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 끊고 일주일

안 쓰던 글이 써진다.

by 비엘릿

정기적으로 브런치가 나에게 안부 묻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럼에도 초대에 전혀 응하지 않던 게 벌써 1년. 그 1년 동안 나는 내가 썼던 글 속 바람처럼 생각 없는 1년을 잘 보냈다. 잡념보단 현실에 발 붙이고 살았던 지난 시간.


그렇게 딱 1년이 흐른 지금. 오늘 밤. 나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1년 동안 꽤 안정적인 시기를 보냈다. 한 번의 이직은 있었지만, 나는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다. 불안한 날들이 있었지만, 의사 선생님이 처방해 준 약은 무리 없이 잘 맞았고, 나는 내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


나는 우울증보다도 복통 때문에 정신과에 방문하기 시작했다. 위경련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잘 맞는 선생님을 만나 복통은 물론 고질적인 수면장애까지 크게 도움을 받았다. 생각이 단순해지고, 성격이 밝아졌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나.


약 두 달 전부터 몸이 불기 시작했다. 2kg 정도는 왔다 갔다 하니까 처음에는 괜찮다고 생각했고, 당시 의사 선생님이 몸이 붓지는 않냐고 물으셨을 때에도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주기적으로 봤을 때 몸무게가 다시 줄어야 할 시기에 오히려 증가하였다. 3kg까지 불었을 때만 해도, 내가 좀 과하게 먹어서 그런 줄 알고, 나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약 때문에라고 말씀하시면서 우울증 약을 빼자고 말씀하셨다. 나는 알았다고 했다. 선생님은 밤에 먹는 약만 처방해 주셨다.


그래서 다시 괜찮아지겠지. 원래 몸무게를 회복하겠지 싶었다. 그런데 웬걸. 약을 먹지 않는데도 체중 증가의 기세는 더욱 심해졌다. 5kg까지 증가하는 것이었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내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었다. 게다가 더 증가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휩싸였다.


챗GPT에게 질문을 쏟아부었다. 내가 복용했던 약의 이름을 들면서, 약 부작용으로 체중증가했을 때 대처법 등에 대해서 물었다. G선생님은 약을 중단해도 한 동안 약의 영향이 남아있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약 부작용으로 체중이 증가하는 데 세 가지 원인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 번째, 약의 부작용으로 식욕이 증가해서 체중이 증가한 경우이다. 이 경우라면, 말 그대로 내가 많이 먹어서 찐 살이니 정석대로 빼야 했다.


두 번째, 약 때문에 부종이 심해진 경우이다. 이 경우라면 비교적 단 기간에 뺄 수도 있다. 선생님이 붓기라는 워딩을 쓰신 걸 보니 나는 이 경우에 해당하는 걸까? 그건 아직 알 수 없었다.


셋째는 약 때문에 호르몬 변화가 생기면서 대사량이 현저히 낮아져서 살이 찌는 경우다. 이 경우라면 대사량이 원래대로 회복이 될 수 있을지가 관권이다


위의 세 가지 어느 경우에 속하든 약을 중단한다고 해서 저절로 원래 체중을 회복할 것 같지는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증가한 몸무게가 자리를 잡기 전에 두 달 전 원래 몸무게를 회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설 연휴 동안 내내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해야 원래대로 돌아갈 수가 있을까?


지금까지 나온 방도는 우선 다음과 같다.


1. 아침을 먹는다.

2. 밀가루를 끊는다.

3. 퇴근 후 한 시간씩 걷는다.


평소에 아침을 안 먹는 것이 저녁 폭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대사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또한 붓기 완화를 위해 밀가루를 안 먹기로 했다. 원래 몸무게를 회복할 때까지 밀가루는 먹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다 운동량을 늘려서 살을 가만두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실천하기를 4일이 지났다. 그리고 약을 우울증 약을 중단한 지는 일주일이 지났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우울이 밀려왔다.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한 달 전부터 새벽에 잠에서 깨던 증상도 같이 일어나고 있다. 오늘도 11시쯤에 잠들었지만 2시에 깼다. 나는 처지를 비관하기 시작한다. "아냐 이건 아픈 거야"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으려 한다. 아직 병원에 가려면 일주일이나 남았다. 그렇다고 약을 다시 먹을 수 있을까? 살은 뺄 수 있을까? 이 상태로 일은 할 수 있을까? 나는 왜 이모양일까? 이 순간 살기 위해 온갖 밀려드는 생각을 어딘가에 뱉어내야 했다.


할 수 있는 건 글 쓰는 것 밖에 없었다. 글이 나에게 이런 존재라니. 이런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 죄책감이 들 정도로 지금까지 글을 쓰는 내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가며 그 과거의 나를 안쓰러워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내 모습을 좋아했었는데, 그건 다 아픈 나 자신의 모습이었을까?


이건 살이 쪄서 우울한 게 아니다. 처음 약 끊을 때만 해도 살찐 나 자신에 대해 이렇게 비관하지 않았다. 이건 약을 중단해서다. 난 아픈 거다. 그런데 약을 먹을 수가 없다. 병원에 다시 가면 살이 찌지 않는 다른 우울증 약을 처방해 주려나? 어떻게 단 몇 시간 만에 이렇게 우울감이 밀려올 수가 있는 거지? 난 다시 극복할 수 있을까?


이 밤을 잘 버틸 자신이 없다. 아직 새벽 4시도 되지 않았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나는 이 밤을 글을 쓰면서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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