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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Oct 30. 2023

"실패한 적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실패만큼 사람을 성장시키고 성공으로 이끄는 지름길은 없다

최근 몇 년 간 다양한 사람들을 만 인터뷰를 하거나 가벼운 커피챗을 나눌 기회가 많았다. 대부분은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했다. 아주 사소하고 사적인 주제에 대해 대화해도 매우 흥미로웠다. 하지만 때로는 대화가 잘 흘러가지 않는 상대방을 만나기도 했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느낀 불편함의 원인을 파악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간단한 부분에서 답을 찾았다.


그들이 공통으로 했던 말은 단순하지만 진한 인상을 남겼다.


"직장에서 프로젝트를 맡아서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꽤 대담한 발언인데 목소리에 미세한 흔들림조차 없던 것으로 보아 정말 그렇다고 믿거나 평소 자주 그런 발언을 하는 것 같았다. 오늘 처음 통성명을 한 사이인데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것이 신기했다. 그의 발언 덕분에 그와 나 사이에 놓인 테이블의 크기가 무한대로 늘어나 테이블 양 끝에 서로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거리감을 느꼈다.


그런데 한 명이었으면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을 법도 한데 두 명을 만나자 나도 호기심이 발동했다.


'도대체 어떤 직장 생활을 하면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들의 직장 환경과 경력은 각기 다르기 때문에 더욱 궁금해졌다. 한 분은 들으면 알만한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기업에서 두루 걸친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큰 규모의 조직에서 근무하며 단 한 번도 프로젝트가 실패한 적이 없을 수 있을까?


다른 한 분은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스타트업들에서 주로 근무하였고 평균 근속연수가 1년 미만이었다. 그가 주장한대로 자신이 맡은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하였다면 나는 왜 그가 근무했던 스타트업과 그들의 서비스나 수익모델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걸까?



그들의 이러한 발언을 하는 근간에 대해 고민해 봤다. 크게 세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그들은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가 낮은 난이도를 가지거나 성공의 기준이 매우 관대한 프로젝트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 그들은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회피하고 안정적인 프로젝트를 선호함으로써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한다.


둘째, 그들은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다양한 변명과 핑계를 대며 책임을 회피한다. 또한, 프로젝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어도 "노력한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스스로 되뇌이며 성공이라고 주장한다.


셋째, 그들은 프로젝트가 어려워지면 중도에 포기하거나 퇴사한다. 그리고 나서는 그 프로젝트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행동한다. 즉, 프로젝트의 결과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도 성공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런 사례는 투자업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되면 손실이 확정되기 전에 퇴사하여 자신의 평가나 성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실패를 인정하면 본인뿐만 아니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쉽게도 실패를 인정하는 것보다 성공으로 포장하는 것이 저항감이 적고 쉬운 선택이 되곤 한다.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되었냐고?'


첫 번째 분은 굳이 직접 묻지 않아도 언론을 통해 근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매체에 따르면 그가 주도하는 사업은 최근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그분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실패가 아닌 의도된 작은 성공이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분은 의욕 있게 프로젝트를 자신이 진두지휘하겠다고 나섰지만, 예정일이 훨씬 지난 지금도 정식 론칭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그의 직장 동료에 따르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계속 발생하자 의욕이 많이 꺾였다고 했다. 어쩌면 그 역시도 프로젝트가 실패로 판정되기 전에 퇴사할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실패를 모른다던 분들은 지금 쓰디쓴 실패의 잔을 들이키고 있다. 이쯤 되면 그들 역시 실패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까? 


정말 주위에 공감을 끌어내고 응원을 받고 싶다면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는 실패를 모르는 사람과 교감을 원하는 것이 아닌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사람을 선망하고 닮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흑인 민권 운동가이자 세계적으로 존경받았던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가 이런 말을 했다.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절대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


실패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숨기려 하지 말자. 실패만큼 우리를 성장시키고 성공으로 이끄는 지름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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