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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Dec 29. 2023

슬기로운 주재원 생활
-7. 절대권력의 타노스 법인장

사례 1 모 한국 대기업 사례


 경력 사원 출신의 부장급 한국인 CFO는 평소 그룹 공채 출신의 임원인 한국인 법인장과 딱히 사이가 좋지 않았다. CFO 입장에서는 몇 살 나이 차이도 나지 않아 고분고분 말을 들어주고 싶지도 않았다. 


쾌활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법인장은 다른 한국 기업인들과 식사 자리에 흔쾌히 법인카드로 결제를 해댔다. 내향적인 데다 업무상 딱히 다른 한국 기업들과 만날 일이 없는 CFO는 베트남인 고객을 상대로 한 사업에 딱히 한국 기업체 주재원들과 만나봐야 매출에 도움도 안 되는데 회삿돈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법인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법인장은 생각이 달랐다. 베트남 전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는 데 있어 한국 주재원들로부터 해당 산업의 정보를 취득하는 것만큼 빠르고 정확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일지라도 각 기업들의 베트남 고객에 대한 정보나 함께 협업할 것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CFO가 한국 주재원들과 식사 자리 비용을 두고 태클을 걸기 시작했다. 임원인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CFO의 업무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본사에는 보고하지 않고 현지 합작 파트너사에만 각종 정보를 보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게다가 또한 현지 파트너 측 기업과 수의계약을 맺고 법인에서 다양한 사업을 몰아갈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법인장은 즉시 본사를 보고해 CFO를 해임 또는 본사 귀임 조치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그룹사에서 감사가 나왔는데 CFO는 평소 법인 카드로 식사비용은 물론 유흥업소까지 드나드는 법인장에 대해 고발한 것이 아닌가. 


결국 두 사람 모두 해임조치 되었다. 

이 사례는 서로 자신의 문제는 살펴보지 않고 상대방 탓만 한 것이 문제였다.



사례 2 – 현지 채용된 한국인 악당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 중견 기업에 채용되어 호찌민 인근 공단 지역에서 일하던 3년 차 A 씨. 오너 2세의 개인 사업을 도맡아 하던 법인장이 갑작스럽게 그만두면서 대체 인력으로 급하게 차출되었다. 바지 법인장이지만 말단 사원에서 갑자기 현지 직원 몇몇을 거느린 법인장이라는 완장을 차게 되자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슬리퍼에 츄리닝을 입고 느지막하게 출근해도 눈치 볼 사람이 없었다. 


현지 직원들에게 밥 심부름, 신발 세탁 심부름, 담배 구매 심부름에 대해 한국어로 욕설과 막말을 해댔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오너 2세의 업무 지사가 떨어지면 베트남 직원에게 일을 지시했지만 전직 법인장이 직접 하던 일인지라 베트남 직원들이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법인장을 직원들을 닦달하며 욕을 해댔다.


그러자 현지 직원들은 앙심을 품고 회사를 그만두면서 회계 재무 관련 문서를 모두 소각해 버렸고 디지털 백업 데이터마저도 모두 지워버렸다. 또한 베트남 노동부에 자신들의 학대했다는 것을 신고함은 물론 한국인 법인장이 현재 회사에서 정식 노동허가서 없이 호찌민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발급된 워킹 퍼밋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것과 베트남에서 받는 급여에 대해 100% 세무 신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까지 고발했다. 회사는 발칵 뒤집혔고 오너 2세가 한국에서 날아와 사건을 수습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만 했다. 


이 사건의 숨은 악당은 오너 2세였다. 처음부터 일을 잘하고 법인장에게 적절한 급여를 챙겨주고 잘 다독여주었으면 문제없을 일이었다. 법인장이 떠나는 날까지도 다른 어떤 누구라도 그 일을 대신할 수 있다는 안이함에 크나큰 손해까지 입게 되었다. 이 사례의 주인공 악당인 A를 선정한 것도 경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급여가 적고 적당히 베트남 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대체하려다가 발생한 일이다.


주재원이 별문제 없이 일처리를 하면 그 사람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해야지 일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사례 3 - 무소불위의 타노스 법인장


 대기업 부장 직급의 법인장 B 씨는 해외 경험만 1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나름 다양한 성과도 냈고 회사에서 인정도 받는 사람이다. 하지만 연말 한국인 주재원들과 베트남 현지 직원들로부터 평가는 꼴찌를 달린다. 열심히 일한 본인이 왜 이런 평가를 받는지 억울하기만 하다. 


B 씨의 부하 직원인 주재원 C. 법인장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심해 탈모가 심해졌다. 법인장이 인근 다른 동남아 국가의 법인장일 때에도 주재원들이 2년을 못 버티고 본사 복귀를 했다. 회사에서는 힘든 동남아 환경 때문에 주재원들이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만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법인장의 잔소리와 압박 때문이라는 것을 C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B는 아침 7시에 출근하면서 주재원 C를 픽업해 간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7시 30분. 법인장 B는 C에게 모닝커피 한 잔 하자고 하면서 1시간 내내 쉬지 않고 아침부터 잔소리다. 어제 지시한 일은 했는지, 일 처리는 어떻게 되었는지, 베트남 직원들의 근태가 엉망이라며 자신에게 계속해서 묻고 피드백을 요구한다. 출근 시간은 9시이지만 무능하고 부지런하기만 한 법인장은 업무를 설명해 주어도 이해도 못하면서 엉뚱한 일을 시키고 시시때때로 업무 확인만 한다. 그리고 법인장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리 지르고 밤이고 낮이고 문자를 보내면서 계속해서 업무 지시를 한다. 문제는 법인장의 업무 지시는 언제나 엉터리가 많아 다시 일을 해야 하다 보니 현지 직원들은 업무 지시가 내키지 않는다. 자신의 무능력한 업무지시고 결과가 안 좋은 것인데 직원들이 문제라고 괴롭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채용된 한국인 직원 한 명은 법인장 때문에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퇴사했고 법인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높은 업무 평가로 칭찬받던 베트남 직원들은 경쟁사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또 다른 주재원 D는 임기가 만료되어 한국 귀임을 한 달 남은 상태. 갑자기 법인장이 사무실로 출근하지 말라며 베트남 법인 이메일 계정을 막아 버렸다. 본인이 퇴사하는 사람도 아니고 본사로 복귀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베트남 직원들과 더 이상 업무를 공유하지 말라며 베트남 법인 이메일 계정을 막아 버린 것이다. 또한 한국으로 귀국 며칠 전 전에 퇴사한 베트남 직원들 중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직원 몇몇과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이 소식을 들은 법인장이 직원들과 식사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법인장 자신이 잘라내어 내보낸 직원들과 왜 식사를 하느냐며 화를 낸 것이다. 


한국에서는 기껏 5명 ~ 10명 내외의 팀장이었다가 갑자기 100명이 넘는 기업의 대표가 되자 무소불위의 타노스처럼 행동하게 된다. 평소 본인 내면에 억눌려 있던 악한 모습이 법인장이라는 권력과 눈치 볼 것 없는 해외 사업장이라는 요소가 만나면서 악당으로 표출된 것이다. 


상상이상의 악당의 사례는 더 많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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