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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ato Won May 11. 2024

그가 유죄인 이유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Plato.Won 作,풀속에 숨어 피어나는 푸른 들꽃도 생각없이 그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죄가 될까?

"그는 근면하고 성실했다. 그러나

아무런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유죄다."


독일 출신의 미국 정치철학자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이론철학자 중 한 사람이었던  

한나 아렌트가 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에서 밝힌 내용이다.


나치 정부에 부역한 나치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은

세계 2차 대전 유대인 학살 주범이다.

그는 전쟁이 끝난 후 몰래 아르헨티나로 숨어 들어가

신분을 속이고 15년을 살다  이스라엘 비밀경찰에 체포되어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는다.


이 재판과정 전체를 지켜보고 기록한 책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다.


이 재판에서 아이히만은 수백만 명의 유대인 학살을 집행한 핵심주범이었음에도 그는 어떠한 후회나

양심의 가책을 갖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히만은  지극히 평범하고 성실한

사람이었으며 자신은 단지 국가가 시킨 임무를

충실히 집행한 것이 무엇이 죄가 되냐고 되묻기도 하였다.


이 8개월의 재판과정 전체를 지켜본 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유죄의 원인을 '사유의 부재'로 지목하며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도출한다.


악은 구체적인 악인이나 형상화된 악마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행동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이 '악의 평범성'의 개념이다.


한나 아렌트는 그 이유를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자'즉 '사유의 부재'

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한나 아렌트는 이런 사유의 부재로 인해 악의 평범성

을 초래하는 이유를 '언어와 인정욕구'에서 찾고 있다.


아이히만이 재판과정에서 사용한 언어는 극히 상투적이고 관습에서 나오는 진부한 표현들이었다.

.

그는 현실을 그대로 보지 못하고, 전체주의적 이념의

틀에 갇혀 생성된 언어가 그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정욕구다.

직무를 수행하는 입장에서 명령에 따라 자신이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했으므로 자신의 행위는 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한나 아렌트는 이 재판을 지켜보면서

아이히만의 유죄의 원인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는 근면하고 성실했다. 그러나

아무런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유죄다."


사유의 부재가 중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2,500년 전 소크라테스는 어떻게 알고 심각한

얼굴표정을 짓고 살았을까.


그런 소크라테스의 얼굴을 보고 니체는

이렇게 평하고 있다.


"그의 얼굴은 그 자체로 이의제기다."


역사적으로 추남의 대명사 소크라테스의 얼굴에

철학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니체, 세상사람들은

니체의 난해한 문체에 이의제기를 하고  있다.


잘못된 세상에 이의제기 하지 않고

생각 없이 살면 다 유죄다.


생각 없이 멍때리면 유익한 명상이고

생각 없이 行하면 유해한 죄악이다.


Plato Won


세상에 대고 이의제기하는 소크라테스의 얼굴
니체의 철학서들은 난해한 문체로 항상 이의제기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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