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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피스 Feb 10. 2020

꼴도 보기 싫은 사람과 일하는 법

출근길이 한결 편해지는 관계의 기술(1)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마다 안 되는 이유만 백만 개 드는 동료 때문에 미칠 것 같아요.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니 제가 싫어서 저러는 건가 싶어 일할 맛이 안 나요."


"몇 달 전 애교 많고 명랑한 신입이 들어와서 팀 분위기가 밝아졌어요. 근데 왠 걸, 업무 상 잘못한 부분을 지적하면 삐쳐서 말을 안 하거나 화장실로 달려가 1시간 동안 울고 나와요. 처음에는 내가 심했나 싶어 미안했는데, 이제는 피해자 코스프레하면서 동정심 받는 것 같아 너무 얄미워요."


"저희 팀장님은 일을 시킬 때 정확한 디렉션이나 기한을 준 적이 없어요. 기껏 해놓으면 또 자기 마음대로 기준을 바꾸니 짜증이 목구멍까지 차올라요. 그래 놓고 자기는 직원들의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쿨한 상사인 줄 안다니까요."


"회사를 무슨 대학 동아리 활동으로 여기는 동료가 한 명 있어요. 책상에는 온갖 피규어들을 정신없이 전시해놓고, 틈만 나면 메신저로 수다를 떨어대니 나만 열심히 일하는 것 같아 억울해 죽겠어요."


"저희 팀에 싸가지 없는 후배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예요. 아직 2년 차 밖에 안된 주제에 말 한마디를 안 지려고 하고, 다른 사람은 묵묵히 하는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매번 토를 달아요. 뭐라 하면 꼰대소리 들을 것 같아 참는데 화병날 것 같아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나의 상식 밖을 벗어나는 인간 군상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의 뇌구조는 어떻게 생겼길래 저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고, 이제 얼굴만 봐도 자동반사적으로 짜증이 일어나니 출근길이 지옥 같다.


나 또한 심리학 세계에 입문하기 전, 수년 동안의 직장생활에서 이런 '불편한' 사람들을 어찌 대해야 할지 몰라 애를 먹고는 했다.


처음에는 발암 유발자 같은 사람만 내 눈 앞에서 사라지면 직장생활이 한결 편해질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조직이 바뀌어도 이직을 하더라도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늘 일정 비율을 차지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 같았다. 꼴보기 싫은 A가 사라지면, A를 쏙 빼닮은 B가 나타나고, 그를 피해 도망가면 그곳엔 B와 별반 다르지 않은 C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왜 그 사람들이 그토록 꼴보기 싫은 것일까?



| 갈등은 '욕구의 차이'에서 시작된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현실치료'라는 상담이론을 개발한 윌리엄 글래서(William Glasser)는 '개인의 모든 행동은 스스로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즉, 사람은 각자가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겪는 갈등도 각자가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가 다르거나, 같은 욕구라도 그 정도와 크기가 다르기에 생겨난다. 또한 우리는 자신이 어떤 욕구를 추구하는지 잘 모르거나 내가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원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관계는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을 달리게 된다.


내가 틀렸다고 단정 지었던 한 사람의 행동 이면에는 그가 간절히 채우고 싶었던 '어떤 욕구'가 있었다는 사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인간관계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이 최소 견딜만한 사람으로 변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어떤 이들에게는 연민과 공감이라는 인류애적인 감정이 느껴지기도 했을 정도다.



|   시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진짜 이유


윌리엄 글래서는 사람의 기본 욕구(Basic Need)를 5가지로 구분하. 이 5가지 기본 욕구 중 나와 상대가 어디에 속하는지 안다면 관계 갈등은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사람이 왜 그렇행동하는지 알아도 많은 오해들이 씻겨 내려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 5가지 욕구 중 첫째는, 생존의 욕구(Survival Need)이다. 생존의 욕구가 강한 사람은 대개 안정이 최우선이다. 따라서 원리원칙을 중요시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싫어한다. 꼼꼼한 편이지만 때로 지나치게 반복해서 확인하는 완벽주의적 성향을 보인다.


생존의 욕구가 지나치게 높은 상사라면 기본기를 강조하며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 집착하거나 사소한 영역까지 잔소리를 해서 팀원들을 노이로제 걸리게 할 수 있다. 부하직원이라면 성실하고 맡겨진 일을 철저하게 해내니 믿음직스럽기는 하지만 때때로 세세한 것까지 확인받으려 해 피곤할 때가 있을 것이다. '~해야 한다', '~하면 어쩌려고 그래?'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면 생존의 욕구 유형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사랑과 소속의 욕구(Love & Belonging Need)이다. 이들은 직장 내에서 친밀한 관계를 중요시하고 정이 많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다. 팀원들의 생일은 꼭 기억해주고 잔일도 기꺼이 도맡으려 한다.


사랑과 소속의 욕구가 높은 상사의 경우에는 거절을 못하고 우유부단해서 힘든 일을 쳐내지 못하거나 손해 보는 일이 흔한데 그것이 팀원들의 부담으로 이어지면 원성을 살 수 있다. 부하직원인 경우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를 받거나 서운해해서 주변인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셋째는 자유의 욕구(Freedom Need)이다. 하고 싶은 것을 원할 때 할 수 있는 자율성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잔소리를 듣거나 기존의 관행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기 때문에 부하직원이라 할지라도 억지로 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유의 욕구가 높은 상사라면 잔소리가 많지 않고 관대한 편이라 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방향이나 틀을 제시해주지 않고 지시한 업무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오히려 팀원들의 불안과 혼란을 키우기도 한다. 부하직원이라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는데 탁월할 수는 있지만 하기 싫은 일은 은근슬쩍 스킵하거나 멋대로 판단해 섣불리 결정해버리는 등의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 특히, '꼭 그렇게 해야 하나요?', '내가 알아서 할게', '냅둬.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자주 내뱉는다면 자유의 욕구가 높은 사람일 수 있다.


넷째는 즐거움의 욕구(Fun Need)이다. 이 욕구가 높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힘든 일에도 늘 긍정적이고 온갖 맛집과 취미를 섭렵하고 있어 팀에서 분위기 메이커, 회식 추진자 역할을 담당한다.


즐거움의 욕구가 지나치게 높은 이들은 뭐든 낙관적으로 판단해서 깊게 고민해보지도 않고 추진해버거나, 피곤할 줄 알면서도 밤새 드라마 시리즈를 보는 등 자기 관리가 잘 안 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 다섯째는 힘의 욕구 (Power Need)이다. 이들은 대체로 자기주장이 세고 자신이 틀린 것을 잘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힘의 욕구가 높은 리더의 경우 자기 생각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잘 용납하지 못하고, 업무방식부터 점심메뉴까지 뭐든 자기가 결정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 부하직원의 경우에는 잘 모르면서도 상사에게 물어보거나 도움을 잘 구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또 자신이 납득되지 않는 일은 하려고 하지 않아 버릇이 없게 비치기도 한다.



|  견딜만한 관계가 된다는 것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욕구가 무엇인지 알고, 그 욕구가 내 업무 스타일과 소통방식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 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도 나만큼이나 충족되기를 원하는 자기만의 욕구가 있고, 그 욕구로 인해 그만의 독특한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서로의 욕구를 완전히 이해한다고 해서 관계가 100% 회복되거나 둘도 없는 절친이 되는 것은 어렵다. 여전히 서로의 욕구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모적인 감정싸움이나 오해가 점차 사라지고,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한결 줄어들 수 있다. 이전보다는 훨씬 견딜만한 관계가 되는 것이다.


당신은 직장 내에서 어떤 욕구를 추구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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