마신 작품이다.
언제든 좋다. 반짝반짝 다듬어서 다시 세상에 내어놓으리라.
꿈은 깨어지기 위해 나타나는 것인지.
이 작품과 유사한 작품이 영화로 나와 버렸다. <도리화가>라는 작품이었다.
그 후 작품은 앓는이가 되어 나를 잠들지 못하게 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같은 작품 하나 쓰기 전엔 죽어도 죽지 못하겠다 했던 꿈이 자꾸만 치통처럼 부풀어 올랐다. 작품을 쓰기 위해 걷고 달렸던 취재여행길이 자꾸만 꿈속으로 소환되었다.
어느날 치통이 싹 사라지는 일이 있었다. 이 작품의 사장을 안타까워 했던 문우가 <도리화가>의 원작자를 알려주었는데 그 옛날 '동백꽃 피고지고' 라는 제목으로 투고된 이 작품을 최종심의 한 심사위원이라는 거였다.
사지를 늘어뜨리는 나에게 문우는, 뭐 그러느냐, 문학판에 흔히 있는 일 아니냐, 억울하면 작가로 빨리 출세하라 농담하듯 말했다.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루어지는 문학판이라고? 그렇다면 나는 문학을 떠나고 말리라.
패배자의 퇴굴이었다.
그렇게 문학의 변방을 돌며 결핍된 시간을 헤집다 초로의 나이에 만난 브런치스토리.
이 작품을 다시 한 번 내어놓고 싶은 마음 참을 길 없어 어려운 결정을 한다.
가볍게 읽어 넘기는 소설이 아니라 사랑과 예술의 깊은 혼 속에 빠져 한 번쯤은 허우적거리고 싶은 독자가 계시다면, 이 소설은 그런 독자를 위해 쓰여졌다, 감히 말씀 드리며 연재를 시작한다.
욕심을 부려본다면,
혹여나 이 작품을 만난 어떤 분이 이런 소설은 음성으로 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행운이 오기를 조심스레 바래도 본다. 소리도 못하는 사람이 우리 소리를 소재로 소설을 썼으니, 어찌 어여쁜 채선의 음성을 들어보고 싶지 않을까.
첫 연재일:2025년 9월 15일 월요일 pm 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