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옹이가 자라더니 새끼를 낳았다. 애비는 언놈인지 모른다. 네 마리를 낳았는데 한 녀석은 차에 치여버렸고 두 녀석은 가출해서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남아 있던 소심이가 금세 어른이 되더니 새끼를 가졌다. 소심이도 네 마리를 낳았지만 두 마리는 수유 중 잃어버렸다. 남은 두 마리 중 암컷 한 마리가 분양되더니 수컷 달콩이만 남았다. 하옹이, 소심이, 달콩이, 이렇게 대를 두 번 이은 핵가족이 산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가족애가 넘친다. 달콩이를 가지기 전 소심이가 다 자랄 무렵, 저 멀리 트럭 밑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크게 들린다. 놀라 쳐다보니 하옹이가 길냥이 검둥이와 싸움이 붙었다. 덩치에 밀려 안 되겠던지 총알같이 도망 온다. 뒤따라 쫓아온다. 때마침 소심이가 후다닥 뛰쳐나오더니 허리를 추켜세우며 하악질을 해버린다. 놀란 검둥이가 쏜살같이 달아나버렸다. 덩치 작은 녀석이 엄마를 지켜내는 모습이다. 어찌나 갸륵하던지.
공장 주위는 골목대장 망태(수컷)와 검둥이(암컷)가 항상 배회한다. 녀석들에게 사료를 챙겨주기 때문이다. 한바탕 난리 치른 후 소심이는 검둥이가 보이기만 하면 달려가서 혼내준다. 그때마다 검둥이는 꼼짝없이 당하고 만다. 사이좋게 지내라며 다독여 보아도 잘 안 된다.
그때까지도 소심이는 엄마 젖을 물곤 했었는데, 이제 지 새끼를 낳았다고 엄마 젖은 쳐다보지 않는다. 달콩이 아비는 망태다. 새끼가 보고 싶은지 마누라가 보고 싶은 건지, 가끔씩 공장 입구에서 도망도 안 가고 어슬렁 거린다. 문 열어 주면서 들어오라고 손짓해 보지만 멍하니 쳐다만 본다. 그리곤 어기적어기적 어디론가 사라진다.
어느덧 달콩이도 어른이 되어간다. 할멈이 홅아주던 정성을 기억하는 건지, 틈만 나면 하옹이 품에 안겨 잔다. 일어나면 서로 핥아주느라 정신없다. 가족애를 보노라면 내 마음도 포근해진다. 이 맛에 고양이를 키우나 보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소리는 거짓말이지 싶다. 내 암만 봐도 고양이가 상팔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