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앙큼대마왕 Apr 24. 2018

해외 사업? 믿고, 기다리고, 지원하라!

작년에 잘 알려진 대기업에서 베트남 사업을 준비한다고 해서 자문을 해준적이 있었다.


가보니 임원들부터 해서 한 십 여 명이 기다리고 있더니 자리에 앉자마자 이것저것 마구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법무법인에나 물어 볼 전문적인 영역까지 질문을 마구 쏟아내는데 수 조원의 매출을 하는 회사가 최소한의 시장 조사도 없이 처음보는 사람에게 물어 보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직원분들이 시장 조사를 다녀오신 적이 없느냐'라고 했더니 다녀왔단다.

그랬더니 구석에 앉아 있던 팀장 한 분이


'상무님 지난 번 출장 보고서 때 드렸던 내용과 같습니다'


라고 한다.


해당 기업은 모 동남아 국가에서 성공적인 진출 사례로 잘 알려져 있는데 왜 그 분들에게 묻지 않으시냐고 물었더니 내 앞 자리에 앉아서 내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분이 계면 쩍어하면서


'제가 그 동남아 국가 초대 법인장하면서 5년간 근무한 사람입니다'


라고 한다.




.
.

나도 베트남 근무 초창기 때 본사에서 도무지 내 말을 믿어 주지 않아서 답답하고 분통터지고 속상한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수치화된 통계 자료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한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런 통계자료는 베트남에서 구하기 정말 어렵다.


그나마 모시던 아세안 총괄 임원 분이 동남아 해외 영업 전문가이시라 많이 방어해주셨지만 본사에서는 지속적으로 사업의 지지부진함에 대해 압박했다.


한 3년을 답답하게 지내다가 회사가 내 말을 믿어 주기 시작한건 아이러니하게도 CEO가 베트남 방문해서였다.

보통은 실무자들이 현황 파악을 잘 하고 최고 경영층에서 파악을 잘 못하는데 이 분은 달랐다. 본인이 직접 둘러 보고 내 말을 듣고


'베트남 시장은 막연히 10년 전 중국이 아니다. 어려운 시장이다', '그룹에서 세밀하게 조사하라'

하면서 한동안 괴롭힘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
.

베트남에 나와 있는 다양한 기업의 주재원 분들과 술자리를 하면 다들 하는 말이 아무리 설명을 해도 본사에서 이해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베트남 상황을 모르는 한국에서는 '그게 왜 안돼?'라고만 생각한다. 국내에서보다 많은 돈을 주고 해외 보내놨더니 성과가 없다고 압박만 한다.


생각하는대로 사업이 잘 될거 같으면 해외 사업이 어렵다는 말을 하겠는가 ? 자기 회사의 직원 말은 안들으면서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베트남 전문가라고 하니까 이것저것 묻고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으려고 한다는 것이 얼마나 서글픈가?


오늘 아침에도 굴지의 금융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자기네 베트남 진출의 어려움에 대해 문의가 왔길래 답답한 마음에 적어 본다.


나름 회사에서 일 잘한다는 사람을 주재원으로 보냈다면
믿고 어떻게 도와줄지를 고민하라.
결국은 같은 결론을 들을 것을 몇 십 억 들여 컨설팅해서 고개 끄덕이지 말고
작가의 이전글 베트남 여성 아나운서들은 안경을 쓰고 방송을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