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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사회라는 괴물과 함께 산다는 것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과 정치학

by Plato Won
Plato Won 作
Plato Won 作
홉스 '리바이어던'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동시에, 일상생활을 유지하게 해 주는 토대이기도 한 사회. 이러한 개인과 사회의 관계는 정치 철학의 토대가 되는 유서 깊은 주제입니다.


사회의 여러 형태 중에서도 개인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가’는 근대 들어서 처음 등장합니다.


‘칼과 홀을 들고, 왕관을 썼으며, 온몸이 여러 인간들의 모자이크로 이루어진 거대한 형체.’


근대 국가의 최초 모델은 리바이어던이라는 괴물입니다. 홉스는 절대 권력의 필요성을 정당화하면서, 국가란 ‘구성원들로부터 자연권을 양도받아 막강한 주권을 행사하는 초인적 존재’라 보았습니다.


인간 본성 실현의 장인 폴리스가 자연 발생했다고 본 고대와 달리, 근대에 이르면 국가는 자기 보존과

질서 유지를 위한 계약의 산물로 자리매김합니다.

그런데 이로 인해 딜레마가 생겨납니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 주어야 할 국가가 오히려 개인 위에 군림하고 지배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로크는 국가가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괴물로 변할 경우, 구성원들은 이 정부를 교체할 수 있는 저항권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더 나아가 루소는 개인이 권리를 전부 양도하여 국가와 일체가 될 것을 강조합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반의지, 즉 법에 따라 통치하면 국가가 괴물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후 마르크스는 빈부 격차의 심화라는 자본주의의 폐해에 주목하여, 국가라는 괴물을 아예 제거하고자 합니다. 더 많은 재화를 소유하려는 계급투쟁의 고리를 끊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실현하려면, 노동자 계급이 단결하여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로크와 루소, 마르크스의 주장 역시 딜레마에 빠집니다. 한 가지 측면을 지나치게 부각한 결과, 사회라는 괴물을 완전히 제어하거나 제거하는 대신에 또 다른 괴물을 낳은 것입니다.


로크는 개인의 소유권과 자유만 적극적으로 보장되면 사회가 번영할 거라고 낙관한 나머지, 경제적 불평등을 간과했습니다.


루소의 경우 일반의지를 가장한 다수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전체주의에 의해 악용되었습니다.


마르크스도 권력을 독점한 지도자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공산주의 국가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습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자신마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집단, 당파, 민족, 시대 등에는 예외 없이 광기가 존재한다고 본 니체는 <선악의 저편>에서 이렇게 경고합니다.


이처럼 인간은 사회를 견제해야 하면서도, 스스로 괴물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을 동시에 안고 있는 존재입니다.


군중 심리에 휩싸여 이성적인 판단을 못 하는 개인

역시 작은 괴물입니다. 마음속에 괴물을 품은 채로 사회라는 더 큰 괴물과 함께 살아가는 운명을

타고났기에, 인간은 철학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근간은 행복론입니다.

인간의 궁극적 목적인 행복을 실현하려면 개인은 윤리적이어야 하고, 사회는 정치적이어야 합니다.


매사에 사유하고 질문하는 ‘관조적 삶’을 실천하며,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것. 그것만이 현대 사회라는 괴물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는 유일한 길입니다.


"성찰한 지 않는 삶은 도둑맞은 삶이다."라는

소크라테스의 성찰을 20세기의 지성 리셀은

"자신만을 위한 지식은 인류의 칼이 된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식이 유용한 도구이나 가장 위험한 칼이 되기도

하니, 지식은 곧 괴물을 잉태하는 뿌리이기도 합니다.


지식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첫 번째 덕목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매일 성찰하는

것입니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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