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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ato Won Dec 21. 2020

3-6 개인의 행동이 간섭 받는 이유와 사회적 간섭




개인의 행동이 간섭받는 이유

햇볕이 있어야 난도 자라듯 개성도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 자유의 허용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간섭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 어떠한 감정을 가져서도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 이런 일은 가능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만일 어떤 사람이 좋은 자질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은 존경의 대상이 될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

천박하거나 타락한 사람들이나 즐길 법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가 혐오나 경멸의 대상이 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이러한 사람에게 해악을 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우리는 누구든지 다른 사람에 대해 품고 있는 유쾌하지 않은 기분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드러낼 권리를 가진다. 그것은 그 사람의 개별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개별성을 발휘한다는 차원에서 더 존중되어야 한다고 밀은 보았다.


자기에게만 관계되는 결점을 가진 사람이나 절제하는

삶과 거리가 먼 사람, 그리고 패가망신하기 좋은 탐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품격 높은 감성과 지성은 마다하고 동물적인 쾌락만 좇는 사람은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평판이 나쁘리라는 점을 각오해야 한다. 이는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판단을 하는 데에 따른 불편함을 느끼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남에게 해를 주는 행동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 정당한 권리 없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고 타격을 입히는 것, 거짓으로 또는 겉과 속이 다르게 사람을 대하는 것, 불공정하게 또는 관대하지 못하게 남의 이득을 얻는 것, 심지어 다른 사람이 위험에 빠졌는데 모른 척하는 것, 이것들은 도덕적 비난을 받거나 심각한 경우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처럼 직접적인 행동이 아니라 그런 행동을 유발하는 성향도 비도덕적이라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 잔인한 기질, 악의적이고 나쁜 인성, 질투, 위선과 불성실, 별것도 아닌 일에 곧잘 화를 내는 것, 옳지 못한 대접을 받았다고 지나치게 분노를 느끼는 것, 다른 사람에게 위세 부리기를 즐기는 것, 자기 몫 이상을 얻으려고 욕심을 부리는 것, 남을 깎아내림으로써 만족을 얻는 자만심, 특히 자기와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것만 생각하고 모든 문제를 자기 입맛대로 결정하는 이기심 등은 모두 부도덕한 것으로, 나쁘고 혐오스러운 성격을 만든다.


앞서 말한 자기에게만 해당되는 결점들은 도덕적으로

나쁜 것이라 할 수 없고, 또 현실 속에서도 그렇게

부도덕한 결과를 낳지 않는다. 자기 자신에게만 관계되는 결점들은 인격적 존엄과 자존심을 결여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일 따름이다.


하지만 비도덕적인 결점은 그로 인해 개인이 스스로 보살펴야 할 타인의 권리가 침해 되는 것이므로, 바로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된다. 사려 깊지 못하고 인간적

존엄을 지니지 못한 탓에 타인에게 대접받지 못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한 까닭에 비난받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규칙을 위반했다면, 그가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는

그에게 응징을 가해야 하고, 징계의 표시로 고통을 주어야 하며 그 처벌이 무겁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사회는 공동체이고 공동체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행동 규범이나 규율이 필요하다. 그 규율을 지키지 않음으로 자신에게만 피해를 입힌다면, 그는 그로 인해 경멸과

비난의 대상의 될지언정 사회적 간섭을 받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의 행동으로 타인이 피해를 받는다면,

그의 행동은 제한을 받게 되고 처벌이라는 징벌이

따라야 한다.


요(要)는 개인의 행동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느 부분부터는 제재를 가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문제가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개인의 개별성이 마음껏 발휘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사회 공동체의 유지에 필요한 간섭의 한계를 정하는 것, 그것이 『자유론』의 핵심 내용이다. 조직이나 국가나 개인의 개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한계를 결정짓는 문제는 조직의 발전이나 자유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과제로 연구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개인의 취향에 대한 사회의 간섭

개인의 취향에 관계되는 것을 사회가 간섭할 수 있을까? 유행을 좇지 않고 살아가는 아프리카 사람들은

미개인인가, 자유인인가?
무슨 일이든 주변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면 자기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과 다른 사람과 관계되는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누군가 스스로 자신의 재산에 손해를 입힌다면 그는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그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회 전체의 부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자신의 육체적ㆍ정신적 능력을 퇴보시킨다면, 그는 일정 부분 자신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행복을 망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그들의 자선이나 보호를 받는 짐스러운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설령 잘못된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직접 해를

끼치진 않더라도, 바람직하지 못한 본보기가 되면서 해를 끼칠 수도 있다. 결국 자기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어떨까?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절제심이 약하거나 낭비벽이 심해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고 자식 교육을 시키지 못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반면 어떤 사람이 아주 신중한 검토

끝에 사업에 투자했다가 돈을 모두 써서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고 자식 교육을 시키지 못한다면 그때도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두 경우 모두 비난받는 이유는 가족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해서이지, 낭비벽이나 사업 때문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이익과 감정을 배려하지 못한 간접적인

이유가 되는 개인적 실수에 대해서는 비난할 수 없다.

여기서 다른 사람에게 주는 영향이란 ‘어떤 행위가 낳는 최초의 직접적인 결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밀은 어떤 의무도 침해하지 않고 다른 누구에게 손해를

주지 않는 행동으로 인해 사회에 간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것이라면 이 정도의 불편은 자유라는 좀 더 큰 목적을

위해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한 나이가 들었어도 스스로 살아가기가 부족한 사람이라 해도 사회가 개인의 사적인 문제에 대해서까지 명령하고 복종을 요구하는 권한은 필요하지 않다고 보았다.


사회가 개인적인 행동에 간섭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그런 간섭이 잘못된 곳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싫어하는 행동을

자기에게 해를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확실한 것은

개인의 취향과 개인에게만 관계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가 간섭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싫어하는 행동을

자기에게 해를 주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사회는

개인의 행동에 간섭할 때 자신의 기호를 도덕적 법률로 포장한다.


몇 가지 사례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서로 다른 종교적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상대방이 그들의 종교적 금기

사항을 실천하지 않는다는 하찮은 이유로 반감을

가진다. 이슬람교도들은 기독교인이나 유럽인이

돼지고기를 먹는 걸 극도로 증오하며, 그것이 자신들의 종교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왜 그토록 심한 반감을 품는지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다. 이슬람교도가 대부분인

나라에서 어느 누구도 돼지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고, 대중 여론이 도덕적 권위를 내세워 이를 강제한다면 이것은 정당한 일이 될 수 없다.


또 다른 예로 스페인 사람들은 로마 가톨릭 교회가

인정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신을 숭배하는 것을

불경으로 간주했다. 밀이 살던 시대에 스페인에서는

다른 형식의 종교 예배는 금하고 있었다. 또 남부 유럽 사람은 결혼한 성직자를 경멸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뉴잉글랜드와 공화국 시절의 영국처럼 청교도들이 권력을 장악한 곳에서는 공공 오락 시설,

나아가 개인 오락 시설까지 없애 버리려 했고, 실제로

상당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특히 음악과 춤, 단체 놀이 또는 기타 기분풀이를 위한 군중집회와 극장이 그 대상이었다. 영국에서는 오늘까지도 도덕과 종교를

내세워 이런 오락을 완강히 거부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밀은 또 다른 예로 술 판매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들었다. 미국의 절반을 차지한 곳과 영국 식민지 한

곳에서 벌어진 일인데 치료용을 제외한 모든 술의 제조를 법으로 금지했었다.


그러나 실제 집행이 어려워서 미국 여러 주에서 폐지되었음에도 영국에서는 이런 법을 제정하기 위한 맹렬한 움직임이 있었던 적이 있다. 이를 위해 결성된 ‘연대’라는 조직의 사무총장이 내세운 논리는 이렇다.
“내 사회적 권리가 다른 사람의 사회적 행위에 의해 침해당한다면 언제든지 내가 시민으로서 가진 권리에 입각해서 그것을 막을 입법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독한 술을 판매하는 것 따위는 분명히 나의 사회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끊임없이 사회적 무질서를 초래하고 조장하여 안전이라는 나의 기본권을 해친다. 또 내가 세금을 내서 도와주어야 하는 불쌍한 사람들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내 주변을 위험한 것들로 둘러싸고 사회를 쇠퇴하게 만들며 풍속을 문란하게 함으로써 자유롭게 도덕적ㆍ지적 발전을 도모하려는

나의 권리를 방해한다.”


이 말에는 ‘누구든 사소한 것이라도 어기면 이는 곧 나의 사회적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라는 논리가 깔려 있다.

이런 괴물 같은 원칙은 그 어떤 자유의 간섭보다

위험하다고 밀은 말한다. 밀의 주장에 담긴 요지는

개인의 취향과 관계되는 것을 사회가 도덕적 법률이라는 잣대로 명령하고 간섭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가 개인의 행동에 간섭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그런 간섭이 잘못된 곳에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밀은 개인의 자유로운 행동이 보장되어야 역사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해서 사회적 제재나 간섭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류는 치열한 투쟁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획득하였으나, 현대인들은 스스로 타인의 시선에 갇혀 자신의 개성과 자유를 포기하려는 듯한 행동을 취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유행을 좇는다는 것은

자유일까, 구속일까?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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