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엠 러브》 리뷰

댓 이즈 러브

by 이니


사랑이란 무엇일까?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기에 그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항상 고민한다. 애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랑이 무엇인지 나만의 정의를 내리지 못했고, 늘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개념이기에 끊임없이 질문한다. 사랑이 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실마리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찾아본다. 책을 통해서, 영화를 통해서. 그리고 그 물음은 나를 루카 구아다니노의 영화 《아이엠러브》로 이끌었다.


주인공 엠마는 상류층 재벌가 "레키" 집안의 사모님으로, 겉으로는 부유하고 안정적으로 살지만 알 수 없는 회의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그녀는 요리사이자 아들의 친구인 안토니오를 알게 되고, 그를 보는 순간 그를 욕망하게 된다. 영화 초반에 안토니오는 아들인 에도를 시합에서 이기고, 에도에게 케이크를 전달하기 위해 레키 가문의 저택을 방문한다. 어차피 안토니오는 에도에게 케이크를 전달하기 위해 그를 찾아갔을 것 같은데, 시합에서 이긴 내용이 들어간 것이 일종의 복선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엠마의 최종 선택이 아들로 표상되는 레키 가문이 아니라 안토니오로 표상되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엠마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 혹은 욕망은 항상 감각적으로 묘사된다. 엠마는 안토니오를 보게 된 이후 강렬한 이미지가 나오는 꿈을 꾸게 된다. 잠에서 깨기 직전에 본 석류를 연상하는 새빨간 과일. 색채가 무척이나 쨍하고 강렬하다. 그녀가 무의식 중에 안토니오에게 강렬한 욕망을 느낀 것을 드러내는 씬이다. 안토니오가 만든 요리를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입은 옷의 색상부터 꿈에서 본 과일만큼이나 쨍한 빨간색. 새우를 자르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빨려 들어갈 듯이 감각적이다.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게 된다. 엠마가 안토니오와 함께 식당을 오픈할 산 꼭대기로 갔을 때, 그리고 사랑을 나눌 때의 씬은 온몸의 감각을 총동원한다. 청각(새소리)부터 촉각(풀을 쓰다듬는 손짓), 시각(푸르른 자연) 등 세포 하나하나를 일깨우는 듯하다.


엠마와 안토니오는 서로 함께 있을 때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꾸미지 않는 "나다운 나"가 된다. 엠마에게는 사실 다른 이름이 있었다. 키리쉬. 엠마는 남편인 탄크레디가 후에 지어준 이름이다. 탄크레디는 이름을 부여하는 행위를 통해서 엠마에게 어떠한 "틀"을 제공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레키 가문은 엠마에게 항상 보이지 않는 틀, 규정, 예의 등을 제시한다. 그리고 엠마는 그 틀에 맞춰 본인을 가두어야만 했다. 어느새 본연의 모습은 거부당하고 억압당한다.


가족 식사씬에서 아들인 에도가 엠마와 안토니오의 정사를 눈치채고 저택을 뛰쳐나간다. 그러자 엠마가 그를 황급히 뒤따라나가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 탄크레디는 그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큰 결례를 저질렀군요, 러시아인들 성질이 저렇답니다." 그녀의 본 정체성을 무시하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이뿐만 아니라, 안토니오는 엠마와 사랑을 나누며 그녀의 옷과 신발을 벗겨준다. 이에 반해 탄그레디는 장례식을 치른 후 엠마에게 옷과 신발을 신겨준다. 안토니오는 옷을 벗기는 행위를 통해 엠마를 해방시켜 주는 사람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그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것이다. 반면 탄그레디는 옷을 입히는 행위를 통해 그녀를 억압하는 사람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엠마는 그가 제시한 옷을 입어야 하고, 그가 제시한 이름을 써야 한다. 탄그레디는 엠마가 그가 만들어놓은 "틀"에 부응해주지 않자 그녀를 가차 없이 내친다.

"당신이 알던 나는 없어요."
"넌 존재하지도 않았어."

사랑이란 무엇일까? 서로를 욕망하는 것?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는 것? 한 사람의 곁에 꿋꿋이 함께 해주는 것? 곁에 있으면 안정이 느껴지는 것? 사실 영화를 다 보고 나자 사랑보다 해방에 관한 영화로도 느껴졌다. 어쩐지 영화 《스펜서》가 생각나기도 했다. 어찌 됐건, 영화 《아이엠러브》는 강렬하고 감각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게 만드는 것.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을 때, 그 온전한 나를 존중하고 사랑할 때야말로 사랑이 시작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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