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도덕,철학 안에서 행복을 꿈꾸다

4-4,루소 사회계약론

by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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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도덕,

철학 안에서 행복을 꿈꾸다

(1) 정치는 도덕의 완성


“너 자신을 알라.”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새겨진 문구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이 말에서 영감을 얻어, ‘무지(無知)의 지(知)’를 주장합니다.


‘나 자신이 아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뿐’이라며 진리 앞에서 겸손한 태도를 보인 것이지요.


이는 ‘자연’을 탐구했던 기존의 철학에서 벗어나 철학의 탐구 대상을 ‘인간’으로 옮긴 최초의 발상이었습니다.


‘진리의 산파’ 소크라테스.

누명을 쓰고 법정에 선 그가 스스로를 변호하고, 사형 선고 이후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서양 철학사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닙니다.


‘불의한 삶을 사느니, 정의로운 죽음을 택하겠다!’


철학이 정의의 근원으로 자리 잡은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철학적 순교’라 할 수 있지요.


불의에 의해 세상을 떠난 스승을 지켜본 플라톤은 본격적으로 ‘정의’의 문제를 탐구했고, 그 결과 『국가론』이 탄생합니다.


플라톤은 국가와의 연관성 속에서 개인의 올바름을 찾고자 했습니다.


이상 국가의 필수 조건으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지요.


특히 통치자에게는 지혜의 덕목이 요구되는데,이는 눈으로 보이는 모습 너머 사물의 본질을 바라봄으로써

‘좋음의 이데아’를 깨우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강한 사람이 더 많이 갖는 것이 정의’라는 생각이 판을 치던 당시 상황에서, 정치를 ‘좋은 삶’이라는 주제로 풀어낸 것은 획기적인 발상입니다.


(2) 정치는 현실! 도덕과 분리하라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이상적이라며 반기를 들고,

자연 탐구를 중시하는 현실적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는 모든 사물이 자기 안에 이데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여,주어진 상황에서 인간의 최고선을 찾아내려는 ‘실천적 지혜’를 강조했지요.


이상보다 현실에 주목하는 변화는 르네상스기에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욕망에 충실하려는 인간 본성과 다양한 세력이 갈등을 빚는 현실을 긍정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사상은 ‘이상과 규범’에 치우쳐 있던 서양 철학의 무게중심을 ‘인간과 현실’로 돌린

큰 줄기라 할 수 있지요.


『군주론』은 군주의 처세술 모음집으로 착각하기 쉽지만,마키아벨리가 정치를 도덕으로부터 분리하고,

‘군주는 국가 존속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는 ‘국민의 행복’이야말로 공동체의 발전을 가져다주는 최고의 실리일 뿐만 아니라,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임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3) 정치와 도덕의 조화


근대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개인의 발견’입니다.


르네상스와 종교 개혁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신과 공동체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차츰 벗어났습니다.


그 결과, 자유의지와 이성을 바탕으로 주체적인 판단을 내릴 줄 아는

인간의 자율성에 주목하게 되었지요.


문제는 개인이 저마다의 의지만을 따를 경우 갈등이 동반될 수밖에 없으므로,

개인과 개인, 그리고 개인과 공동체 간의 조화가 강조되기 시작합니다.


정치는 개인이 개별적인 주체이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조화를 이루는 데 중요한 시스템이고,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국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구성원들에게 자유와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최선의 정치 체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게 됩니다.


근대에 이르러 ‘국가’를 비롯하여

‘자유’와 ‘평등’ 같은 개념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고,이들 개념이 오늘날 우리가 아는 의미로 자리 잡게 된 것도

이 때문이지요.


『사회계약론』에서 루소는 구성원들

간의 사회 계약으로 국가가 탄생했으며,

모두의 마음속에는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일반의지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일반의지로 법을 만들고 여기에 복종할 때,개개인은 자신과 국가의 주인이자 자유로운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지요.


루소는 개인과 공동체를 결합시켜 주는 ‘일반의지’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

‘정치’와 ‘도덕’이 조화를 이룬 사회를 꿈꾸었던 것입니다.


(4) 추상화 이해하기


정치는 현실을, 도덕은 이상을 추구합니다.


정치와 도덕은 서로 대립하면서도 협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플라톤은 도덕적인 정치를 통해 이상 국가를 실현하고자 한 반면,

마키아벨리는 철저하게 실리를 추구하는 정치를 통해 현실 국가의 기반을 다지고자 했습니다.


이 과의 추상화는 ‘이상’을 중시한 플라톤과 '현실’을 중시한 마키아벨리를 모티브로 삼아, 정치와 도덕의 관계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추상화를 함께 살펴보며, 우리 삶에서 정치와 도덕 그리고 철학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까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칠흑 같은

어둠 속, 누군가의 손에 들린 횃불 하나.

주위에 깔린 어둠이 짙으면 짙을수록

횃불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철학’은

시대의 어둠을 걷어 내어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동시에,

개인과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었던 횃불과도 같습니다.


이때 개인 차원의 정의를 다루는 것이 ‘도덕’이라면,공동체 차원의 정의를 다루는 것은 ‘정치’입니다.

하늘과 땅, 이상과 현실을 연결하듯

기다랗게 늘어져 있는 구조물.

수직으로 된 흔들다리처럼 보이는 이 형상은 수많은 책으로 이루어진 탑입니다.


인류의 문명과 역사를 상징하는 이 책탑을 배경으로,손을 맞잡고 있는 두 사람이 보이는군요.


한 사람은 한쪽 손으로 탑 상단을

붙잡고 더 높이 올라가려 애씁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아래에 발을 딛고 서서 동료를 아래로 끌어내리려 하고 있지요.


여기서 상단의 인물은 이상주의자 플라톤을,하단의 인물은 현실주의자 마키아벨리를 상징합니다.


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그때,

어둠이 짙어지면서 하단의 인물,

즉 마키아벨리가 들고 있던 횃불이 주위를 밝힙니다.


플라톤의 주장처럼 정치를 도덕의 완성이라 보고 이상 국가를 실현하려면,

현실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정치를 도덕으로부터 분리함으로써

현실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데 더욱 집중했지요.


그는 ‘모든 구성원의 행복’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공동선이자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여겼습니다.

어둠이 걷히고 책탑이 전보다 견고한 형태로 안정감 있게 배열된 가운데,

두 인물도 제각기 고유한 빛을 띠게 되었군요.


이는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거쳐 근대로 접어들면서,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전환이 일어났음을 상징합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자유의지와 이성을 지닌 주체로 자리매김하게 되지요.


책탑 주위에 다시 어둠이 깔립니다.

개인의 자유가 강조되다 보니, 구성원과 개인 사이, 그리고 구성원과 공동체 사이에 갈등이 생겼나 봅니다.


루소는 ‘맞잡은 두 손’,

즉 정치와 도덕, 이상과 현실의 조화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두 사람 주위에 어둠은 여전히 존재하지만,두 사람에게는 맞잡은 두 손과 횃불이 있으니 참으로 든든해 보입니다.


지혜로운 철인이 다스리는 플라톤의 국가로부터 시작된 인류의 꿈은

군주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키아벨리의 공화국,

모든 것을 나누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도덕적인 시민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루소의 공화국,

개인에게 다양한 삶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고 누릴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주는 밀의 국가에 이르기까지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갈망했던 이들의 외침은 세월의 강을 건너 오늘날에도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철학의 목적은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이고,이 행복은 정치와 도덕이 조화를 이룰 때 실현될 수 있습니다.


혼자 꾸는 꿈은 백일몽에 지나지 않지만,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새로운 세상이 시작될 것입니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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