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가 없는 실재

by Plato Won
Photo by Plato Won,설악산 봉정앙 정상에 앉은 독수리 바위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과학문명 없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사유와 합리적 추론 덕분이다.


그들은 별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향해자들의 경험을 추적하며 이성적인 추론을 통해 그러한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다.


반면, 같은 시대, 지구 반대편의 고대 인도인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지구를 네 마리의 거대한 코끼리가 떠받치고 있고, 그 코끼리들은 하나의 거대한 거북의 등껍질 위에 서 있으며, 그 거북이는 끝없이 뻗은 거대한

뱀 위에 얹혀 있다고 믿었다.


하나는 합리적 추론이고

또 하나는 그렇게 믿는 믿음 위에 세워진 정교한 신뢰의 산물이다.


사유의 근거가 명쾌한 논리에 바탕을 둔 그리스의 사고가 실체에 더 부합하지만 오히려 현실 세계는 복잡한 상상력에 근거한 인도의 사고체계가 더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실체가 없는 실재가 더 위력을

발휘하는 양새다.


눈에 보이는 실체를 근거로 실재를 이루려면 눈에 보이는 확실한 무엇인가가 실존해야 하고 그것은 당연히 한계성을

지닌다.


반면, 실체 없는 실재는 간단한다.

그렇게 믿고 신뢰하면 없는 것도 있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상상력과 신뢰와

믿음만 있으면 한계성을 벗어나 무한정 확장할 수 있다.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파르메니데스의

이 말은 "사유하는 모든 것이 다 있다."

는 은유적 표현이다.


말의 유희 같지만 현실 세계에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사례는 많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달러를 무한정 발행할 때는 미 재무국이 발행하는 국채를 담보로 한다.


즉, 달러의 존재 근거는 미국 국채이고,

미국 국채는 무위험자산으로 간주되어

전 세계 금융자산의 담보역할을 하며

세계 경제를 구축하고 작동시킨다.


그렇다면 미국 국채는 무엇을 담보로 발행하는가?


미국이라는 나라 정도면 반드시 국채를

갚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과 신뢰다.


실체가 없는 실재가 무한정 달러를 발행하게 하고, 그로 인해 세상은 인플레이션에 허덕이고, 엉뚱한 누군가는

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신의 자산이

아이스크림 눈 녹듯 스멀스멀 흘러내리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 세계 금융 경제의 메커니즘이다.


그렇게 무한정 찍어내는 달러 유동성

덕에 미국의 테크기업들은 외부투자금을 받아 인공지능 기술 등등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자금줄 없이 새로운 과학 기술이

탄생할 수 있는가?


실체 없는 실재가 실체 있는 실재를 지배하는 격이다.


그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은 고착화되고,

이제 누군가는 그 인플레이션에 대한

헷지수단을 강구하기 시작다.


지구는 우주 위에 둥글게 떠 있지만

누군가의 상상력으로 코끼리 등 위에 떠받쳐지고 있다고 믿으면 그런 세상에 적응하며 살게 된다.


실체 없는 실재가

영원할 리가 있겠는가?


현명한 인류가 언젠가는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겠지.


설악산 봉정암 정상의 독수리 바위는

날아갈 듯 앉아있으나 하늘을 날 수는 없다


미국 패권이 약화되거나 소멸되는 세계경제질서를 상상해 봐야 한다.


미국은 이미 세계 경찰국가라는

지위를 트럼프식으로 유쾌하게

내려놓고 있는 중인 듯하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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