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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Jan 02. 2024

슬기로운 주재원 생활
-8. 악인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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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력하고 비윤리적인 한국인 J]


 미국 국적의 한국계 본부장 J. 그는 싱가포르를 본부로 둔 아세안 6개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의 아세안 총괄 본부장이다. 겉은 한국인이고 한국말도 잘하지만 한국 자체를 얕잡아 보고 한국 회사를 우습게 알았다. 다른 임원들은 해외 학벌에 비해 능력이 부족해 아세안 본부장에 부적합한 사람이라 파악했지만 언변이 좋아 최고 경영진의 마음을 흔들어 놨다. 수 조 원의 매출을 하는 회사이지만 본격적인 해외 사업 경험이 없는 이 회사에서 적당히 영어 섞어 가면 PT 하면 해외 경험 없는 임원들은 반박도 못하고 업무는 실무자들이 뒤처리 하니 걱정할 것이 없다.



J는 남자 3~4명이 삼겹살에 소주 마시면 100만 원은 쉽게 나오는 황금 물가 싱가포르에서 법인 카드로 개인적인 식사며 유흥으로 매달 수 천만 원을 써댔다. 성매매를 하는 유흥 업소에서는 법인 카드를 못 쓰니 부하 직원을 시켜서 영수증을 구해오라며 현금을 만들어 댔다. 


2   


[J의 약점을 잡고 권력을 장악한 싱가포르인 M]


그러다가 사적인 용도로 법인 카드를 사용하고 가짜 영수증으로 현금을 받아 간 것을 수상히 여긴 현지 싱가포르인 총괄 매니저 M에게 발각된다. 업무 장악 능력이 뛰어나고 현지 직원들을 자기 사람으로 갈아 치우며 권력욕을 강하게 드러냈던 J는 이를 빌미로 현지 업무에 대한 권한을 M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넘겨받는다. J는 이에 그치지 않고 나머지 아세안 각국 법인의 현지인 총괄 매니저들에게 ‘이제부터 한국 주재원과는 업무를 공유할 필요가 없으며 현지인 총괄 매니저들끼리 업무를 하면 된다’라고 선동한다. 이로 인해 현지인 매니저들이 한국인 법인장의 허락 없이 해외 출장을 다니고 업무 내용을 공유하지 않아 큰 혼란이 빚어졌다. 


 이에 각 아세안 국가 한국인 주재원들이 J에게 항의를 해보았지만 ‘한국인 법인장 및 주재원들은 구체적인 실무 업무에서 배제되고 큰 계획을 세우라’는 황당한 답변만 돌아왔다. 이에 더욱 기세등등해진 현지인 매니저들은 한국인 주재원들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일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베트남 법인에서는 베트남 현지인이 아닌 베트남에 거주하는 싱가포르인 K를 총괄 매니저로 뽑아 혼란이 더욱 컸다. K는 M과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로 베트남어도 못하고 해당 산업군의 경험이 전무한 것은 물론 이메일 작성을 손가락 2개로 하는 독수리 타법을 하는 부적합한 사람임에도 M은 자신의 사람을 심어 놓기 위해 자리에 앉혔다.


3


  [M의 비호로 권력을 잡으려던 K]


현지인 총괄매니저는 본사 경영진의 최종 면접을 통해 선발해야 하지만 M은 직급을 낮추어 선발하는 꼼수를 부렸다. 차량 지원에 급여는 연봉 기준 한국 돈으로 2억 원. M에게 약점을 잡힌 J는 본사에 거짓 보고를 해가며 싱가포르인 K를 베트남 총괄매니저로 선발하는 황당한 일을 벌였다. 회사에 합류한 K는 M의 지시를 받아 재무 담당 매니저를 불러 한국인 주재원들이 사용한 법인 카드 내역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에서 회삿돈을 사적인 용도로 펑펑 써댔던 J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인들의 약점을 잡으려던 속셈이었다. 하지만 베트남 법인 주재원들은 회사 규정에 어긋나는 짓을 하지 않았고 베트남 직원들과도 관계가 좋아 K의 뒷조사에 대해 모두 알게 되었다. 이에 한국인 주재원들은 오히려 K에 대해 업무 내역을 조사하자 입사 한 달 만에 해외 출장비를 타내려고 거짓 영수증을 만들어 낸 것과 수백만 원어치의 회사 제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을 밝혀 냈다.



한국 주재원들은 아세안 모든 법인에서 벌어진 일들을 본사 인사팀에 보고했고 2개월 간의 조사 끝에 싱가포르 본부장 J는 물론 싱가포르 현지인 M, 베트남 총괄 매니저 K와 평소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본사 임원과 M에 동조했던 각 나라 현지 매니저와 M이 심어 놓은 사람들까지 십 수명이 줄줄이 해고되었다. 


4

[최초 보고 한국인 주재원은?]


해외 사업 초장기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잘 몰랐던 한국 본사는 감사팀과 인사팀을 연달아 보내 상황 파악을 했지만 베트남 법인에서 문제 제기를 했던 한국인 주재원에 대해서도 감사를 펼치기 시작했다. 쫓겨나간 싱가포르인 매니저 M과 K가 베트남 법인 한국인들이 평소 베트남 직원 관리에 소홀하고 문제가 많다고 음해를 했기 때문이다. 이미 앞선 다른 한국 기업들의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감사 결과 한국인 주재원은 문제가 없고 오히려 회사 손실을 막았다는 결론에도 불구하고 ‘회사 일을 시끄럽게 처리했다’는 부정적인 오명을 뒤집어썼다. 해당 주재원에 대해 퇴사까지 거론되었으나 그의 능력을 아깝게 여긴 임원의 도움으로 퇴사는 면하게 되었다.



 * 후에 알게 된 사실
모든 이들이 해고되고 일단락된 줄 알았지만 싱가포르 본부장 J는 법인 명의로 은행에서 수 만 달러를  대출받는 막장의 끝을 보여주었다는...



#주재원, @주재원, #해외파견, #베트남. #해외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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