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되었든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보다 먼저 죽은 사람들과 모두 함께 다시 태어나고 싶다. 대신 이번에는 내가 먼저 죽고 싶다. 내가 먼저 죽어서 그들 때문에 슬퍼했던 마음을 되갚아주고 싶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눈물을 참다가 더운 육개장에 소주를 마시고 진미채에 맥주를 마시고 허정허정 집으로 들어가는 기분, 그리고 방문을 걸어잠그고 나서야 터져나오던 눈물을 그들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그렇게 울다가 다시 깨어난 아침, 부은 눈과 여전히 아픈 마음과 입맛은 없지만 그래도 무엇을 좀 먹어야지 하면서 입안으로 욱여넣는 밥, 그 따뜻한 밥 한 숟가락을 그들에게 먹여주고 싶다.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중에서
어찌되었든 다시 태어난다면,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다. 그리고 엄마처럼 먼저 죽고 싶다. 내가 먼저 죽어서 엄마 때문에 느꼈던 슬픔을 되돌려주고 싶다.
차가워진 엄마를 바라보다 퉁퉁 부은 눈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 눈물을 애써 참으며 주변인들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기분, 이제 다섯이 아닌 네 식구를 바라보는 무거운 책임감을 엄마에게 느끼게 하고 싶다.
무엇보다 모두 고맙고 사랑한다며 떠난 엄마에게
집안 곳곳 엄마의 흔적을 바라보며 북받치는 슬픔과
남겨진 이가 느끼는 미안함과 아쉬움을 엄마에게 알게
해주고 싶다.
아름다운 인생을 살다간 엄마를 추모하며,
by.쏘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