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들의 출처]학원은 무엇을 파는가

by 한경수

아이가 학원에 다닌다. 왜 보내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비슷하게 답한다. 안 보내면 불안해서. 다른 애들은 다 다니니까. 성적이 떨어질까 봐.


학원이 파는 것은 무엇인가. 답을 맞히는 기술이다. 시험에 나올 유형을 반복하고, 풀이 패턴을 외우고, 시간 안에 정답을 찍는 훈련을 시킨다. 시험이 답을 묻는 한, 이 상품은 유효했다.


그런데 지금 AI는 답을 준다. 안경을 쓰면 정답이 뜨는 시대다. 학원이 몇 달에 걸쳐 훈련시키는 것을 AI는 몇 초 만에 끝낸다. 학원이 파는 상품이 무력해진 것이다.
그런데 학원은 안 없어진다. 시험이 안 바뀌니까.


중국은 이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혔다. 2021년 쌍감(双减) 정책으로 교과 사교육을 전면 금지했다. 업체의 90%가 문을 닫았다. 결과는 어떠했는가. 부유층은 고액 과외로 전환했고, 서민 자녀는 보충 수업 기회마저 잃었다. 3년 만에 정책은 유명무실해졌다. 그리고 사교육 금지가 발표된 바로 그 날, AI 학습기 태블릿이 품절됐다.


학원을 없앴더니 AI가 그 자리를 채웠다. 도구를 금지하면 도구가 바뀔 뿐,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국가 규모로 증명한 셈이다.
여기서 보이는 것이 있다. 학원이 파는 것은 실력이 아니었다. 안심이었다. 아이가 뭘 이해했는지는 확인하지 않는다. 몇 점을 받았는지가 중요하다. 부모는 점수를 보고 안심하고, 학원은 그 안심을 상품으로 만든다. 교육기관이 아니라 보험 상품이다.


보험은 불안이 있어야 팔린다.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당연함. 그 출처는 교육이 아니라 불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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