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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람들의 소울 푸드인 쌀국수 *Phở(퍼어)는 미국 여러 지역 신문에서도 해마다 선정하는 ‘소울푸드 Top 10’에 오를 만큼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식이다. 국물 요리를 좋아하는 한국인에게도 가장 애정받는 베트남 음식이자, 최고의 해장탕면이다.
한편 한국의 대표 음식 김치는 스테이크, 햄버거, 카레에까지도 잘 어울리는 ‘붙임성 좋은’ 음식이다. 해외에 있는 교포나 여행 중인 한국인들에게는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소울푸드이기도 한다.
그래서 베트남에 처음 온 14년 전부터 나는 2~3년에 한 번씩 꼭 시도해보는 것이 있다. 바로 김치를 반찬 삼아 쌀국수를 먹어보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결과는 같다. 쌀국수와 김치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김치의 강한 맛이 쌀국수의 섬세한 풍미를 덮어버린다.
반면, 베트남 쌀국수에는 시큼달큼한 마늘 절임이 잘 어울린다. 국물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면과 함께 한입 가득 넣었을 때의 조화가 일품이다.
오늘 하노이의 유명 쌀국수 체인 ‘Pho Thinh’의 직영에 들렀더니 한국 고객을 위해 김치를 별도로 판매하고 있었다. 15년차 베트남 거주자의 입맛으로 다시 한번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역시나 같았다. 쌀국수와 김치는 여전히 어울리지 않다.
2.
쌀국수에 김치를 곁들이며 베트남에서의 비즈니스 전략을 생각해본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할 때 한국에서 잘 팔린다고 해서 베트남에서도 통할 것이라 오판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문화적으로 유사한 면이 많고 베트남은 한류의 중심지 중 하나다. 그렇다 보니 많은 이들이 베트남을 한국의 확장선으로 간주하고 ‘한국에서 잘됐으니 여기서도 되겠지’라고 안이하게 접근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큰 착각이다.
쌀국수와 김치가 어울리지 않듯 한국에서의 성공 공식이 베트남에서도 꼭 통하지는 않는다. 미묘한 입맛의 차이를 무시한 채 모든 음식에 김치를 곁들이는 건 맛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현지 소비자의 문화와 감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한국식 전략을 그대로 들이대는 것은 베트남 시장에서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현지에 대한 존중과 이해, 그리고 세심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입맛처럼, 비즈니스도 민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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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석박지나 깍두기는 은근 쌀국수와 어울리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