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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Jan 23. 2024

직장 상사에게 비즈니스석을 양보했는데 거절당했다

내가 지금 이 회사를 떠난다면, 동료들은 아쉬워하며 나를 그리워할까?

8년 전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할 때였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해외지사 동료가 서울을 방문하여 같이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우리가 다니는 회사가 비록 외국계이지만 너도 나도 아시안계여서 그런지 이사회에 아시아인이 한 명이 있다는 게 난 자랑스러워."


내 말을 듣던 그가 답했다.


"난 실제로 그와 같이 일해본 적이 있어."


"그래? 네가 겪어본 그분은 어때?"


그리고 그는 몇 년 전 자신이 겪었던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풀어냈다.



평소와 다름없이 출장을 위해 그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가 달랐다. 바로 이코노미가 아닌 비즈니스석이었다. 누적된 마일리지 덕분에 좌석이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그동안 잦은 해외 출장이 드디어 그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비즈니스석 탑승을 위해 게이트로 향하는데 이코노미석 탑승을 위해 대기하던 승객 중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바로 자신이 속한 필리핀 법인의 사장이었다. 30만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글로벌 기업의 한 지역을 대표하는 지사장이었지만 기업의 내규에 따라 5시간 미만의 비행에는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다.


사장이 이코노미석에 앉는 것은 사내 규정에 따른 것이었지만 자신만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것이 여간 불편했다. 그는 용기를 내 사장의 자리로 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지사장님, 필리핀 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데니스입니다. 제가 출장이 잦아 마일리지가 쌓여 좌석이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괜찮으시면 지사장님이 조금 더 편하게 가실 수 있도록 자리를 바꿔드리고 싶습니다."


"아니에요, 데니스. 당신은 충분히 그 좌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마음 편하게 누리세요."


사장은 간단히 거절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직원에게 비즈니스석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는 말을 전하며 외려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가 왜 많은 직원들에게 존경받는 임원이자 동료임을 보여주는 덕목이다.



지사장은 이후 승진을 거듭하며 본사의 부사장이 되었다. 그때 그가 지사장으로 근무했던 법인의 직원들이 그의 승진을 축하하며 동시에 그가 떠나는 게 아쉬워서 눈물을 흘렸다. 그들에게 그는 단순히 상사가 아니라 가족처럼 따뜻하고 가까운 동료였기 때문이다. 그가 직원들을 포함한 주윗사람을 진심으로 대하였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는 글로벌 기업의 이사회 멤버가 되고 부사장이 되어서도 여전히 수많은 직원들의 생일을 하나하나 챙기고 축하해 준다.


우리 주변에도 승진을 하여 더 큰 책임과 역할을 맡아야 하는 상사나 동료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떠나는 그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정말 행운이다. 좋은 동료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은 직장생활에서 생각보다 흔하지 않은 복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내가 지금 이 회사를 떠난다면, 동료들은 아쉬워하며 나를 그리워할까?'


주변에 선을 베푸는 것은 성공한 후에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도 배려와 공감을 보일 수 있다. 그러한 능력이 없는 사람이 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다면, 그것만큼 조직을 위협하는 큰 위험은 없을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주변의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인사하고, 감사하고, 칭찬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 어떨까? 어쩌면 단순한 동료가 아니라 가족같은 정을 나누고 친구같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다. 이는 우리에게 성공보다 더 깊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삶의 행복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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