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Oct 24. 2024

왓츠 인 유어 백, 취향 ctrl+v의 시대

왓츠 인 마이 라이프?

바야흐로 취향을 전시하고 취향을 흡수하는 시대다. 더 힙한, 더 빠른, 더 많은, 더 세세한 취향이 시시각각 공개&전시되고, 확산되고 복사된다. 그야말로 '다른 누군가의' 먹고사는, 보고 듣는, 들고 차는 모든 취향, '의식주'의 모든 것이 공유된다. 그만큼 거기서 거기, 비슷한 취향도 넘쳐난다.


어떤 취향은 단발적인 소비 트렌드를 만들기도 하고, 어쩌면 더 세세하고 앞선, 남다른 취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날로 치열해진다. 안목에 대한 인정 투쟁의 한복판에 서있는 느낌이다. 물론 그런 취향 정보의 공유가 어차피 할 나의 소비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때도 있다. 나의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하지 않았을 소비에는 더 큰 기여를 한다.


취향은 중요하다. 자신의 고유함이 담긴, 나의 마음이 향하는 곳이니까. 취향 경쟁의 시대, 나는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가? 지금 있는 주변의 사람들부터, 시절인연의 사람들, 혹은 매체에서 봤던 유명한, 혹은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을 떠올려봤다.


정작 내가 매력을 느낀 사람들은 취향을 내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뭐 취향이랄 게 없어..라고 말하지만 그 사람의 분위기 자체가 하나의 취향이었다. 삶에 몰두하고, 몰입해 있고, 자신을 보이는 자체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지만 꾸준한 습관과 오랜 물건들에서 자신만의 취향이 은은하게 자리 잡혀 있는 사람들. 누구에게도 쉬운 인생은 없을 텐데 무심한 듯 시크하게를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 정말 조금씩 초연한 사람들 말이다.


나는 취향을 내보이고 싶기도 인정받고 싶기도 한 사람이기에 이런 인물들이 더욱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자신의 삶에 깊이 몰입해 있고 어쩌면 취향 자체에는 크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오롯이 그 자신으로 살아가는 모습. 타인의 취향을 곁눈질 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사는 것.


남의 취향은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이 보이고 모든 것이 비교 가능한 시대일수록, 보이지 않는 내 삶의 영역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가방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다, 그래서 남의 취향을 속속들이 꿰기보다 왓츠 인 마이 라이프, 내 삶에 무엇이 담겨있는지를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싶다. 비록 내가 누군가의 왓츠 인 유어백을 보다가 내 취향에 꼭 맞을만한 향수를 발견하고는 백화점으로 달려가 시향하고 소비로 이어지는 아주 요즘 시대에 꼭 맞는 트렌디한 어제를 보내긴 했지만, 그러니까 또 이런 글도 쓰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작가의 이전글 <졸업>, ‘낭만’을 이야기하는 용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