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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Dec 28. 2023

슬기로운 주재원 생활
- 6. 현지인 직원들의 음해



주재원 생활을 하다 보면 한국에서는 겪어 본 적 없고 앞으로도 겪을 일도 없는 일을 많이 당하게 된다. 그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음해’ 당하는 것이다. 나를 음해하는 주체들은 현지 직원, 동료 한국인, 직장 상사, 본사 담당자 등등 다~~~ 양 하다. 


많은 주재원들이 당하는데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 기업에서도 당하는 사례가 많다. 현지 직원 중에 일도 잘하고 현지 법인에서 근무 기간도 길어 업무 빠꼼이들이다. 그런데 현지에 적응 잘하고 업무 파악이 잘된 주재원들이 업무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이런 친구들이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거래처로부터 따로 챙겨 먹는 돈을 파악하게 된다.



베트남에서는 협력 업체로부터 별도의 커미션을 받는 것이 불법이 아닌 일종의 관행으로 받아들인다. 매장을 새로 개설하는데 인테리어 업체가 전체 수주액의 1~2%를 디자이너와 공사비를 지급해 주는 회계책임자에게 주는 경우가 많다. 


사례 1 – 현지인 악당


 모 화장품 대기업에서 벌어진 일이다. 베트남어 전공에 베트남 경력 5년이 넘은 모 대기업 법인장은 현지 직원들이 특정 인테리어 업체와 지속적으로 수의계약하는 것을 질타하고 여러 업체를 통한 공개 입찰을 지시했다. 입찰 결과 기업체가 단가가 더 높지만 높은 수준의 품질을 구현해 낼 수 있어 한국 업체를 선정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고 지속적으로 해당 한국 업체가 입찰을 따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본사 감사팀이 베트남 법인을 들이닥쳐 ‘한국인 법인장이 특정 한국 업체로부터 이권을 받고 해당 업체만 입찰하게 해 주었다’는 여러 건의 투서를 받았다며 감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90일 동안 3차례 걸친 강도 높은 감사에도 불구하고 입찰 결과는 투명했고 이전 베트남 업체가 시공한 인테리어 수준이 조악하다는 본사 디자인팀의 피드백에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그래서 회사는 무고를 한 여러 건의 투서를 조사해 보니 현지 인테리어 업체로부터 각종 리베이트를 받아 챙기던 베트남인 직원이 앙심을 품고 9명의 다른 직원들 아이디를 도용해 본사에 투서를 한 것이었다. 본사 입장에서는 현지 직원이 9명이나 투서를 했으니 한국 주재원들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3개월 동안 3차례나 감사 결과에도 문제없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지만 본사 감사팀에서는 해당 법인장을 본사 복귀할 것을 종용했다. ‘윗분들이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나겠는가’라며 현지 법인 관리를 잘 못해서 현지 직원이 무고를 한 것도 법인장 문제이며 무엇인가 밝혀지지 않은 문제도 있을 것 같다는 것이 회사 결정이었다. 해당 법인장은 불명예스럽게 본사로 복귀했다. 당연히 회사에서는 문제가 있어서 강제 복귀한 것으로 소문이 났지만 그의 억울함을 해명해 주는 곳은 아무도 없었다.

 

#사례 2 – 현지인 악당 + 한국인 악당 콜라보


모 F&B 대기업에서 벌어진 일이다. 전임 법인장이 베트남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좋은 평판이 자자했다. 10년 넘게 성공적으로 법인을 이끌던 전임자는 퇴임하고 해외 사업은 처음인 신규 법인장이 발령받아 왔다. 


신임 법인장 법인장 눈에는 아무리 봐도 베트남 현지 사업장 관리가 엉성하고 한국 수준에 비해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팀장으로 있는 주재원 5년 차 팀장은 베트남 현지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부분을 설명하고 본사에서도 알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을 했다. 신규 법인장은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고 따박따박 대꾸하는 부하 주재원이 마음에도 안 들고 기존 법인장의 업적을 깎아내려야 본인이 빨리 돋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와중에 현지 직원으로부터 전임자가 특정 한국 인테리어 업체에게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제보를 받게 된다. 사례 1과 너무도 비슷한 경우인데 특이하게 발생한 시기마저도 겹친다. 신임 법인장은 현지 직원의 말만 믿고 전임 법인장과 한국인 주재원 팀장의 비리를 본사에 보고하고 감사 청구를 한다. 이 회사에서 역시 현지 직원이 특정 업체에 인테리어 일을 몰아주는 것을 못하게 하고 공개 입찰을 통해 투명성을 강화한 한국인 팀장에 앙심을 품은 현지 직원의 무고였다.  


그룹 감사팀에서 조사가 나왔지만 역시 무혐의였다. 또한 전임 법인장은 워낙 마당발인 데다 현지에서 사업을 잘했던 베트남 전문가라 계열사 대표들의 신임 역시 두터웠다. 전임자 역시 자신의 직원이었던 팀장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백방으로 해명하고 다녔다. 



결과는 신임 법인장과 무고한 현지 직원 해고였다. 억울한 피해를 당했던 주재원은 불명예스럽게 본사로 복귀를 했다. 사례 1에서도 똑같게도 본사 인사팀에서 ‘윗분들에게 감사 결과가 보고 되긴 했지만 처음에 문제가 제기로 인해 팀장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서 복귀하시는 방향으로 결정이 남았습니다’라는 허망한 말을 들었다. 한국 본사에서는 해당 주재원의 억울한 이야기는 해명되지 않은 채 의혹만 확대되었다. 결국 치욕스러운 상황을 견디지 못한 해당 주재원은 이내 회사를 그만두었다.


#사례 3 – 일본기업


유명한 일본 화장품 기업 베트남 법인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만 문제인 것이 아닌가 싶지만 꼼꼼하다는 일본 회사에서도 벌어진다.

이 일본 기업의 사례는 1+2의 사례와 비슷하다. 현지 재무 총괄 책임자가 15년 넘게 엄청 엄청 해 드셨다. 그녀는 호찌민 시내에 아파트가 3채가 넘고 비싼 차를 타고 다녔다. 그녀의 비리를 한국인인 나 역시도 소문 듣고 알고 있었지만 일본인 법인장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워낙 회계 업무를 잘하는데도 현지 법인에 오래 근무한 사람이라 본사에서도 신임이 두터웠다.



그런데 뒤늦게 알게 된 일본인 법인장이 조사를 시작하면 이 늙은 여우가 본사에 거짓 보고를 했다. ‘법인장이 법인카드로 여자들이 나오는 술집에서 비용 처리를 했다’, ‘현지 여직원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법인장들이 불명예스럽게 잘려 나갔다. 베트남 법인에 파견만 보내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본사는 신임도 두텁고 일처리를 확실하게 하는 임원을 법인장으로 파견 보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을 안 하려고 하는 현지 직원부터 퇴직한 전임 법인장들을 만나보고는 늙은 여우의 못된 짓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나쁜 짓에 대한 증거를 확실하게 수집했다.


그렇게 두 달 후 신임 법인장은 모든 직원들을 불러 한 곳으로 불러 모으고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저 여자는 내 허락 없이 이 사무실에 들어올 수 없다’ 그렇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늙은 여우는 해고되었지만 불명예스럽게 퇴사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일을 열심히 한 주재원만 나쁜 사람 되고 피해를 입으니 적당히 복지부동하고 현지인 직원들과는 좋은 게 좋은 것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나에게 이득이라는 바보 같은 현실이 벌어진다.


- 2부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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