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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Mar 11. 2024

행동경제학에서 찾은 행복해지는 방법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기업가인 신임철의 이야기

인간은 동일한 금액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에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손실회피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는 행동경제학에서 설명하는 인간 심리의 한 단면이다. 지난해 접한 신임철 대표의 저서 "처음 만나는 행동경제학"에서 이러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인지한다면 삶의 곳곳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개념이었다.



신임철 대표님은 행동경제학 연구자이자 기업가로, 지난해 그의 강연은 유독 인상 깊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 코엑스에서 열리는 알바트로스 컨퍼런스에서 다시 한번 강연을 하게 되었다. 주최자의 도움으로 잠시나마 그에게 몇 가지 질문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행복에 대한 그의 행동경제학적 통찰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의 강연과 저서는 우리에게 행복 추구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단순해 보이는 행동경제학 원리들 속에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지혜가 담겨 있다.




Q.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론과 현실의 균형을 고민하는 전문경영인입니다. 이론을 현실 경영에 적용해 성과를 창출하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여러 학문을 공부했는데요. 고려대 정치학 학사, 서울대 행정학 석사, 예일대 MBA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행동경제학 논문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신임철 행동경제학자, ⓒ알바트로스


직장생활도 다양한 회사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삼성카드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이래, 리움 미술관, 우리은행, 현대카드, 푸본현대생명, 파라다이스시티 등 대기업에서 주로 전략, 마케팅, M&A, 금융상품 개발 등의 업무를 했습니다. 그 후 스타트업 씬으로 옮겨와서 뤼이드 부사장, Korea Financial Consulting 대표, 아톤모빌리티 대표를 거쳐 지금은 전기차 충전 플랫폼 기업인 GS차지비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Q. 행동경제학은 어떤 학문인지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행동경제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와 동기는 무엇인가요?

행동경제학은 심리학과 경제학이 합쳐진 학문입니다. 인간 심리의 관점에서 인간의 경제적 선택을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주류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로 하지만, 행동경제학은 심리적 요인 때문에 인간이 제한된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합리적인 선택이나 소비를 한다는 것이죠.


제가 행동경제학을 처음 접한 건 예일대에서 공부할 때였어요. 행동경제학을 연구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신 로버트 쉴러 교수님의 2006년 수업에서 행동경제학을 처음 배웠는데요. 그동안 제가 알고 있던 주류경제학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내용이라서 솔직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는 우리나라에 행동경제학이 알려지기 전이었어요.


예일대 졸업 후 행동경제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어서 성균관대 박사과정에 진학해 행동경제학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전 세계적으로 행동경제학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지금도 우리나라에는 행동경제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은 많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2022년에 행동경제학 입문서인 <처음 만나는 행동경제학>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행동경제학, ⓒ에이콘출판사


Q. 행동경제학은 심리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심리학의 어떤 이론이나 개념이 행동경제학에 영향을 미쳤나요?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의 연구방법론은 어떻게 다르나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행동경제학은 인간 심리의 관점에서 인간의 경제적 선택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다양한 심리적 요인들이 인간의 비합리적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군중심리'라는 게 있는데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 하려는 편향인데요.


남들이 어떤 제품을 사니까 나도 따라서 사거나, 남들이 어떤 주식을 사니까 나도 따라서 추격매수를 하는 것과 같은 비합리적 선택을 인간의 군중심리로 설명할 수 있어요. 이 밖에도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을 설명하는 심리적 요인들로는 손실회피, 확증편향, 매몰비용 효과 등이 있습니다.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의 연구방법론은 거의 비슷해요. 주로 사회적 실험을 하는데요. 실험 환경을 구성하여 어떤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연구하는 거예요.


Q. 행동경제학자의 관점에서 행복과 삶의 만족도는 어떻게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나요? 행복과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나요?

행동경제학에서는 준거점 효과라는 심리적 현상을 통해 행복과 삶의 만족도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데요. 측정이나 분석에 집중하기보다는 왜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어려운가를 설명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어떤 판단이나 선택을 할 때 자신이 기준으로 정해놓은 준거점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을 준거점 효과라고 하는데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에 따르면, 우리가 밝기·소음·온도 등에 반응할 때는 준거점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같은 온도라도 각자의 준거점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뜨겁게, 어떤 사람은 차갑게 느낀다는 건데요. 예를 들면, 0도에서 10도가 되면 따뜻하다고 느끼고, 20도에서 10도가 되면 춥다고 느끼는 거죠. 현재 똑같은 10도가 되었더라도, 전자는 준거점이 0도이고 후자는 준거점이 20도이기 때문이에요.


행복감과 관련된 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 현재 두 사람이 똑같이 1억 원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은 지난 1년 동안 1억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감소했고, 다른 한 사람은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증가한 것이라면, 누가 더 행복할까요? 주류경제학은 1억 원이 두 사람에게 주는 효용이 동일함으로 행복감에도 차이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각자의 준거점이 다르기 때문에 행복감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당연히 후자가 더 행복하겠죠.



행동경제학에 의하면, 행복은 우리가 설정한 준거점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준거점을 넘겨 행복해지면 거기서 만족하는 게 아니라 다음번 준거점을 더 높게 설정하려고 합니다. 욕심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계속해서 행복의 준거점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더라도 인생에서 행복해지기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행복의 절대적인 준거점은 없어요. 사람마다 행복의 준거점이 다를 뿐입니다. 행복해지고 싶으면 가장 먼저 각자의 준거점부터 조정하면 됩니다. 이것이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행복해지는 방법이에요.


Q. 요즘과 같은 동아시아의 불황 속에서 경영진과 마케터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불황의 시기에 기회를 찾으려면 기존 틀에서 벗어나 다르게 생각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당연한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죠. 행동경제학은 당연시되었던 주류경제학과 인간의 합리적 선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행동경제학은 인간 심리의 관점에서 세상을 분석하기 때문에 경영진과 마케터에게도 시장과 고객을 다른 틀에서 바라볼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동경제학을 통해 불황 속에서도 성장의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생각의 힘을 키우기를 바랍니다.


*본 포스팅은, 알바트로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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