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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송이 Jun 04. 2024

6월 모의고사 후 부모 십계명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부모를 위해 적어보는

6월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다. 둘째가 고등학생이 되고 두 번째 보는 모의고사.

잘 봤을까? OMR 실수는 안 했는지, 3월에는 수학을 망쳤는데 이번엔 좀 잘 봐야 하는데

끝났을까? 끝났으면 전화를 할 텐데..... 내가 먼저 전화해 볼 수도 없는 일!

나도 부모인지라, 못 봤다고 하면, 잔뜩 실망한 목소리로 그래 피곤할 테니 쉬어라~

잘 봤다면 하면, 온갖 콧소리를 내며 오늘 치킨 먹을까? 할 테니

궁금하지만 참는 게 상책이다.  안 되겠다. 내 일이나 하자 싶어 노트북을 가지고 집 앞 카페로 나간다.


그런데, 아무래도 자리를 잘못 잡았다.


내 앞자리에 여학생 둘이 자리를 잡았다. 음료 둘, 케이크 둘을 쟁반에 들고 오더니

모의고사 시험지를 펼친다. 답을 맞힌다.

아, 28번 나 못 풀었어. 난 29번,  국어도 어려웠어, 수학 시간에 난 정신 나갔나 봐.

실컷 속풀이를 한다.

그래도 공부를 꽤 하는 아이들인가 보다

다시 풀더니, 이렇게 잘 풀리는데 왜 못 풀었지? 한탄을 한다.

그저 기특할 뿐.


우리 둘째는 여전히 전화가 없다.

전화를 할까? 말까?  밥 먹었냐고 물어볼까? 고민하는 사이

앞테이블 아이들 부모도 전화를 한 모양이다.

성적을 묻지 않는다. 엉뚱한 물건 위치를 묻는다.

그 부모도 내 마음 같았을까?


안 되겠다. 전화를 할까 말까 흔들리는 내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6월 모의고사 후 부모 십계명을 적어본다.


6월 모의고사 후 부모 십계명


1. 절대 먼저 전화하지 말 것

2. 전화가 왔더라도 성적부터 물어보지 말 것

3. 성적을 듣더라도 혼신을 다해 연기할 것

4. 일희일비하지 말 것

5. 등급컷 사이트를 들락날락하지 말 것

6. 당일 옆집 엄마 카톡을 차단할 것

7. 남편에게 화풀이하지 말 것

8. 나에게 좀 더 집중하거나 차라리 선업튀에 집중할 것

9. 편의점 맥주에 흔들리지 말 것

10. 아이의 존재 자체를 귀하게 여길 것 (어릴 때 사진 다시 보기도 도움)


#추가글


브런치에 올리고 30분 후 쯤  드디어 딸에게 카톡이왔다.

왜 전화안하냐며 벌써 체념한 거냐고 트집 아닌 트집.

안물으니 이런 반응이 오다니

부모되기 정말 어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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