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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Feb 12. 2022

오늘, 봄으로 가는 길목의 겨울날

어둠은 여전히 길지만 빛이 드는 시간도 길어진다

  나는 한여름을 지나가다도 어느 날 갑자기 한 줄기 냉기를 느낀다. 그럴 때면 아 이렇게 숨 막히도록 덥지만 가을은 어김없이 오겠구나, 이제 곧 선선해지겠구나 생각하며 마음 한 켠에 서걱 베이는 소리를 듣곤 했다. 가을 공기와 겨울 냄새가 너무 좋으면서도 싸르르 시린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그 계절들이 참 좋고 설레었다. 가을의 가디건과 스카프, 겨울의 코 끝 시린 쨍함, 노란 불빛 그런 것들.


  여름을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살아서인가, 나는 이제 5월부터 8월, 그러니까 초여름에서 여름의 날씨가 좋아졌다. 드디어 좋아하는 계절이 바뀐 것이다. 가벼운 옷차림, 청량하고 환한 날씨가 이제 정말 좋다. 어딘가 센치해지는 가을도, 눈 내리는 겨울의 캐럴도 여전히 즐기지만 더 기대되는 마음은 여름이 차지했다.


  그저께 늦은 오후, 아이와 함께 나란히 누워있는데(아기 낮잠 시간이라 매일 비슷한 시간 즈음에 함께 눕는다),  밖의 도로에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 들렸다. 문득 '' 느꼈다. 이상한 얘기지만 분명히 완전 한겨울에 들리는 소리의 톤과는 차이가 있었다. 해가 길어지고 공기가  따뜻해지면서 뭔가 귀에 들려오는 소리도 미묘하게 바뀌는 것이다.


  꽃샘추위도 남았고 눈이 더 올지도 모르고 생각보다 한참을 더 무거운 옷 속에서 지낼 수도 있지만 봄은 어김없이 문을 두드릴 것이고, 5월도 그리고 쨍한 여름도 찾아올 것이다. 지금 난 겨울을 살고 있으면서도 얼마 전과는 또 다른 겨울을 지나고 있다. 해는 점점 짧아지고 밤은 자꾸 길어지는 첫 번째 겨울을 벗어나, 어둠보다는 빛의 시간이 틀림없이 더 길어지는 두 번째 겨울의 길목에 들어섰다. 늘 바뀌지만 늘 틀림없는 계절의 존재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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