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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Feb 26. 2024

"요즘 긴 글을 누가 읽어요?"

파랑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만의 속도와 색채로 시대의 흐름에 맞서라.

어느 마케팅 에이전시의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긴 글을 읽지 않아요."


당혹스러웠지만 사실 그의 말이 완전히 틀리지 않다는 것이 더 뼈아팠다. 긴 유튜브 영상도 참을성이 없어서 건너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시대에 긴 텍스트는 더욱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이 출간되었겠는가. 긴 글을 읽을 수 있는 여유와 집중력 그리고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사실이자 현상이다.


'그래서 긴 글은 정말 더 이상 쓸모가 없을까?'


긴 글이 제공하는 혜택은 생각보다 많다.


1. 긴 글은 주제를 깊이 있고 자세하게 다루므로,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복잡한 문제나 현상을 이해하는데 긴 글은 분명 도움이 된다.


2. 또한 긴 글을 읽는 동안, 뇌의 여러 부분이 동시에 활성화되고, 기억력, 집중력, 추론력, 비판적 사고력 등의 능력이 향상된다. 뇌의 신경망을 강화하고, 노화로 인한 뇌 기능의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


3. 더구나 글 속의 캐릭터나 상황에 충분히 몰입하고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어서 공감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이처럼 긴 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적지 않다. 굳이 짧은 글만 선호할 이유가 없다. 물론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독보적인 문장력과 표현력으로 단 몇 개의 단어로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


어느 날, 한 작가가 동료 작가들과 술을 마시다가 논쟁이 붙었다. 동료 작가는 그의 스타일이 맘에 들지 않았고, 그에게 내기를 걸었다. “여섯 단어로 소설을 써서 사람들을 울릴 수 있다면 당신이 이긴 거요” 그러자, 그는 바로 식당의 냅킨에다 이렇게 여섯 단어 소설을 지어서 남겼다고 한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팝니다: 한 번도 신지 않은 아기 신발)


이 작품은 간결함과 동시에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좋은 예시로 자주 언급된다. 아기를 가진 엄마의 기쁨과 설렘, 태어날 아기가 신을 신발을 고르는 즐거움, 그리고 끝내 정성껏 준비한 새 신발을 신어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아이와 부모의 애통한 마음이 떠오른다. 이 작품은 짧은 문장 속에 많은 감정과 상상력을 담아내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작가 헤밍웨이다. 그의 작품은 간결함과 깊이 있는 내용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Plaid Zebra


헤밍웨이의 여섯 단어 소설처럼 글은 그 양식을 한정 지을 수 없다. 사실, 자연의 법칙과 다를 게 없다. 짧은 글이 있다면 긴 글이 있기 마련이다. 각각의 역할이 있 수요가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선호한다면 다른 누군가는 구체적이고 친절한 글을 선호할 수 있다.

 

오히려 천편일률적인 세상만지루하고 따분한 게 있을까? 각자의 개성이 존중받고 다양성이 중요해지는 시대이다. 글의 길이와 양식 역시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면, 짧은 글과 긴 글로 나누는 것은 과도한 이분법이다. 이와 같은 접근으로는 앞으로 더욱더 다채로워질 미래에 대비하기에 부족하다.


트렌드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 지구는 둥글고 회전한다. 트렌드도 변화한다. 뚜렷한 트렌드일수록 빠르게 과거의 한 켠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파랑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만의 속도와 색채로 시대의 흐름에 맞서는 개인의 역사를 써 내려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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