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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날아가고, 나뭇가지가 서른두 번 흔들렸다
by
포도송이 x 인자
Jun 13. 2024
한 줄 메모를 발견했다.
`새가 날아가고, 나뭇가지가 서른두 번 흔들렸다.'
그냥 그 순간만의 기록
날짜는 알 수 없음
그날은 나에게 어떤 날이었을까
바람이 불지 않았던 날
빈 나뭇가지 혹은
드문드문 나뭇잎
늦은 가을이거나
이른 겨울이거나
서른두 번을 셀 정도로
조용한 날,
아무도 없이 혼자였던 날
아마도 평일, 오전 11시쯤
밀린 청소, 밀린 빨래들을 해치웠을 시간
잔 걱정이 없었던 날
아이는 다행히 아프지 않았고
내 몸도 그냥저냥 괜찮았던 날
고요가 익숙하지 않아
어쩌면 흔들리고 싶었던 날
오랜 친구의 전화를 기다리며 새처럼 쪼르륵 나가고 싶었던 날
저 새처럼 나도 누군가를
흔들고 싶었던 날
새와 나뭇가지는 메타포
나와 당신의 은유 같았던 날
새가 날아가고, 나뭇가지가 서른두 번 흔들렸던 날은
아마 그런 날이 아니었을까
오늘은
메모
한
줄이
서른두 번
흔들어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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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시절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내가 얼마나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중년이 돼서야 깨닫습니다.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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