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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아리스토텔레스의 글쓰기, 시학

by Plato Won
Plato Won 作
Plato Won 作

예술은 어떻게 생겨났고, 왜 인간만이 예술을 즐길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의 기원을 ‘미메시스’, 즉 모방에서 찾습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모방 본능이 강하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면서 행동 방식을 처음 익힙니다. 또 예술 작품을 만들고 감상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세상을 배워 나갑니다.


고난을 극복해 가는 영웅들이 등장하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최고의 도덕 교과서였습니다. 그리고 비극이 상연되는 극장은 고귀한 주인공에게 닥친 불행을 지켜보면서 삶의 지혜를 배우는 철학적 공간이었습니다.


비극과 서사시를 통해 문학의 본질과 원리를 밝힌 <시학>은 세계 최초의 문예 비평서입니다.

이때 ‘詩’는 문학의 한 갈래가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음악적인 언어의 구조물’을 가리킵니다.


시학에서 비극에 대한 설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비극이 서사시보다 우월

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비극은 공연상의 제약 때문에 사건을 압축적으로 제시하다 보니 구성이 짜임새 있어야 하고, 음악과 무대 연출도 추가됩니다.


비극은 완결성 있고 일정한 길이를 지닌 전체적인 행동을 모방합니다. 높은 신분의 주인공이 실수나

결함 때문에 불행으로 추락하는 과정에서 관객은 연민과 공포를 느낍니다. 그리하여 마음속의 감정을 배설하듯 표출함으로써 쾌감을 얻고 정신적 안정을 찾는데, 이것을 '카타르시스'라고 합니다.


카타르시스는 여러 행동과 사건을 인과 관계를 통해 하나의 통일된 이야기로 결합한 플롯에 의해 극대화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에 있을 법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개연성 덕분에 비극이 보편성을 지닐 수 있고,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며 고차원적이라며 극찬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예술관은 플라톤과 대조를 보입니다. 플라톤은 예술가들이

참된 지식과 올바른 믿음 없이 젊은이들을 미혹

한다고 여겨 ‘시인 추방론’을 주장했습니다.


이데아의 모방인 현실 세계를 다시 모방한 예술은 진리로부터 두 단계나 떨어져 있으므로 인간의

영혼을 병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진리를 찾아내어 모방한다는 점에서 예술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그가 카타르시스에 주목한 것은 감정이 덕의 실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타고난 욕구를 이성에 순종하도록 이끌기 위해서는 마땅히 기뻐해야 할 것에 기뻐하고, 마땅히 고통스러워해야 할 것에 고통스러워하는 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비극은 주인공의 인생 역전을 통해 적당한 수준의 공포와 연민을 느끼고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해 줍니다. 그 결과 관객은 자신의 감정을 개인과

공동체에 유익한 방향으로 조절하는 법을 배웁니다.


성숙한 인격의 형성과 덕의 실천을 목표로 삼는다는 점에서 비극은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최선의 삶을 향해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이정표라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의 선비는 매일 아침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을

말합니다. 아테네의 시민은 매일 아침 철학책을

읽고 오후에 아고라 광장에 나가 토론을 즐기는 사람

을 일컫는 말입니다.


일득록(日得錄), 매일 글을 읽고 한 가지 깨우침을

얻어 글로 기록한 책입니다.


조선 왕조 최고의 '好學 군주'로 일컬어지는 정조대왕

은 매일 글을 읽고 하루 한 가지씩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를 지켜보던 신하들이 기록한 문서가

'일득록'입니다.


조선 후기 '영정 시대 르네상스'로 알려진 문예부흥기

는 바로 정조대왕의 일득록 덕분이었습니다.


눈으로 읽는 독서에 머물지 않고, 읽고 직접 쓰는

독서로, 읽고 쓰는 독서에 머물지 않고, 읽고 쓰고

사유하고 질문하는 독서로 두 걸음 더 나아가는

독서를 실천하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성인의 스승, 이라스토텔레스의 명성은

시학에서 기술한 그의 글쓰기 습관이었습니다.


읽는 사람에게 울림이 전해지는 유의미한

글쓰기는 기교가 아니라 독서 후 사유와 질문

하기를 통한 깊은 깨달음의 결과입니다.


글을 읽고 쓰고 사유하고 질문하는

<생각열기 독서>를 습관화하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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