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쿠팡, 이케아에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한 서기석의 이야기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자 심리 위축은 신생 브랜드들의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익숙한 대형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닐슨컴퍼니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경기 불황 시기에 소비자의 72%가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다고 한다.
마케팅 비용 급증도 신생 브랜드들을 옥죄고 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의 과열 경쟁으로 광고비가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실제로 미국 소매업체의 2022년 디지털 광고비 지출액이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eMarketer 2023년 1월 보고서).
이에 더해 벤처캐피탈 투자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전세계 벤처캐피탈 투자금액은 전년 대비 37% 줄어든 4,456억 달러를 기록했다.
정부의 지원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대책이 있지만, 당분간 신생 브랜드들의 어려운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부터 플랫폼, IT, 라이프스타일, 리테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 런칭과 성장을 이끈 브랜드 전문가를 만나 그의 의견을 물었다.
Q.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기석입니다. 15년 간 쌓아온 CMO 및 브랜드 디렉터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과 유수의 국내 기업들의 아이코닉한 브랜드 구축에 기여해 왔어요.
쉐보레/GM 코리아, 카카오 모빌리티, 쿠팡, 그리고 최근에는 이케아 코리아에서 마케팅 및 브랜드 디렉터 역할을 수행하며 브랜드 가치 제고와 비즈니스 성장을 이끌어 왔어요. WPP 산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지오메트리(Geometry)에서 전략 기획 디렉터를 거쳐 핀테크 스타트업의 CMO를 역임하는 등 다양한 산업과 기업에서 마케팅 전략 수립 및 실행 경험을 쌓았죠.
이런 전문적인 경력 외에도 25년 간 아시아를 대표하는 하드코어/펑크 밴드의 보컬이자 브랜드 기획자로 활동해 왔어요. 업무와 음악이라는 상반된 두 길을 걸어오며 창의성과 열정을 견지해 왔습니다.
Q. 자동차부터 플랫폼, IT, 라이프스타일, 리테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의 커리어를 이어오셨는데,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제 경력을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강력한 브랜드 구축이었어요. 산업별로 다른 접근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의 힘은 항상 중요했죠. 특히 최근 10년간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고객의 기대, 그리고 경쟁의 격화 속에서 이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졌어요.
시대가 변화하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전략적 마케팅과 강력한 브랜드 구축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어요. 이에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일은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과제가 되었죠.
저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런 기업들의 요구에 부응해 왔습니다.
첫 번째는 마케팅의 전술적, 기술적 측면에서의 우위 확보였어요. 최신 마케팅 트렌드와 기술을 선도하며, 타깃 고객과의 효과적인 소통을 마케팅 및 브랜드 전략의 핵심으로 삼았죠.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통해 혁신을 주도하고, 브랜드 목표에 맞춰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주효했어요.
두 번째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브랜드와 비즈니스 성장을 이끄는 것이었어요. 브랜드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고객과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죠. 예를 들어, 이케아와 같은 브랜드는 스토리텔링과 핵심 가치를 통해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었고, 자동차 브랜드는 고객의 꿈을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카카오나 쿠팡과 같은 혁신적인 플랫폼 기업들은 민첩한 마케팅으로 사용자의 행동과 선호를 깊이 이해하고, 일상 속 경험을 개선하여 브랜드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통합했죠.
산업별로 구체적인 실행 방식은 달랐지만, 강력한 브랜드 구축과 마케팅 리더십을 확보하는 원칙은 변함없었어요. 이 원칙을 바탕으로, 저는 다양한 기업에서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었죠. 이 경험은 제 커리어에 있어 매우 의미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Q. 본인이 경험한 브랜드 철학들은 어떤 모습인가요? 그리고 그 철학들은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었죠?
제가 몸담았던 브랜드들은 강렬한 비전과 사명감으로 가득했어요. 이케아는 '더 나은 일상을 만들어가는 것', 쉐보레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 카카오모빌리티는 '삶의 이동성을 혁신하는 것', 쿠팡은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는 것'을 지향했죠. 이러한 철학들은 브랜드 운영과 의사결정의 나침반 역할을 했어요.
이케아는 혁신적인 가정용품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 친환경 실천으로 삶의 질을 높였어요. 쉐보레는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도입해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죠.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동 전반에 혁신을 일으켜 생활 패러다임을 바꿨고, 쿠팡은 고객중심 서비스로 어디서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어요.
이처럼 고객의 인지도가 높고 성장하는 브랜드는 이런 가치를 고객들과 소통하고 공유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에요. 고객의 일상에 밀착하고 함께 발전하는 가운데, 브랜드 가치 또한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증폭되죠. 그래서 꼼꼼한 브랜드 관리와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매우 중요해요.
Q. 이케아의 대표적인 브랜드 캠페인인 “새삶스럽게” 는 어떤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있었나요? 캠페인 제작 과정과 성과 설명이 가능할까요?
이케아의 대표 캠페인 "새삶스럽게"는 주거 공간과 삶의 방식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에서 시작되었어요.
한국에서는 '집'이 단순한 기능적 공간을 넘어 정서적 연결고리이자 개인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여겨지는 추세를 반영했죠. 과거에는 개인의 열망보다 사회적 규범을 따르는 것이 중시되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가꾸어 나가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경향이 강해졌어요.
이에 따라 "새삶스럽게" 캠페인은 다음 세 가지 목표를 설정했어요. 첫째, 주거 공간의 재정의를 통해 정서적 유대감과 개성 표현의 장소로 자리매김하는 것. 둘째,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고 실현할 것을 독려하는 것. 셋째, 고객의 시각에서 현재와 미래를 반영하여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캠페인 제작을 통해 단기와 장기적으로 감성적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것이었어요.
내부 마케팅 팀, 에이전시,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들과 협업하며 이 목표를 구현하고자 전력을 다했어요. 특히 카더가든의 음원 활용은 메시지와 분위기를 절묘하게 표현했죠. 영화 '듄(Dune)' 속 한스 짐머(Hans Zimmer)의 사운드트랙처럼 말이에요. 전략적인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기획하여 TV광고, 옥외광고, 디지털 마케팅, 성수동 이케아랩 체험 마케팅 등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캠페인 반응은 굉장히 호의적이었어요. 많은 고객들이 깊은 공감과 감사의 뜻을 표했고, 당해 최고의 캠페인 중 하나로 평가받기도 했죠. 덕분에 이케아가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했어요. 캠페인은 종료되었지만 지금까지도 브랜드 인지도, 호감도, 구매 의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궁극적으로 장기적인 매출 증대와 경쟁사 마케팅 공세에도 불구하고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크게 기여했죠.
Q. 동아시아의 경제 불황 속에서, 브랜드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경제 불황기에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제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고객 중심의 사고와 장기적 안목에서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해야 해요. 변화하는 고객 니즈를 민첩하게 포착하고 이에 부합하는 제품과 마케팅 메시지를 제공함으로써 단기적 실적 개선과 장기적 브랜드 자산 구축을 동시에 도모해야 해요. 마케팅 역시 이원화된 목표 하에 전략적으로 운영되어야 하죠.
둘째, 브랜드의 핵심가치와 정체성을 고수하는 일관성 있는 자세가 필요해요. 유행을 단순 추종하기보다는 브랜드 본연의 진정성을 견지하여 고객의 신뢰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해요. 아울러 마케팅 투자 역시 지속되어야 합니다. 오히려 불경기 시 과감한 마케팅 투자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향후 경기회복기에 선제적 기회를 잡을 수 있어요.
셋째,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과 깊은 유대를 형성해야 해요. 고객중심 철학, 명확한 비전, 창의적 실행력, 문화적 통찰력 등을 아우르는 마케팅 전략을 통해 경쟁사와 확연히 구분되는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어요.
이러한 방향성 아래 브랜드는 불황기를 뚫고 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 포스팅은, 알바트로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