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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Jul 29. 2021

11년째거주하는 교민이 본 베트남 코로나 현황

베트남에서 11년째 근무하고 있는 주재원입니다.  


 베트남 코로나 상황이 많이 좋지 않습니다만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내용이 딱히 틀렸거나 왜곡보도 되진 않았지만 ‘아’ 다르고 ‘어’다른 어감으로 인해 베트남이 마치 생지옥처럼 보도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1. 베트남 현재 코로나 상황 


2020년 1월부터 ~ 2021년 4월까지 1년 4개월간 베트남 전체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는 2,928명. 인구 9,850만 명 국가에서 완벽에 가까운 방역으로 세계적인 극찬을 받았던 베트남이지만 지난 4월 말부터 시작된 델타 변이 확산으로 현재까지 3개월여 만에 확진자가 11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특히 7월 한 달에만 10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베트남 최대 경제 도시 호찌민에서만 전체 확진자의 70%가 집중적으로 발생해 베트남 정부는 호찌민 전체 봉쇄라는 초강경 수를 두고 있습니다.


출처, 베트남 보건부


<호찌민은 7월 9일부터 초강경 봉쇄 정책 시행> 


베트남 수능시험이 끝난 다음 날인 7월 9일 00시를 기점으로 호찌민 도시 전체를 봉쇄하고 이동을 막기 위해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호찌민 시 당국은 제조 생산 및 슈퍼마켓과 같은 생필품을 판매하는 필수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재택근무로 전환할 것을 강력 권고했습니다.  집단 감염에 노출된 제조업체에는 코로나 검사를 통해 직원들이 음성임을 확인받고 출퇴근 없이 공장 내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게 준비하라고 기업에 명령을 내렸습니다. 조업을 중단할 수 없는 기업들은 공장 내에 텐트를 치거나 간이 침상을 만들어 대응하거나 아예 휴업 조치에 들어간 경우도 많습니다. 호찌민 시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식료품을 사러 가거나 병원, 약국을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집 밖을 나가지 못하게 단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찌민 인접 산업단지 지역인 동나이와 빈즈엉의 대규모도 공장에서 확진자들이 집단 발생하면서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입니다.


<코로나 검사받는 공장 직원들, 공장 내에서 텐트를 치고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공장 직원들>


지금까지 나열한 상황을 보면 베트남이 생지옥 같고 전체가 당장이라 망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패닉은 없고 의외로 베트남 사람들은 차분합니다. 7월 9일 봉쇄 소식으로 시민들의 사재기로 대형마트 물품들이 동나기도 했지만 사재기는 이틀 만에 끝이 났다. 베트남 전체가 봉쇄된 것이 아닌 호찌민 지역만의 봉쇄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물자들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근 아세안 주요 6개국과 비교해봐도 여전히 제일 괜찮은 편입니다. 싱가포르는 인구가 얼마 안 되고 작은 도시국가이니 제외하더라도 인구가 1억에 가까운 나라이지만 현재 확진자는 아세안  주요 5개국 중에서 가장 적습니다. 한국 언론에서 베트남이 망해가는 나라인 것처럼 심각하게 보도하는데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생지옥 자체일 겁니다. 오히려 베트남 사람들은 식료품이 충분하지 못한 저소득층들을 돕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온정의 손길 이어져


<베트남 0 Dong 시장, 우리말로 하면 0원 시장>


호찌민 비롯한 남부 지역 곳곳에 저소득층들을 위해 ‘0원 시장이 생겨나고 있습니다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해서 설립된 곳들도 있고 베트남 정부 산하 유관 단체가 주도로 설립된 곳들도 있습니다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곳도 있고 우리도 1만 원에 해당하는 쿠폰을 2장을 제공하고 쌀계란채소식용유 등을 가져갈 수 있게 하는 등 지역별로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베트남 각지에서 온정의 손길이 쏟아지고 있다.


베트남 전역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찌민을 위한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베트남 북부, 중부 지방에서 지역 봉쇄로 식품 구입이 어려운 호찌민 저소득층들을 위해 각종 채소와 과일은 물론 보관하기 쉬운 멸치 볶음, 땅콩 볶음 반찬들을 밤새 만들어 기부하고 습니다. 각종 풍수해 때마다 온정의 손길을 보내는 한국 사람들과 꼭 같은 모습이지요.  


베트남 정부 백신 확보 총력전 


베트남 정부도 백신 도입에 분주히 나서고 있습니다. 이번 델타 변이 확산 직전인 4월까지만 하더라도 두 달이 넘게 지역 감염자가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방역을 하고 있었던 터라 백신 도입에 느긋한 입장이었습니다. 게다가 21년 연말쯤 최종 승인을 예상했던 베트남 자체 개발 백신을 통해 전 국민 백신 접종을 고려했던 탓도 있어 보입니다. 현재 베트남 개발 백신은 3상 임상 중으로 8월 중순이면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까지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오고 있고 최근 베트남 언론 보도에 따르면 델타 변이에도 효과적으로 작용을 하고 있어 전국민적인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찌민을 비롯한 남부 지방의 심각한 확산으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전정부 차원에서 백신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내년 초까지 베트남 전 국민의 70%가 접종할 수 있는 1억 5천만 도스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최근 화이자가 베트남 정부에 청소년 900만 명 접종을 위해 2,000만 도스를 무상 지원하기로 해 베트남 정부 구매분 3,100만 도스까지 합하면 5,100만 도스를 연내 확보했습니다또한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백신 2천만 도스를 확보하고 추가 2천만 도스 확보를 위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이외에도 미국 정부가 기존 200만 도스의 모더나에 추가로 300만 도스를, 호주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150만 도스를일본 정부 역시 아스트라제네카 기존 100만 도스에 추가 100만 도스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베트남 정부는 백신 구매를 위해 목표액 25 조동 (한화 1조 2500억 원)의 기금 모금을 하고 있는데 현재 8 조동 (한화 4천억 원)에 그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l  일부 언론보도에 대한 보충 설명  


 1)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모든 회사가 출근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 회사에서도 필수 인력만 근무하고 되도록이면 재택근무를 하게 했고 회사 자체적으로 직원 개개인에게 통행증을 발급을 하면 출근을 할 수 있습니다. 병원, 약국, 슈퍼마켓, 은행, 식료품점과 같은 필수 업종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반 시민들은 은행 업무나 식료품을 사러 갈 때에는 다닐 수 있고요. 


2) 버스와 택시 같은 대중교통 수단 운행을 중단했지만 베트남은 본래 대중교통이 취약하고 시설이 미비합니다. 베트남 전체에 등록된 오토바이가 4,700만대로 베트남 국민 대부분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고 있어 대중교통 수단 운행 중단은 외국인들이 가장 큰 불편함입니다. 우리 교민들이 택시를 타거나 Grab과 같은 공유 차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보니까 체감적인 봉쇄령이 더욱 심각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3) 그리고 온라인 배송 서비스는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물건은 아직까지 집까지 배송이 되고 있습니다. 


4) 다만, 거주하는 아파트나 동네에 확진자들이 다수 발생해서 집단 감염이 우려되는 곳은 곧바로 코호트 격리를 해서 철저히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강력한 격리는 작년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시행해왔고 다소 투박하고 거칠지만 강력한 봉쇄로 호평을 받아 왔습니다. 


5) 베트남 정부가 한국 기업들에 백신 구매를 위한 기부를 강요했다는 기사가 크게 보도되었습니다. 정말 ‘어’ 다르고 ‘아’다른 것인데요. 우선 베트남 국내 대기업들도 백신 구매 금액에 대한 기부를 했고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기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베트남 정부가 모든 기업들에 그런 것이 아니라 여력이 있는 큰 기업 특히 제조업체 중심으로 요청을 했습니다. ‘백신 구매금액을 기부하면 당신 회사 직원들이 백신을 먼저 맞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되고 집단 발병으로 생산 라인이 중단되어 발생할 피해보다 백신 기부금을 내고 안정적으로 조업을 할 수 있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베트남에서 왜 자국 기업에 먼저 백신을 안 주고 왜 외국 기업에 주냐고 불만이 나오지 않습니다. 외국 생산 기업들이 해외 수출을 하고 베트남 경제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정부가 기업들에게 백신 기부금액을 내라고 요청한 것은 맞지만 막 강압적으로 내지 않으면 큰 불이익을 주는 협박이나 겁박을 준 것이 전혀 아닙니다. 국가가 보건을 책임지고 전 국민에게 백신을 맞추어 주어야 하지만 국가가 가난하고 돈이 없는 것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베트남 정부 나름으로는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6) 베트남 일베 혐오에 대해 


베트남에 대한 많은 유투버들이 있지만 대부분 엉터리 왜곡된 내용들입니다. 말도 안 되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조회수를 올리고 돈을 벌려는 사람들의 글입니다. 유투버들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베트남에서 살고 있는 20만 명의 한국 교민들이 모두 탈출을 했겠지요. 특히 극우 세력들이 ‘공산당’이라며 욕하는데 베트남의 공산당은 중국, 북한과는 확연히 다른 유연한 공산당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말씀 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한 마디만 하면 베트남에서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불교, 기독교, 천주교뿐만 아니라 이슬람교 힌두교 사원도 자유롭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본 + 베트남을 엮어서 일베라고 혐오 발언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베트남에서는 일본에 대해 우호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일본은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 공항 등 수많은 베트남 인프라를 지원해주고 이번에도 백신을 100만 도스를 먼저 지원해줄 정도로 공들이고 있는 나라입니다. 올해 10월이면 베트남 자체적인 개발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인데 인공위성 개발 과학자들의 첫 유학부터 쏘아 올릴 로켓까지 일본이 다 도와주었습니다. 베트남 관료들 중에도 일본에서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많고 일본에 살고 있는 베트남 교민이 35만 명이나 됩니다. 베트남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 동해에 (남중국해) 일본이 순시선을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이 베트남에 쏟아붓는 물량 공세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을 많이 좋아합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정서적으로 비슷한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 분들이 재중동포, 필리핀 분, 중앙아시아 분들하고 국제결혼을 해서 안정적으로 결혼 생활하신 분들이 적은데 베트남 분들하고 결혼해서 잘 지내시는 이유가 그 증거입니다. 같은 말을 하는 재중 동포 보다도 베트남 사람이 한국인과 정서적으로 통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물량 공세에도 베트남은 말 그대로 사돈의 나라로서 가깝습니다. 그래서 일본이 베트남과 한국을 이간질하려는 노력을 엄청 많이 합니다. 박항서 감독에 대한 여러 시끄러운 이야기가 일본 때문으로 보이는데 이건 제가 직접적인 증거 없으니 추청으로만 하겠습니다. 박항서 감독님이 술자리에서 은퇴하면 계속 베트남에서 살면서 베트남 축구 꿈나무들 키우는데 여생을 바칠 것이라고 할 만큼 베트남을 좋아합니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베트남 국민 전체가 박항서 감독님을 정말 좋아합니다. 


베트남에 대한 오해는 코 시국이 끝나고 베트남에 여행을 다시 오시기 시작하면 눈 녹듯이 사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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