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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Sep 25. 2023

콘텐츠가 비즈니스이고 비즈니스가 곧 콘텐츠다

[DMBS] LG유플러스 김태훈 상무가 말하는 콘텐츠와 비즈니스의 관계

콘텐츠와 비즈니스의 상관관계를 주제로 한 강연을 들었다. 무대 위에 선 김태훈 상무는 현재 LG 유플러스 광고 사업단에서 광고와 커머스를 맡고 있다. 전에는 LG 경영연구소에서 신규 사업 쪽을 맡았고 그전에는 SK텔레콤과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근무를 한 총합 23년의 경력자였다. 이번 DMBS에서는 비즈니스가 어떻게 콘텐츠가 되는지 그리고 반대로 콘텐츠가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지 설명하였다.


DMBS 김태훈 '모든 비즈니스는 콘텐츠다',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모든 비즈니스의 목적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윤 창출을 부정하는 건 비즈니스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고객이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이렇게 말했다. 시장을 창조하고 그 창조된 시장에서 고객과 함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의 본질이라고 말이다. 


DMBS 김태훈 '모든 비즈니스는 콘텐츠다',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고객에 대해 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으로 잘 알려졌다. 실제로 아마존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이다. 예전에 고객 가치와 고객 경험을 중시하는 회사와 수익성 중심의 회사를 10년 동안 분석을 한 결과에 따르면, 고객 가치를 중시하는 회사가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는 회사보다 10년 동안 2.5배 이상 성장하였다고 한다.


DMBS 김태훈 '모든 비즈니스는 콘텐츠다',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고객은 생각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지 않는다. 소비의 5% 정도만 정말 필요해서 물건을 사는 경우라고 한다. 나머지 95%는 타인의 의견, 가격, 마케팅 문구, 브랜드 영향력, 할인행사, 셀럽의 추천 등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아 구매를 한다. 물론 계획성 구매를 하는 5%의 고객들이 항상 계획성 구매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셀럽 혹은 인플루언서의 말 한마디에 5%의 고객군에서 95%의 고객군으로 바뀌기도 한다. 필요하지 않음에도 사는 행위를 하는 게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자 고객이다.


인간의 뇌 구조 상 매번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뇌를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뇌 기저핵은 생명과 직결된 것들을 주로 다루는데 수면, 체온, 식욕, 성욕 등 주로 운동 조절에 관여한다. 신피질은 뇌에서 고차원 사고를 담당하는데 감각뿐만 아니라 언어와 수학, 철학과 같은 추상적 사고를 모두 처리한다. 우리가 요즘 말하는 T라고 말하는 유형의 사람들이 신피질이 매우 발전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DMBS 김태훈 '모든 비즈니스는 콘텐츠다',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반면, 변연계(limbic system)는 대뇌 피질과 시상하부 사이에 위치하는 일련의 구조물들을 가리키며 주로 감정, 행동, 욕망 등의 조절에 기여하며 특히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변연계는 앞서 언급한 95%의 외부요인에 의해 구매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애플 신제품을 보면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닌데 구매욕구가 급상승한다. 그 배후에는 바로 변연계가 있다.


삼성전자 TV 광고를 보면 대화면을 포인트로 잡아 95인치라는 외관 혹은 기능에 집중한다. 그런데 조금 더 큰 100인치 120인치 TV가 출시되면 이 TV는 고객 입장에서 전혀 구매할 이유가 없는 제품이 돼버린다. LG TV 또한 OLED와 같은 성능을 차별화된 기능이라고 언급을 하지만 이건 경쟁자들이 유사제품을 출시하면 사실 그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마케팅을 진행할 때 소비자에게 기능적인 면모를 앞세우기보다 감성적인 부분을 자극하는 것이 더 유효하다.


DMBS 김태훈 '모든 비즈니스는 콘텐츠다',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그걸 가장 잘하는 기업이 바로 애플이다. 애플의 광고를 보면 제품의 스펙이나 기능을 얘기하지 않고 자사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더 나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반복해서 언급하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쓰는 기기가 바로 애플의 맥이다.


이러한 광고는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밥 딜런, 에디슨 등 세상을 바꾼 22명의 아이콘과 같은 인물들을 활용한 콘텐츠를 계속 생산했다. 덕분에 맥을 쓰는 사람들은 형용할 수 없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마치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애플이 추구하는 가치를 믿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DMBS 김태훈 '모든 비즈니스는 콘텐츠다',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흥미롭고 신선한 광고를 제작하기로 소문난 애플에서 가장 혁신적이라고 평가받는 광고는 1984년 매킨토시 컴퓨터를 선보이기 위해 만든 TV 광고입니다. 이 광고는 1984년 1월 22일 미국의 슈퍼볼 경기에서 단 한 번 방영되었지만,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광고로 평가된다. 이 광고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IBM이 지배하는 독재적인 세상을 매킨토시가 혁명으로 바꾸는 내용이었다. 대형 해머를 들고 독재자의 화면을 파괴하는 여성의 모습은 애플의 도전 정신과 혁신의 의지를 상징했다. 이 광고를 감독한 리들리 스콧은 글레디에이터, 블랙 호크 다운, 에일리언 등 명작 영화들을 만든 장인이기도 하다.


애플은 이전에는 시장에서 도전자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도전이라는 주제가 잘 어울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애플은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었고, 그에 따라 광고의 메시지도 변화했다. 애플은 사회적 약자나 비주류로 여겨지는 사람들이 애플의 제품을 사용하면서 성장하고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은 광고를 만들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애플은 감성적인 가치를 높였다. 애플은 이러한 전략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꾸준히 실천한 결과 소비자들은 애플을 쿨하고 독창적인 브랜드로 인식하게 되었다.


애플 '아이폰' 광고, ⓒApple 유튜브 계정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처음부터 이렇게 창의적인 광고를 만들었을까? 


그렇지 않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 초기에 발행한 신문 광고는 개인용 컴퓨터 '리사’에 대한 9페이지짜리 사용 설명서였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난 후 픽사를 인수하게 되었다. 픽사에서 그는 영화 제작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존 래스터와 에드 캣멀 등 픽사의 운영진에게 전권을 주었다. 대신 그는 픽사 감독들과 함께 스토리를 구상하는 과정에 참여하며, 영화에서 스토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다음 생애는 영화 감독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픽사에서 얻은 경험은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돌아온 후 새로운 광고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콘텐츠의 비즈니스적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CPND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CPND는 콘텐츠(Content), 플랫폼(Platform), 네트워크(Network), 디바이스(Device)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로, 콘텐츠 산업의 밸류체인을 표현한다. 콘텐츠는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플랫폼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고, 네트워크는 디바이스를 통해 접속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밀리의 서재는 IP로 구성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OS라는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하며, 네트워크가 연결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디바이스에서 이용할 수 있다. 즉, CPND의 4가지 요소가 모두 갖춰져야 콘텐츠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DMBS 김태훈 '모든 비즈니스는 콘텐츠다',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하지만 최근에는 CPND에 더해 IP라는 요소가 중요해졌다. IP는 지적 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의 줄임말로, 콘텐츠의 창작성과 독창성을 인정받고 보호받는 권리이다. IP는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IP를 활용한 사례로는 웹소설 '시맨틱 에러’와 '나 혼자 레벨업’이 있다. '시맨틱 에러’는 원작의 인기와 BL소설계의 입문작으로의 지위를 바탕으로 드라마화되어 큰 성공을 거뒀다. '나 혼자 레벨업’은 웹툰, 게임,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었다. 이렇게 IP를 갖고 있는 콘텐츠들은 CPND를 넘어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콘텐츠 사업자들은 IP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해야 한다. 콘텐츠가 무한하게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IP가 있으면 어떤 플랫폼이나 디바이스에서도 성공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영역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CJ ENM, 카카오와 같은 대기업들도 IP를 확보하는데 매우 적극적이다. JTBC의 스튜디오 룰루랄라는 15개의 레이블을 통합했고, CJ ENM 역시 다양한 제작사들을 인수하며 수직적 통합을 진행했다. 이 모든 것은 콘텐츠 산업이 IP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증명한다.


DMBS 김태훈 '모든 비즈니스는 콘텐츠다',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사소한 일상도 공감과 참여를 통해 콘텐츠로 재탄생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콘텐츠는 비즈니스의 원동력이 되고, 비즈니스는 콘텐츠의 힘을 빌린다. 그러나 비즈니스의 본질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콘텐츠와 광고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연결을 강조하는 감성적 영역에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미래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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