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에 다녀와서
"신이 있다는 것을 경험해본 적이 있느냐"
예비자교리시간, 이 질문의 답을 찾느라 옛날 생각이 났다
2년전 유럽여행을 떠났을 때 그때도 종교를 가지고 싶었었다. 그래서 가톨릭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에서 각지의 성당을 돌아다녀 그 속에서 신의 존재, 종교의 의미를 찾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런던의 세인트폴대성당,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 등 유명한 성당은 전부 찾아다녔다. 미사도 들었고 기도도 드렸다. 투어를 찾아다니면서 성지에 대한 설명들도 들었다.
하지만 그 속에 내가 원하는 답은 없었다. 오히려 금빛으로 휘감아진 성당에서 부패한 가톨릭의 어두운 단면들만 봤다.
그러다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였다.
시민들의 힘으로 지어지고 있는,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평생을 바친 건축물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을 만났다. 약간은 기괴하고 흉측한 외벽, 첫인상은 성당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부로 들어선순간, 햇빛을 타고 내려오는 아름다운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인공적인 구조물인데 나뭇잎이 노래하는 것 같았다.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았다. 인공적인 조형물에서 자연이 보였고, 자연 속에 그 성당이 보였다. 도저히 천재건축가 1인이 계획하고 만들었다고 보기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물이 났다. 한참을 눈을 뗄 수 없이 멍하게 서 있었다.
그 속에서 난 처음으로 신을 봤다.
신이 돕지 않았으면 만들 수 없었을 위대한 광경앞에서
가우디의 평생 삶은 오직 하느님을 향해있었다고 한다. 하느님에게 가까이 가길 바랬고, 자신의 모든 건축물 안에 신실한 마음을 담았다. 나는 그 성당이 가우디의 뜻에 신이 응답한 것이라 생각한다. 신이 인간이 할 수 없는 창조물을 우리에게 내려줬고, 시민들이 힘을 모아 그것을 지을 수 있게 해준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살다보면 가끔 믿을 수 없는 일을 보곤한다.
보통 사람이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낸 사람들
죽음의 위기에서 기적같이 살아온 사람들
인간만이 만들었다고 보기 힘든 수많은 예술작품들.
설명할 수 없는 모든 일들에 신의 가호가 함께 한다. 그것이 온전히 나의 역량만으로 이루어낸 것이 아니기에 삶은 항상 감사하다. 그것이 온전히 나의 역량이 아니기에 삶은 항상 겸손하다.
by.쏘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