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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Feb 19. 2018

베트남은 어떤 곳인가?

여행이란 ‘낯선 곳을 그리워하다 결국은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는 것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날아가는 비행기만 봐도 가슴이 설레고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무엇을 먹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머릿속에 그리며 재미있어합니다.


하지만 막상 사람들은 낯선 곳에서는 익숙한 것을, 익숙해져 버린 곳에서는 낯선 것을 찾습니다. 새로운 곳으로 떠날 때의 설렘과 도착했을 때의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이 여행이지요.



오락가락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주 잘 달래주고 안아 줄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베트남입니다. 동남아와 동북아시아의 경계 지점에 있으면서 프랑스 식민 시절로 인해 유럽 문화까지 녹아있는 베트남은 동아시아인에게도, 유럽 인에게도 그리고 동남아 인에게도 낯선 듯 친숙한 나라이면서 다른 대륙의 문화까지 만나볼 수 있는 매우 묘하고도 매력적인 곳입니다.


베트남은 소소한 것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베트남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건듯 불어오는 바람에 한가로이 낮잠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베트남은 강렬한 햇빛을 피해 비치파라솔을 활짝 펼쳐 놓은 썬 베드에 누워, 시원 하디 시원한 냉기를 뿜어 내고 있는 맥주 한 잔을 마시며 그저 맛있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해산물과 달콤한 열대 과일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람 좋은 미소를 띤 아주머니들이 가득한 시장에는 사람 냄새가 넘쳐나고 구경을 하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라도 만나면 길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재미도 있는 나라, 베트남은 그런 곳이기도 하지요.



베트남에서 살면서 서툴게라도 말하는 베트남어는 카페나 식당 주인아줌마들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비장의(?) 카드입니다. 친근함이 넘치는 베트남 사람들은 낯선이들에 게 말을 잘 건넵니다.


‘어디에서 사느냐’, ‘언제 베트남에는 왔느냐’, ‘결혼은 했느냐?’, 나이가 몇 살인데 왜 결혼을 안 했느냐’… 형제 관계부터 각종 질문에 더듬더듬 대답하다 보면 어느새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 같습니다. 


그러다 이내 무슨 말인지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를 해도 이해가 안 될 때쯤이면 주문한 음식은 본래 양 보다 푸짐하게 차려져 나오고 차 한 잔 더 따라주기도 합니다. 



 베트남에서는 시큼한 베트남 커피 한 모금과 갑작스레 쏟아진 빗줄기에 괜히 센티멘탈해지기도 합니다. 이내 그친 비에 바삐 움직이는 행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녀가 이고 있는 삶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쓸데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봅니다. 



그러다 이내 나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괜스레 고민을 해보기도 하고 앞으로 지고 갈 삶의 무게는 얼마나 될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너무도 익숙해서 느껴지지 않았던 일상의 것들을 새삼 발견하고 기뻐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또한 너무도 오랫동안 잊고 있던 나 자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도 하고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베트남 케이블 마냥 우리의 인생은 뒤죽박죽입니다만 잔잔한 듯 유속이 빠른 메콩강을 힘차게 거슬러 올라가는 베트남 사람들처럼 삶을 살아야겠다는 진부하면서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새삼 깨닫게 되는 곳이 바로 베트남입니다.



여행에 대한 정의는 전 세계 70억 인구만큼이나 다양할 것입니다. 제 나름 정의하는 여행이란 ‘낯선 곳을 그리워하다 결국은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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