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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비 May 24. 2021

0. 아들아, 개구리 소리가 아우성이다.

2021. 04. 29. 비 오는 저녁에.






 회사에 우산을 놓고 왔다. 밤에는 비가 온다는데 이 늦은 밤까지도 나는 땅 밑을 지나고 있어서, 지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시골에 내려가 있는 아버지가 메시지를 보내오셨다.







 개찰구를 지나고 나서야 비 내음이 난다. 뒤늦게 아버지의 말을 이해했다. 비가 내린다. 하늘 위를 쉼 없이 내리긋는 빗줄기는 멈출 생각이 없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버스 정류장까지 걷는다. 빗방울이 머리와 어깨를 때려도 나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자동차와 열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요란한 것 안에 몸을 싣고 내린다. 다시 비를 맞으며 걷다가 문득, 살아있지 않은 것들이 내지르는 소리에 묻혀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빗방울이 아무리 나를 때려도 나는 울지 않았다. 빗방울이 집 앞 골목을, 화단을, 잎사귀를 때려도. 아무것도 울지 않았다. 집 앞에서 잠시, 숨 쉬지 않는 것들이 더 많이 살아있고 숨 쉬는 것이 더 많이 죽어있다고. 생각했다.



 집에 와 젖은 외투를 가볍게 털어내고 아버지가 보내온 메시지를 다시 읽는다. 그래, 아우성이라는 말은 마땅히 그렇게 쓰여야 한다. 먼 곳에서 아버지는 개구리의 아우성을, 살아있는 것의 외침을 전한다.


단 몇 줄의 메시지가 마음 위로 쉼 없이 떨어져 하루의 모든 언어를 내리치고 부순다. 불어오는 바람은, 내려오는 비는 살아있는 것을 알게 해 준다.


눈물을 글썽였다. 살아있다면 마땅히 울어야 한다. 노래해야 한다. 살아있는 것은 살아있는 곳으로 가야 해. 불 꺼진 거실에서 눈에 고인 빗방울을 털어냈다.



 도시의 빗소리는 외롭다.



2021. 04. 29

이자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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