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에서 어른으로, 그렇게 자라고 있다
며칠 전, 동네 마트 계산대 줄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허하게 무표정으로 서 있었다.
내 품에는 아이들에게 줄 바나나와 복숭아, 그리고 군것질거리가 잔뜩 안겨있었다.
맨 앞에 아기 엄마가 서 있었다. 그렇게 어려 보이지도, 나이 들어 보이지도 않는 젊은 엄마였다.
공간이 좁아 계산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유모차를 두고, 울고 있는 아기를 달래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엄마의 말이 흘러나왔다.
"괜찮아, 괜찮아. 뚝! 아가, 엄마 여기 있어."
겉으로는 분명 엄마의 모습이었지만, 그 얼굴 너머로 비치는 앳된 표정에서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들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은 여자에서 엄마로 넘어가는 경계를 지나는 것 같았다. 마치 어제까지 누군가의 딸이었던 사람이 오늘 갑자기 누군가의 엄마로 서 있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 이렇게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당당히 술집에 들어갈 수 있는 성인이 된 기쁨을 만끽하던 20대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어른'이라는 말이 전혀 낯설지 않다.
무수히 지나온 시간 속에서, 우리는 하나씩 책임감을 손에 쥐며 어른으로 성장했다.
문득 돌이켜보면 내가 그랬다. 결혼을 하고, 가족을 꾸리고, 새로운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씩 배워갔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생긴 책임감 속에서 가족과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달려왔다.
어느 순간, 삶을 살아가는 관점 자체가 달라졌다.
그 모든 순간이 나를 어른으로 만들었다.
그러다 마주한 아기 엄마의 모습에서 예전의 내 모습이 겹쳐보였다.
“맞아. 나도 저랬지. 저런 표정 지을 때가 있었는데.“그때 나를 지금의 내가 봤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사회로 나온 그 순간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 어른으로 자라고 있었다. 만 19세가 되면 저절로 되는 성인과 다르게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어른’이라 부른다.
그렇다. 우린 어른이었다.
책임을 지고, 선택을 하고, 삶을 살아내는 사람.
그리고 그 사실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너무 당연하게 살아왔기에, 문득 돌아보고 흠칫 놀랄 뿐이다.
어릴 적 “난 커서 언제 어른이 될까?”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나는 이미 어른이 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