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과 법의 본질,법은 공기와도 같아

2-5,루소 사회계약론 추상화 읽기

by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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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과 법의 본질

(1) 입법의 달인, 리쿠르고스


‘입법자가 기계를 발명하는 기술자라면,

통치자는 그 기계를 조립하여 작동하는 직공에 불과하다.’


루소는 위대한 통치자가 드물다면 위대한 입법자는 더 드물다며, 스파르타의 전설적인 입법자, 리쿠르고스를 언급합니다.


리쿠르고스는 기원전 7세기경 법과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스파르타를 강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이지요.


왕의 차남으로 태어났던 그는 해외에서의 오랜 망명 생활로 크레타, 이오니아 등을 비롯한 각국의 문화와 제도를 두루 접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조국의 부름에 귀국한 리쿠르고스는 개혁을 단행합니다.


그는 28명으로 구성된 원로원을 창설하여 국가의 중대사 결정에서 왕과 동등한 권한을 갖게 함으로써, 왕정과 민주정을 결합한 정치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그의 개혁은 철저하게 법에 의해 시행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리쿠르고스 자신이 누구보다 솔선수범하여 법을 지켰다고 합니다.


리쿠르고스는 토지를 공정하게 분배하고, 사치를 금지했으며, 식사는 공동 식사장에 모여 같은 음식을 먹도록 했고, 결혼과 출산까지도 법으로 규정했습니다.


청년들과 여성들에게 체력 단련을 명하는 한편, 유소년들을 한곳에 모아 공교육을 실시하기도 했지요.


그는 구성원들이 높은 덕을 가져야만 이상적인 국가가 실현된다고 보고, 스파르타인들이 절제를 통해 검소함과 강인한 체력을 기르고, 스스로 만족하며 자유인으로 살아가기를 염원했습니다.


조국을 위한 법을 제정할 때,

가장 먼저 왕위를 포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 리쿠르고스.


인간을 지배하는 자가 법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면, 법의 지배자 또한 인간의 지배자를 겸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법이 입법자 개인의 욕망을 실현하는 데 쓰이는 순간, 신성함을 상실한 법은 불의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2) 흐로티위스와 자연법


루소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 서문에서, 자연법의 두 가지 원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안락과 생명 보존에 큰 관심이 있다는 것,감성적 존재로서 타인의 고통과 죽음 앞에 혐오감을 느낀다는 것이지요.


이때 ‘자연법’이란 인간이 지닌 이성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법입니다.


실정법이 민족이나 사회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반면, 자연법은

민족·사회·시대를 초월하여 보편타당성을 지니는 것이 특징이지요.


자연법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철학, 로마의 스토아학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언제나 동일한 효력을 지니는 자연법이 인간의 판단에 따른 실정법의 정의와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스토아학파는 자연법이 '올바른 이성'에 맞는 평등한 법이라 보았고,

키케로도 ‘진정한 법은 모든 인간 안에 스며 있는 올바른 이성’이라 했지요.


그러다가 중세로 넘어오면서 신 중심 세계관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신의 의지라는 초월적 원리를 중시하는 중세 자연법은16세기 이후 종교 개혁과 과학 혁명으로 한계에 부딪히지요.


그리하여 등장한 것이 근대 자연법인데, 이를 대표하는 법학자가 ‘휴고 그로티우스’라는 영어식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휘호 흐로티위스입니다.


1583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변호사 출신으로, 국제법의 기초를 확립한 『전쟁과 평화의 법』을 집필하여 오늘날 ‘국제법의 아버지’라 불리고 있지요.


『전쟁과 평화의 법』에서 흐로티위스는 사회생활에 대한 욕구를 가리켜 “지성이 명령하는 바에 따라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평화롭고 조직적인 사회를 이루려는 경향”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는 인간의 지성을 인정하면서,

구성원들 간에 신의를 지키는 일이야말로 법질서의 근본이라 주장하지요.


근대 자연법사상은 계몽주의자들에 의해 발전되어 사회 계약설, 국민 주권 원리 등에 이론적 배경을 제공했고, 미국의 독립혁명과 프랑스 혁명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3) 추상화 이해하기



이제, 진정한 법의 목적과

입법자의 조건에 대해 생각하면서 추상화를 살펴볼까요?


하늘을 향해 펼친 손 위로 가만히 떨어지는 깃털 하나.

‘손’은 시민의 투표권을,

‘깃털’은 사심이 없어야 한다는 입법자의 조건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나무’는 국가를,

무성한 ‘나뭇잎’은 국민들이 지닌 일반의지를 의미하지요.


손은 깃털뿐만 아니라 나무와 잎사귀들까지 받쳐 줍니다.


이는 일반의지의 기록이 법이고,

이 법이 국가를 이루는 근간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일반의지를 자연의 일부인 나뭇잎으로 표현한 것은 국법보다 자연법이 우선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때, 강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깃털!

현명한 입법자가 덕을 갖추지 못한 국민들에게 일반의지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군요.


손목을 감싸고 있던 나뭇잎들이 어느새 자라서 풍성해졌습니다.


이는 법이 일반의지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야말로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임을 의미합니다.


루소는 사회 계약이 국가에 생명을 불어넣었다면, 법은 국가가 계속 활동하도록 하는 유일한 동력이라고 강조합니다.


‘법에 의해 다스려지는 모든 국가는 공화국’이라고까지 단언할 만큼

국가의 근간으로서 법을 중시한 루소.


우리 삶에 법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공기처럼 늘 곁에 있어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게 어떨까요.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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