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답을 경계하는 이유

입맛도 바뀌는데 생각이라고 안 바뀌겠어?

by 움직이는케이

나는 오리지널 한식파다. 빵, 디저트, 간식은 잘 안 먹는다. 하얀 쌀밥에 곁들여진 국과 반찬, 한상차림을 좋아한다.


그런 내가 스무 살 초반,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다. 영어도 영어지만, 밥이 걱정이었다. 캐나다 도착 다음날, 먼저 가 있던 친구 2명과 반가운 상봉을 한 후 첫 끼니를 마주했다. 두툼한 도우에 치즈가 잔뜩 올라간 서양식 피자였다. “큰일이네… 난 쌀밥을 먹어야 하는데.” 그날 나는 한 조각을 겨우 먹고, 굶주린 배를 움켜잡았다. 앞으로 비싼 한국식당만 찾아야 하나 싶은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서 그 걱정은 무의미해졌다.


나는 피자를 주식 삼고, 느끼한 맥앤치즈를 미친 듯이 만들어 먹었다. 달달한 건 싫다던 내가 매일 마트를 찾아 라이스크리스피를 사들고 먹기 바빴다. 그 마트 내 제품 재고의 20% 정도는 내가 소비했을 거다.


결국엔 몸무게가 10kg 이상 증가했다. 부모님은 동생이 보여준 내 사진에 “네 누나일리가 없잖아”라며 부정하셨고, 한국 입국할 때도 날 못 알아보셨다.



이 경험은 한참 뒤,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한식만 고집하던 내가 피자를 주식 삼아 살았듯 기본적인 식습관도 변하는 데, 하물며 생각이라고 똑같을까?


인간은 환경과 상황에 따라 적응하고 변한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릴 수 있고, 오히려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는 거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단정 짓는 말은 피한다.


인생은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인 만큼 매 순간 답이 바뀐다. 나는 가끔 한 발 떨어져 관찰하고, 바뀌는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조율할 뿐이다.


정답에 집착하면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갈 유연성을 잃는다. 때론 어른들의 투박한 말속에서 삶의 지혜를 찾을 수 있다.


"정답이 어딨어. 그냥 그때그때 맞춰 사는 거지~"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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