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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Dec 28. 2023

슬기로운 주재원 생활
-5. 현지 직원 귀한 줄 알아라

베트남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가 마음에 맞고 괜찮은 현지 직원 찾기가 정말 정말 느무 느무 어렵다는 것이다. 집안 좋고 영어는 잘하는데 불성실하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식으로 윗사람들을 가르치려 들기 십상.



반면에 성실하고 가르쳐 주면 곧잘 배우는데 영어가 안되어서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으면 거의 한국인 급여와 차이가 없거나 한다.


 최근 젊은 직원들 중에는 해외 유학파이면서도 급여는 낮고 창의적인 친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베트남에서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덕이 있으면 가뭄에 콩 나듯 책임감 넘치고 훌륭하게 일 잘하는 직원들을 간혹 만나게 된다.


그런데 좋은 직원 만나기보다 더 힘들고 사람 피 말리게 하는 것은 동료들과 관계도 원만하고 일 잘하는 직원이 얼마 안 되는 급여 조건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할 때이다. 베트남에서는 보통 이직을 할 때 30% 인상된 급여를 받고는 하는데 본인이 현재 근무하는 직장이 마음에 들어 굳이 떠나고 싶지 않을 때에는 15~20%가량 급여 인상을 요구한다.(그래 봐야 보통 10~30만 원이다) 누가 봐도. 정말 일 잘하고 베트남에서 그런 직원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느끼는 현지 주재원은 당연히 급여를 인상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공채 시스템에 회사가 일괄적으로 급여 인상률을 결정하는 한국 기업 문화에서는 직원 개개인들과 협상을 통해 급여 인상률을 결정하는 서양 방식이 낯설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한국 본사에서는 ‘연말연초 일괄적으로 전 직원 동일한 인상률에 맞추라고 한다’. 본사 인사팀의 무심한 메일 한 통에 주재원은 하늘이 노래지고 분노가 치솟아 얼굴은 벌게지지만 본사의 가이드라인을 어기기는 쉽지 않다. 현지에서 좋은 직원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무리 설명하고 설득하고 협박을 해도 본사 담당자한테는 씨알도 안 먹힌다.


 결국 훌륭한 직원은 떠나고 새 직원을 뽑는데 몇 개월의 허송세월을 보내고 공백 기간 동안 업무 처리는 제대로 안되어서 이래저래 회사 손해는 늘어나고 그나마 어렵게 채용한 신규 직원은 전에 일 잘하던 직원이 올려달라던 급여보다 더 높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1년여 시간을 보내고… 회사에 끼친 손해가 올려달라는 급여보다 100배 ~ 1,000배 되어 버리지만 본사 가이드라인 안 지키는 주재원은 문제아가 되어 버린다.



상대방이 겪어 보지 못한 일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것은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다. ‘슬기로운 주재원 생활 3 – 본사와의 현명한 싸움’에서도 강조해서 이야기했지만 본사 담당자에게 직접 설명하고 베트남 현지에 찾아온 본사 출장자가 있으면 현지 상황을 최대한 자세하게 공유하는 것이 좋다. 본사에서 한 명이라고 현지 상황을 이해하고 입장을 대변해준다면 그 도움은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아무리 사람들에게 현지 상황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적극적으로 알려도 핑곗거리를 댄다고 생각하거나 수긍은 하지만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 나몰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 참혹한 현실이긴 하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훌륭한 직원은 어떻게 서든 붙잡아야 한다. 그것이 회사와 주재원 당신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필자는 놓치기 아까운 직원을 붙잡기 위해 개인 돈으로 매달 USD 200달러를 6개월간 따로 챙겨 준 적이 있다. 결국 그 친구는 정말 훌륭한 성과를 내었고 지금도 그 성과 덕에 해당 회사는 다른 나라 법인보다 압도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필자도 해당 직원 덕에 좋은 성과를 받고 연봉이 올랐으니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면 받는 직원도 그렇고 서로 마음이 편해진다. (따로 챙겨줬더니 배신 때리고 떠나간 친구도 있으니 무조건 권하는 방식은 아니다 ㅎㅎ)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직원을 붙잡고 싶더라도 무모하게 본사에 반발해서 독단적인 행동을 공개적으로 하지는 마시길 당부드린다. 인생 길게 봐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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